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7월 첫 번째 FA자격을 얻은 NBA 최고의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LA레이커스)는 생방송 쇼를 통해 "저는 올 가을에 내 재능을 사우스비치로 가져 갑니다"고 선언하며 마이애미 히트 이적을 발표했다. 제임스의 잔류를 믿어 의심치 않았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지역 팬들은 엄청난 배신감에 휩싸였고 일부 과격한 팬들은 제임스의 유니폼을 불태우며 그를 향한 분노의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제임스는 마이애미에서 두 번의 파이널 우승을 이끌었고 2014년 다시 클리블랜드로 돌아와 2015-2016 시즌 고향팀 클리블랜드에게 파이널 우승을 안겼다. 클리블랜드에서 네 시즌 동안 활약하며 한 번의 우승과 세 번의 준우승을 이끈 제임스는 2018년 여름 레이커스 이적을 선택했다. 물론 2010년과 달리 클리블랜드 팬들은 제임스의 이적을 존중하며 앞날을 축복해 줬다(이래서 파이널 우승 경험이 중요하다).

그렇게 두 시즌이 지난 후 제임스는 레이커스 이적 2년 만에 서부 컨퍼런스 정상을 차지하며 개인 통산 10번째 파이널 무대를 밟았다. NBA 역사에서 통산 10회 이상 파이널 진출을 경험한 선수는 제임스를 포함해 단 4명 뿐이다. 공교롭게도 레이커스의 파이널 상대는 마이애미다. 그리고 여전히 마이애미를 이끄는 사령탑은 '제임스 시대'의 감독이었던 에릭 스포엘스트라 감독이다. 올랜도 버블에서 '제임스 더비'가 열리는 셈이다.

[LA 레이커스] 서부 컨퍼런스에서 첫 우승을 노리는 'KING' 

52승19패의 성적으로 서부 컨퍼런스 1위를 차지한 레이커스는 플레이오프에서도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 휴스턴 로키츠, 덴버 너기츠로 이어지는 난적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파죽지세로 파이널에 진출했다. 무엇보다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12승을 따내는 동안 3패 만을 당했을 정도로 안정된 전력을 과시했다. 최대 적수가 될 것처럼 보였던 클리퍼스의 컨퍼런스 세미 파이널 탈락도 레이커스에겐 행운이었다.

레이커스는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덴버 공격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세르비아의 천재 센터' 니콜라 요키치를 막기 위해 3년 연속 올해의 수비수상(2009~2011년)을 수상했던 드와이트 하워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비록 전성기는 지났지만 하워드는 끈질긴 수비로 요키치를 쉴 새 없이 귀찮게 했고 요키치는 이번 시리즈에서 하워드의 수비를 벗어 나려고 하다가 파울트러블에 걸리며 벤치로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파이널에서 만나게 될 마이애미에도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18.5득점11.4리바운드를 기록한 NBA 3년 차의 젊은 센터 뱀 아데바요가 있다. 물론 아데바요는 요키치와 달리 플레이가 터프하고 속공 참여가 가능할 정도로 스피드도 빨라 하워드에게 전담마크를 시키는 작전을 다시 들고나올지는 확신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레이커스가 아데바요의 활동량을 최소화한다면 그만큼 파이널 우승 확률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마이애미의 스포엘스트라 감독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고란 드라기치와 타일러 히로, 지미 버틀러, 제이 크라우더를 동시에 코트에 투입시키는 극단적인 스몰 라인업을 사용해 톡톡히 재미를 봤다. 하지만 레이커스에는 제임스를 비롯해 앤서니 데이비스, 마키프 모리스, 카일 쿠즈마처럼 내외곽 플레이가 동시에 가능한 장신 선수들이 즐비하다. 레이커스가 마이애미와의 화력대결도 충분히 자신하는 이유다.

레이커스 선수들은 파이널 진출이 확정된 후 기념사진을 찍을 때 손가락 4개를 펴 보이며 '아직 4승이 더 남았다'며 파이널을 향한 투지를 감추지 않았다. 만약 이번 파이널에서 레이커스가 우승을 차지하면 보스턴 셀틱스가 가지고 있는 NBA 역대 최다 우승 타이기록(17회)을 세울 수 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레이커스 선수들이 강조했던 것처럼 지난 2월 세상을 떠난 '레전드' 코비 브라이언트의 영전에 우승컵을 바칠 수 있게 된다. 

[마이애미 히트] 제임스의 팀을 꺾으려는 제임스의 친정팀

제임스 시대에 두 번의 파이널 우승과 함께 4년 연속 파이널에 진출했던 마이애미는 제임스가 떠난 다음 시즌 37승에 그치며 플레이오프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이후 격년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던 마이애미는 이번 시즌 44승29패의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마이애미는 이번 시즌 동부 컨퍼런스의 상위권 팀들이 하나 같이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동부컨퍼런스 5위로 상위 시드를 얻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1라운드에서 인디애나 페이서스에게 4연승을 거둔 마이애미는 컨퍼런스 세미 파이널에서 '그리스 괴인' 야니스 아테토쿤포가 이끄는 NBA 전체 승률 1위 밀워키 벅스를 4승1패로 꺾는 기염을 토했다. 마이애미는 컨퍼런스 파이널에서도 '지장'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이 이끄는 보스턴을 4승2패로 제압하고 '제임스 시대'인 2013-2014 시즌 이후 6년 만에 파이널 티켓을 따냈다.

어느덧 NBA 12년 차가 된 베테랑 고란 드라기치와 승부처에서 더욱 강해지는 올스타 슈팅가드 지미 버틀러, 무서운 신인 히로가 이끄는 가드진은 레이커스에 비해 확실한 우위에 있는 마이애미의 강점이다. 보스턴과의 시리즈에서도 히로가 37득점을 퍼부은 4차전에서 시리즈의 향방이 갈린 것처럼 가드진에서 '미치는 선수'가 등장해 중요한 경기를 잡아 준다면 레이커스와 충분히 대등한 시리즈를 펼칠 수 있다.

다만 프랭크 보겔 감독의 전술에 따라 8~10명 정도의 선수를 유기적으로 투입시킬 수 있는 레이커스에 비해 7인 로테이션으로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는 마이애미의 얇은 선수층은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만약 아데바요나 드라기치 등 대체 불가능한 주전 선수 중 한, 두 명이라도 파울 트러블에 걸려 긴 시간을 소화하지 못한다면 경기 전체를 그르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마이애미에게는 파울관리가 매우 중요한 시리즈가 될 전망이다.

많은 농구팬들은 '제임스 없는 마이애미는 앞으로 파이널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마이애미는 제임스 없이도 6년 만에 파이널 무대를 밟았다. 만약 마이애미가 '제임스의 팀'을 꺾고 통산 4번째 파이널 우승을 차지한다면 어느 때보다도 의미 있는 시즌이 될 것이다. 사우스비치의 열기를 올랜도로 가져온 마이애미는 이번 파이널에서 레이커스를 꺾고 NBA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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