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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언택트가 유행이자 대세라고 한다. 비대면 수업, 비대면 회의, 비대면 배달에 이어 비대면 회식까지 한다니, 대세가 맞긴 맞는 것 같다. 바로 몇 달 전만해도 상상도 못 했을 활동들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역설적으로 코로나 시대는 실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비대면으로 대체할 수 없는 여러 필수적인 노동에 기대어 있었다는 점이 드러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가 노동시간에 미친 영향 중 많은 논의가 일자리 감소 관련 직종 아니면 ‘재택근무’, ‘디지털 업무’ 등에 쏠려 있는 지금, 대신할 수 없는 노동을 하는 이들의 노동시간은 어떻게 달라졌을까?[기자말]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 신지선(가명)씨를 9월 1일 만났다. 가까이에서 사람들을 직접 돌보는 일을 하는 보육교사들은, 코로나로 인한 일상의 영향이 커진 것에 비례해 노동의 내용과 구성이 상당히 달라졌다. 어린이집의 경우, 노동강도가 높아졌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불안감이나 다른 어려움은 늘어났다. 어린이들의 등원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신입은 5월 이후에야 받았고, 원래 다니던 어린이들도 재원율이 3월에는 30% 정도였다.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줄어들면서, 6월쯤 되어 대부분 출석하게 됐지만, 8월 중순 다시 유행이 증가하게 된 거다. 원래 한 번 하던 소독을 두 번 하고, 놀잇감 세척은 매일 소독기 돌리는 것과 별도로 일주일에 두 번은 물로 씻고, 추가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어린이집 전체 방역을 하지만, 원래 하던 것이 조금 더 늘어난 정도라고 느낀다. 더 큰 변화는 어린이 돌봄 그 자체다. 

"낯가림이 한참 심한 아이들도 있는데, 그 어린이도 너무 힘든 상황일 것이다. 선생님들이 다 마스크 하고 있으니, 매일 낯설어 하고 낯가림이 별로 나아지질 않는다. 아침마다 울면, 마스크 내려서 얼굴 보여주면서 웃어야 겨우 따라 웃는다. 3~4세만 돼도 모두 테이블 하나 당 한 명씩 떨어져 앉고, 각자 자기 놀잇감 가지고 놀고 있다. 둘이서 하는 소꿉놀이도 금지다. 어린이집이 그저 아이를 맡겨놓는 공간이 아니고, 사회성 발달을 기대하는 건데, 지금은 그걸 기대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어린이들은 부모의 감정 상태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데, 지금은 부모도 불안해하는 시기이다. 그런 영향에다, 9명 정도 나와서 같이 놀던 어린이집에 혼자 혹은 둘이 나와서 각자 앉아 있으니, 어린이들이 어린이집에 나와 있는데도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공적인 돌봄을 지속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만도 어려운 상황이다. 어린이들이 현재의 어린이집에서 제대로 보호와 살핌을 받기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이다. 영유아 교육 종사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지침과도 같은 '영유아의 생명과 안전은 타협 대상이 아니다'라는 원칙에 위배되는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공적 돌봄 담당자들을 멈칫하게 만든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에서의 공공 보육을 최선이라고 오랫동안 고민해 왔던 신지선씨도 지금 이런 상황이면 어린이집으로 보내지 말라고 하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지선씨가 근무하는 지자체만 해도, 벌써 어린이집 10군데가 확진자가 지나쳐 가거나, 감염이 의심되어 폐쇄됐다가 열렸다. 10% 가까운 숫자다. 게다가 감염 위험 때문에, 따로따로 놀아야 한다거나, 어린이들이 종일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교육적으로도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 
 
 코로나19는 보육교사 신지선씨에게 보육의 역할, 공공보육의 전망 등 오래 가져왔던 생각들을 스스로 의심하게 했다.
 코로나19는 보육교사 신지선씨에게 보육의 역할, 공공보육의 전망 등 오래 가져왔던 생각들을 스스로 의심하게 했다.
ⓒ 망고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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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과 어린이집에 있으면 아주 밀접하게 접촉을 하게 되니, 서로 보호를 위해 마스크를 쓴다. 그런데 이게 아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밥 먹을 때도 일렬로 앉아, 대화를 안 하니 식사 지도도 안 된다. 아이들 양치 지도도 교사는 마스크를 쓴 채로, 화장실에 한 명씩 데리고 들어가서 양치질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한다.

그런데 아직 말을 배우고 있는 상태인 어린이들은 선생님이 마스크를 쓰고 '아~ 해보세요' 하면 자동으로 입을 벌리는 게 아니다. '아'라는 언어적 지시 뿐 아니라, 선생님이 입을 벌린 것을 시각적으로 보고, 동시에 선생님이 턱을 눌러주기도 하는 등, 다양한 자극을 함께 받으면서 배우게 되는데, 선생님 입 모양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아' 하라는 말이 바로 따라 하기 어려운 것이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니, 사실 이런 시기에 공적 육아, 사회적 돌봄 얘기를 꺼내기가 힘들 지경이다. 코로나 유행 초반에만 해도, '이번 기회에 사회서비스원을 강화하고 공적 서비스를 확장해가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물론 이런 기본적인 방향에는 지금도 동의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공적 기관으로 만들어서 돌봄을 사회화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공동체화, 대규모 공영화 개념을 포함하게 된다.

