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보 전북의 골잡이 구스타보가 성남전에서 골을 터뜨린 이후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 구스타보 전북의 골잡이 구스타보가 성남전에서 골을 터뜨린 이후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전북 현대가 지긋지긋한 성남FC 징크스를 깨뜨리며, 7년 만에 FA컵 결승전에 진출했다.
 
전북은 23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과의 '2020 하나은행 FA컵' 4강전에서 구스타보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전북은 2005년 이후 15년 만에 FA컵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바로우-구스타보, 경기 초반 선제골 합작
 
전북은 지난 주말 열린 부산전과 비교해 5명의 선발 라인업을 바꿨다. 이날 모라이스 감독은 스리백을 가동했다. 3-5-2 포메이션에서 송범근이 골키퍼 장갑을 낀 까운데 스리백은 구자룡-최보경-홍정호를 내세웠다. 좌우 윙백은 이주용, 한교원이 포진했고, 수비형 미드필더는 손준호가 자리잡았다. 공격형 미드필더는 이승기-쿠니모토, 투톱은 바로우-구스타보가 포진했다.
 
이에 반해 성남은 이번 주말 K리그 하위스플릿B 파이널 라운드를 대비하기 위해 김영광, 연제민, 유인수, 김동현, 나상호 등 주전들을 대거 제외했다. 포메이션은 5-4-1이었다. 전종혁이 골문을 지킨 가운데 박수일-이창용-마상훈-안영규-최지묵으로 구성된 파이브백을 형성했다. 허리는 홍시후-윤용호-이재원-김현성, 원톱은 양동현이 출전했다.
 
성남은 예상대로 수비에 전념하며 역습을 펼치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전북은 볼 점유율을 높이며 공격을 시도했고, 전반 10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해법은 외국인 듀오 바로우-구스타보였다. 바로우는 구스타보에게 스루 패스를 투입했고, 공을 잡은 구스타보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왼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성남도 반격에 나섰다. 전반 23분 최지묵의 과감한 돌파에 이은 왼발 슈팅이 송범근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에 반해 전북은 구자룡의 부상으로 전반 27분 최철순을 투입하는 악재를 맞았다. 그럼에도 전북의 수비는 흔들림이 없었다. 

모라이스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한교원을 빼고, 조규성을 투입하며 4-3-3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전북은 손준호의 공수 조율과 이승기, 쿠니모토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허리를 장악했다. 경기의 주도권을 쥐어간 전북은 후반 12분 추가골 기회를 아쉽게 무산시켰다. 페널티 박스 밖으로 흘러나온 루즈볼을 최철순이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오른쪽 골포스트를 튕겨 나왔다. 이후 구스타보가 밀어 넣었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후반 23분 손준호의 중거리 슛은 골대 왼쪽으로 벗어나며 좀처럼 점수차를 벌리는데 실패했다.
 
성남의 김남일 감독도 후반 중반 양동현, 홍시후 대신 토미, 이스칸데로프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40분 성남은 이재원이 박스 침투에 이은 마무리 슈팅으로 동점을 노렸지만 최철순, 손준호의 수비에 차단당했다.

전북은 후반 45분 수비형 미드필더 신형민을 투입하며 수비 강화에 힘썼다. 성남 도 후반 추가시간 요바노비치를 투입해 높이를 강화했으나 끝내 반전시키지 못했다. 
 
전북, 구단 역사상 최초 더블 도전
 
전북은 2010년 이후 K리그 독주 체제를 구축하며 전성 시대를 열었다. 전북은 K리그, ACL에서 정상에 오르며 최강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켰다. 언제나 이들의 목표는 트레블(리그, ACL, FA컵 우승)이었다.
 
하지만 정작 세 마리 토끼를 잡지 못했다. 언제나 FA컵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FA컵 우승은 무려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나마 결승 진출도 7년 전이다. 심지어 4년 연속 2부리그 팀에 패하며 FA컵 징크스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그리고 전북은 올 시즌 유독 성남만 만나면 작아졌다. 감독으로 1년차인 김남일의 성남을 상대로 1무 1패의 열세를 보인 것이다. 특히 중요한 고비마다 성남에게 가로막혀 승점을 쌓지 못한 전북으로선 이번 FA컵에서 복수의 칼을 갈았다.
 
하지만 전북은 구바로우(구스타보+바로우)를 보유하고 있었다. 원래 바로우의 본 포지션은 왼쪽 윙어다. 그런데 모라이스 감독은 이날 바로우를 구스타보와 함께 투톱으로 짝을 지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두 콤비는 이 경기뿐만 아니라 시즌 내내 찰떡궁합 호흡을 자랑한 바 있다.
 
전북은 올 시즌 전반기 동안 최전방 골잡이, 2선 특급 윙어 부재를 앓았다. 2부리그에서 영입한 조규성이 리그 2골에 머물렀고, 외국인 선수 벨트비크, 무릴로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결국 전북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구스타보, 바로우를 영입해 부족한 약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두 외국인 선수는 비교적 빠르게 적응하며 전북의 전력을 업그레이드시켰다.
 
구스타보는 파워풀한 피지컬, 골 결정력, 제공권 능력에서 특급 스트라이커의 포스를 뿜어냈다. 바로우도 빠른 주력과 정교한 테크닉으로 측면 공격력을 배가시켰다. 오른쪽 측면의 한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전북으로선 한층 다양한 공격 루트를 만드는데 기여했다.

현재 전북은 리그에서 1위 울산에 2점 차로 추격하며 역전 우승 가능성을 바라보고 있다. 만약 리그에서 정상에 오를 경우 사상 최초의 K리그1 4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여기에 FA컵마저 거머쥐면 전북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국내대회 더블'(리그, FA컵 우승)이라는 역사를 쓸 수 있다. FA컵 징크스, 성남 징크스를 극복한 전북이 오는 주말 열리는 파이널 라운드에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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