메뉴 건너뛰기

close

인사혁신처는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 2018헌마551(2020.4.23.)에 호응하여 국가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인사혁신처는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 2018헌마551(2020.4.23.)에 호응하여 국가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였다.
ⓒ 인사혁신처

관련사진보기

   
지난 9월 25일 자로 인사혁신처에서 국가공무원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하였다. 인사혁신처는 2020년 4월 23일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호응하여 국가공무원법 65조 제1항을 정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판결 2018헌마551에 의하면, 국가공무원이 모든 정치단체에 가입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것은 기본권을 침해한다. 위헌 근거는 기본권을 제한할 때 명확성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법률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에는 명확하게 지정하여 과잉 금지에 이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즉 포괄적으로 정치단체를 금지하여 국가공무원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표현하라는 것이 위헌판결의 취지이다.

그런데 인사혁신처는 '명확성의 원칙'만 지키면 된다는 듯이 아래와 같이 금지하는 정치단체를 열거하였다. 
 
"1.「정당법」에 따른 정당 및 당헌ㆍ당규에 따른 정당의 조직
2.「정당법」에 따른 창당준비위원회
3.「정치자금법」에 따른 후원회
4.「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운동기구
5. 그 밖에 특정 정당 또는 선출직공무원, 법률에 따른 공직선거에서의 당선인ㆍ후보자ㆍ예비후보자 등 특정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

이에 교사정치기본권연대(대표 강신만)는 9월 28일 성명을 내고 인사혁신처를 비판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에 내놓은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안, 국제노동기구(ILO)의 수차례 권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제시하며 이번에 예고한 법안을 폐기할 것을 촉구하였다.

필자는 현장 교사로서 이번 발의한 입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러한 개정안은 '명확성의 원칙'의 근본 취지를 무시하는 개정안으로서 교원·공무원들이 일반적인 시민단체 활동마저도 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3호와 5호는 각각 후원회와 지지(반대) 단체에 가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간접적인 후원 행위마저 금지하고 있다. 이것이 원래 위헌결정의 명확성과 과잉금지를 만족하지 않는 개정안이라는 비판을 받는 까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의 국가에서 교원·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인정하고 있고, ILO는 수차례 교원·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2월 25일에 공식적으로 국회, 인사혁신처, 행정안전부, 교육부에 교원·공무원의 공무 외 정치적 자유를 금지하지 않도록 권고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안에도 이러한 교원·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인정하는 조항이 들어있었다.

인사혁신처는 누구의 기관인가? 국민의 기관으로서 위헌결정의 정신을 무시하고 똑같은 위헌적인 입법을 하려는 까닭이 무엇인가? 지금이라도 내놓은 개정안을 철회하고 위헌결정의 정신을 살리는 개정안을 새로 발의하여야 한다. 다음과 같은 원칙이 반영되어야 한다.

첫째, '정치단체'라는 명확하지 않은 용어를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 현재 금지하고 있는 정당과 선거운동만 밝히는 것이 위헌결정의 정신에 적합한 개정 방향이다. 어느 단체든지 어느 때든지 정치단체로 둔갑할 가능성은 언제든 있기 때문이다.

현대 시민생활 자체가 정치적 활동이기에 더욱 거리를 두기 어려운 것이 '정치단체'이다. 심지어 조기 축구회, 배드민턴운동회, 산악회 등과 같은 동호회 모임이라 할지라도 선거철이 되면 정치단체가 되는 것이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둘째, 정당과 선거운동, 두 가지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금지항목은 없애야 한다. 헌법재판소와 국가인권위원회의 내용처럼 교원·공무원의 정당과 선거운동이 정치적 중립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면 나머지 것들은 과감히 없애야 한다. 그것이 이번 위헌결정의 정신을 살리는 방향이다. 

셋째, 교원의 경우에는 그 특수성을 인정하여 폭넓게 참정권을 허용해야 한다. 학생들이 바른 시민이 되도록 정치적 민감성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교사도 바른 시민이 되어야 한다. 정치에 낯선 이방인처럼 사는 교사는 시민적 자질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어렵다.

21세기의 청소년은 가속적으로 변하는 국제적 문제들, 기후위기, 경제적 불평등, 난민, 인종차별, 인공지능의 인간소외 현상, 고용불안 등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것들을 당면하여 공동체 의식, 공공의 이익, 인권, 자유와 평등 등의 시민정신으로 무장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은 폭넓게 허용되어야 한다.

넷째, 신념으로서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처럼 신념으로서 참정권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 교원이나 공무원이 신념으로서 종교를 갖기 때문에 공무에 영향을 줄 것 같은가? 만약 그러한 자가 있다면 골라서 형사상 불이익을 주면 된다. 그것을 이유로 모든 교원과 공무원이 종교를 갖지 못 하도록 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 이유로 교육과 행정 공무에서 중립을 지키지 않는 자를 골라내면 되는 일이다. 교원과 공무원이 신념을 투영하여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관련된 모든 법들에서 금지하고 있는 내용이며 거의 모든 교원·공무원의 상식에 대치되는 것이다.

다섯째, 정당정치가 본류인 현대 민주주의 정치제도 안에서 건전한 시민정신을 가진 교원·공무원이 정당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각자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당론에 따라 국민의 이익을 등한시 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150만 명에 이르는 교원과 공무원의 후원을 바탕으로 국민 이익만을 바라보는 국회의원을 만들 수 있다. 자본 논리가 정당 내의 패권과 독재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데, 교원·공무원의 정치단체와 후원은 건강한 정당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태그:#인사혁신처, #교사정치기본권연대, #정치기본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대가 참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근무하고 있으면서 변화하는 사회가 학교에 요구하는 것도 있고, 학교가 변하면서 사회에 요구하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 더 중요한 가치인지 자꾸 변하고 있으니 교육정책은 그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잘 반영해야 할 것입니다. 초중등교육 교육과정과 학교, 그리고 교원 양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