특히 공교육을 고민할 때는, 어린이집, 유아원, 유치원, 학교 이런 식으로 어린이들의 삶을 단절시키지 않고, 한 기관에서 풀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정말 코로나가 '새로운 표준'이 된다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다른 대안들이 같이 고민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들의 교육과 발달에 어떤 게 더 도움이 될까 하던 논의가 '안전'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해버렸다는 생각이다.

둘 사이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보육교사 같은 노동자들도 노력해야겠지만, 아직은 당장의 감염 상황에 대응하기 바쁘다. 최근 돌봄에 대한 연구가 주로 노인 인구 증가에 발맞춰 노인에 대한 것이 많았다면, 새로운 시대에 아동 돌봄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적 육아, 사회적 돌봄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면, 이런 부담은 다시 '가족'의 역할로 이름 붙고 이는 고스란히 '여성'의 부담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가족돌봄휴가 신청자(12만 6310명)의 62.1%는 여성이었다. 통계청의 올해 7월 '고용동향' 통계를 보면, '가사' 활동 중인 비경제활동인구가 남성 중에선 전년 동월과 대비해 4000명 늘었지만 여성의 경우 21만3000명 증가했다. 신지선씨도 이를 피부로 느낀다. 

"돌봄 노동의 중요성이 다시 얘기된다고 하지만,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흐름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돌봄은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믿을 것은 가족 뿐이고, 돌봄 책임은 가족이 져야 한다는 생각이 훨씬 강해진 것 같다.

벌써 여성 일자리들이 먼저 위협받는 것 같고, 여성이 가정에서 돌봄 담당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어린이집 원아 어머니 중에도 육아휴직이 끝나가는데 퇴직 당했거나, 출산 후 구직 준비 중이었는데 구직 포기한 경우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가정 내 무급 돌봄 노동자와 유급 돌봄 노동자 사이의 갈등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어린이집 교사 커뮤니티에서는 '조부모가 있는데도' 혹은 '엄마가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데도', '부모가 재택근무하고 있는데도' 왜 어린이를 긴급돌봄에 보내느냐하는 불만이 가장 뜨거운 이슈라고 한다.

8월 말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가 재확산됐을 때도, 일부 언론은 "육아 힘들어 긴급보육 이용... 100명 중 60명 등원, 거리두기는 없다"며 가정 돌봄이 가능한데 긴급보육을 보내는 부모들을 짐짓 나무라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2.5단계로 강화되면서는 수도권 어린이집이 휴원하고, 긴급보육도 최소화하라는 지침이 있긴 했지만, 그 전까지는 어린이집 이용에 규정이 명확하지 않았다. 

어린이 등원 뿐 아니라, 교사 배치 등에 대해서도 정확한 규정이 없는 경우가 많다. 긴급 보육이니까, 최대한 어린이집 등원하지 않도록 적극 안내하라고 공문은 내려오지만, 사실상 각자 어린이집마다 '하고 싶은대로 한다'고 보인다. 교사도 최소배치하도록 하니, 휴가를 쓰게 하고 있는데, 무급인지 유급인지, 연차인지 휴가인지 명확하지 않아, 결국 원장 마음이 된다. 이런 회색 지대가 넓어질수록 공공보육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게 신지선씨의 고민이다. 

"아이들 등원율은 30%도 안 되는데, 어린이집들에 지원금을 주고 있으니, 세금낭비처럼 보일 수 있다. 이는 '양육 수당 줄테니 집에서 키워라' 혹은 '선별적 복지로 가자'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방역 우려에서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긴급 보육 이용 가능한 대상을 제한하자는 얘기가 대표적으로, 이런 논리로 흐를 위험이 있어 우려스럽다. 대안적인 공공 돌봄에 대한 고민은 빠지고, 가족 중심으로 회귀하는 경향만 너무 두드러져 보여서 걱정이다.

이런 경향은 이 시간이 지난 뒤, 계급 계층간의 차이를 심각하게 악화시킬 것이다. 사적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집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고 보살핌 받은 어린이와 어린이집에서 긴급 돌봄 받는 어린이 사이에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긴급 돌봄 받는 어린이들은, 부모가 일할 수밖에 없는 경우, 할머니 등 조력을 구할 수도 없는 경우다. 이런 기간이 길어지면, 그 영향은 정말 클 거라고 생각한다."


신지선씨의 '코로나 시대 노동시간'은 자신이 해 오던 노동의 의미와 전망 자체가 새로 재구성되는 시간이다. 보육의 역할, 공공보육의 전망 등 오래 가져왔던 생각들을 스스로 의심하고, 더 깊은 곳에서부터 새로운 질문을 던져 보려 애쓰고 있다.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우려와 불안이 훨씬 크다. 그럼에도 나의 노동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고민을 놓지 않고 일하는 신지선씨는 자기 노동시간의 주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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