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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청년들이 서울 성동구청 취업게시판 앞에서 게시물을 살피고 있다.
 지난 4월 17일 청년들이 서울 성동구청 취업게시판 앞에서 게시물을 살피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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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6)씨는 언론사 취업 준비생이다. 매일 신문을 읽으며 주요 이슈를 체크하고 일주일에 두 번 스터디원들과 모여 논술 시험을 대비한다. 언뜻 보기엔 그리 바쁘지 않은 일상이지만, 흔히 말하는 '언시생(언론고시생)'은 분주하게 일주일을 보낸다.

일반 사기업과 공기업과 비교해 자기소개서 분량이 많고 문항도 일반적이지 않아 구상하는 데만 며칠씩 걸리기 때문이다. 공고가 떴다 하면 지원서를 작성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낸다. 물론 이는 작년까지의 이야기다.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원래대로라면 본격적인 채용이 시작되었어야 할 상반기가 코로나19로 통으로 날아갔다. 올해 6월, 한 일간지의 채용연계형 인턴이 올해 공고의 첫 신호탄을 쐈다.

취준생 울게 하는 높은 '서류 장벽'
  
채용연계형 인턴이었음에도 700여 명이 넘는 지원자가 원서를 냈다. 이 중 인턴기자로 선발되는 인원은 20명 남짓. 그중에서 정규직 전환이 되어 정식 취재기자가 되는 인원은 10명 이내다. 원래 언론사 입사의 문은 바늘구멍이라 할 정도로 좁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서류전형 선발 인원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코로나19로 고사장 대여가 어려워졌을 뿐더러 한 고사실에 수용 가능한 인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해당 채용에서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해 2차 필기시험 자격을 얻은 인원은 700명 중 단 70여 명뿐이었다. 다른 언론사의 채용연계형 인턴 채용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8월 열린 한 주요 언론사의 서류 통과 인원은 신문기자와 방송기자 직군당 단 20여 명뿐이었다. 대다수 지망생은 열심히 준비한 글을 한 번 꺼내 볼 기회 없이 낙담해야 했다. 합격, 불합격을 떠나 필기시험을 응시하는 것조차 '하늘의 별 따기'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언론사 입사 지망생 A씨는 "작년엔 최종 전형까지 올라갔던 회사조차 올해는 줄줄이 서류탈락"이라며 "코로나19로 서류 선발 인원이 확 줄어드는 바람에 1차 전형 통과가 마치 최종 목표처럼 되어 버렸다"고 푸념했다.

꿈과의 거리 두기, "이제 포기하렵니다"
 
  
 28일 오전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고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취업 박람회 '고졸인재 잡 콘서트'가 개최되고 있다.
 면접 앞둔 취업 준비생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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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가뭄과 연이은 서류탈락에 오랫동안 품었던 꿈을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질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자 언제까지고 언론사 입사만을 준비할 순 없다는 판단에서다.

기자지망생 B(29)씨는 8.15 광화문 집회 이후,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꼬박 3년을 오롯이 '언론고시'에 매진한 그였다. 하지만 수도권 내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 수준이 격상되자, 이어지는 채용 한파를 더는 버틸 수 없었다. 그는 얼마 전, 약 1년간 몸담았던 논술 스터디를 그만두고, 공기업에서 요구하는 NCS(국가직무능력표준)에 합격하기 위해 스터디에 가입했다. 공기업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따기 위해 강남의 컴퓨터 학원도 등록했다.

B씨는 "올해까지만 언론사 취업에 도전하려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욕심이었다. 오랫동안 품어온 꿈을 마지막 도전조차 하지 못하고 포기하니 너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꿈과는 무관한 곳에서 단기 아르바이트직을 구하는 이들도 늘었다. 급한 대로 '용돈 벌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에서다. 4년 동안 방송사 PD 직군을 준비한 C(33)씨는 얼마 전, 한 매체의 객원기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평일 저녁 시간대 예능과 드라마를 보며 줄거리를 요약하는 게 주된 업무다. PD 직군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였지만, C씨가 지원한 객원기자 선발 면접엔 PD 지망생도 상당수 참여했다.

C씨는 "공고가 없는데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며 "PD 지망생들 사이에서 꼭 영상 관련 업무가 아니더라도 경력 한 줄이라도 채우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취준생 정부 지원은? "글쎄요"
   
정부는 지난 10일 코로나 피해 계층을 위해 7조 8천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발표했다. 여기엔 미취업 청년 20만 명에게 50만 원의 특별 구직지원금을 주는 방안도 포함됐다. 취업에 필요한 각종 시험 응시료와 학원 수강료 등으로 사용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당장 지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취준생들은 정부 지원금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은행권 입사 준비생인 D(27)씨는 올해 2월부터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으로 월 50만 원씩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그는 지원금 지급 막바지였던 지난 6월에서야 처음으로 '취업 목적'으로 지원금을 사용했다. 1회 응시에 5만 원 정도인 어학시험 응시료로 사용하려 했지만, 코로나19로 시험이 번번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취준생에게 필요한 건 기업의 채용 규모를 확대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취준생들은 막막하다. 하지만 막막함보다 무서운 건 '무기력함'이다. 코로나19가 언제까지 끝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취준생들은 하루하루를 무기력함에 시달린다. 2018년 하반기부터 취업 시장에 뛰어든 D씨는 "요즘 들어 직장인이 된 내 모습이 상상이 안 간다"며 "왜 하필 이런 시대에 태어났는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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