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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을 품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는 조선시대 왕이 사냥을 하고 말을 키우고 군사훈련을 시키던 장소였다. 채소밭이 무성했던 이곳은 1960년대 이후 2000여 개의 공장이 밤낮없이 돌아가는 공단으로 탈바꿈했다가 2~3년 전부터는 사회적 기업을 비롯한 소셜 벤처들이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한강을 끼고있는 서울숲 공원, 1990년대까지 우리나라 3대 구두회사 공장들이 있었던 '수제화 거리' 등이 어우러져 묘한 매력을 연출한다.

거창한 IT 기업만이 소셜 벤처가 아니다. 노숙인들에게 판매권을 부여하고 판매수익의 절반을 돌려주는 비즈니스 모델로 유명한 '빅이슈'가 그렇다. 1991년 9월 영국에서 창간한 '빅이슈'는 영국에서만 340만 명에게 주거지를 제공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정부가 성수동 일대를 소셜 벤처들을 위한 허브로 키우기로 공약한 가운데 서울시는 특별히 감염병과 환경 등 도시문제 해결의 노하우를 발휘하려는 스타트업들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지난 6월 문을 연 '서울창업허브 성수'는 임팩트투자사(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나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사업이나 기업에 투자하는 회사)의 적격심사를 통과한 우수기업들중에서 선발되는데, 이곳은 저렴한 임대료와 쾌적한 근무 환경 때문에 스타트업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임팩트 투자사들로부터 지금 시대에 필요한 기업들의 조건에 대해 들어봤다.
 
 임팩트 투자사 'D3쥬빌리파트너스'의 직원들. 오른쪽 끝이 임성훈 파트너.
 임팩트 투자사 "D3쥬빌리파트너스"의 직원들. 오른쪽 끝이 임성훈 파트너.
ⓒ D3쥬빌리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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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3쥬빌리파트너스 파트너 임성훈

D3쥬빌리파트너스(아래 D3)는 국내에서 '임팩트 투자'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2011년에 설립된 임팩트 투자 전문기업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30억 원으로 늘린 뒤 2018년 창투업 라이센스를 취득했다. 500억 원 규모의 운용자금으로 지금까지 25개 회사에 투자했다.

D3가 투자한 기업 2곳이 서울창업허브 성수에 입주했다. 하나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통역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소보로(소리를 보는 통로)이고, 또 하나는 상수도의 누수를 관리하는 솔루션을 만드는 위플랫이다. 두 회사는 각각 사회적 소수자를 지원하고, 수자원 절감이라는 환경 문제의 해법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도시문제 해결 스타트업을 우선 입주시키려는 서울시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 어떤 점을 보고 소보로에 투자하게 됐나?
"D3는 시리즈A 단계의 기업들에 주로 투자하는데, 시드 단계의 회사에 5억 원을 투자한 것은 이례적이다. 소보로가 개발하는 시스템은 회사 대표가 대학생일 때 청각장애인 친구가 수업을 잘 들을 수 있도록 도우려는 목적에서 시작됐는데, 비장애인으로까지 시장 확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 거대 IT기업 구글이 음성을 문자로 전환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작은 스타트업이 이런 업체들과 궁극적으로 경쟁이 되겠나하는 우려도 있다.
"구글 서비스를 써보면 알겠지만, 어린이나 발음이 어눌한 사람의 음성 인식률은 좋지가 않다. 소보로의 경우 처음부터 고객 타깃을 장애인으로 두고 개발을 시작했기 때문에 비장애인 대상의 다른 솔루션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은 개발 목표를 가지게 됐다. 청각장애인들에게 만족감을 충분히 줘야 비장애인을 위한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계산이다. 흔히 이런 서비스는 개발 목표는 높으면서도 돈이 안 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이런 점 때문에 산업적 측면에서는 더 넓은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임 파트너는 이 대목에서 "임팩트 투자라고 하면 마냥 '목적은 선하지만 수익이 안 나는 투자'라는 인식이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가치를 사업 모델로 만들어보려는 기업들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자본주의는 이러한 사회적 수요를 만족시켜주는 기업에 궁극적인 이익을 안겨주는 시스템 아닌가? 지금 고령화, 환경, 양극화 등 수많은 사회 문제들이 터져나오는데 어떤 문제든지 사회적으로 심각해진 후에 해결하려고 하면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게 된다. 사회적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이런 비용들을 줄일 수 있다. 해외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임팩트 투자의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는데, 임팩트 투자 성장세가 매우 가팔라서 수익률이 16%에 이른다."

- 국내에서 임팩트 투자가 활성화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생활이 어려운 분들의 처지는 복지나 기부로 사회안전망을 보완해야겠지만 언제까지 세금이나 선의에만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생태계가 커지려면 공공기관의 리드는 필수적이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투자를 복지 개념으로 소비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신산업 육성의 관점에서 관련 예산을 더 확대했으면 좋겠다. 임팩트 투자를 새로운 투자 기회로 인식해야 한다."

▲ 소풍 한상엽 대표
 
 임팩트 액셀러레이터 '소풍'의 한상엽 대표
 임팩트 액셀러레이터 "소풍"의 한상엽 대표
ⓒ 소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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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은 소셜벤처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임팩트 액셀러이터사다. 9월 현재 74개사에 투자를 했고, 투자유치 누적액은 5299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소풍은 전체 투자의 75%를 설립 1년 미만의 스타트업에 집중했다. '서울창업허브 성수'에 둥지를 튼 기업 3곳이 소풍의 투자를 받았다.

- 어떤 기업들에 투자했나?
"소보로에는 수천만 원의 시드머니를 제공했다. 양질의 생활용품을 만드는 공장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업체 '단골공장', 재활 또는 운동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체형분석영상 솔루션을 개발하는 MG솔루션스, 쾌적하고 멋진 집을 원하는 고객과 디자이너를 연결하는 플랫폼 서비스 '홈리에종' 등이 소풍의 추천을 받아 입주한 기업들이다. 홈리에종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높아졌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 정부가 소셜 벤처 육성 방침을 밝히면서 창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소풍이 기업에 투자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세 가지를 본다. 첫째, 소셜 임팩트(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지향성이 명확한가?

둘째, 솔루션과 사회문제가 적절히 연결되어 있나? 그 회사가 내놓으려는 솔루션이 사회문제 해결에 적절한 지점을 짚고있냐를 묻는 거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려면 이윤이 창출되어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사회적 가치도 함께 나와야 한다.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가치를 명확하게 측정하거나 평가할 수 있는 계획이 있는가? 어떤 기업의 성과를 따질 때 주로 KPI(핵심성과지표)를 보는데, 우리는 사업 실적은 물론이고 사회적 영향에 대한 성과지표도 함께 들여다본다."

- 15일 열린 사회적 가치 축제 'SOVAC 2020'에서 "문제를 정의하는 순간, 솔루션도 어느 정도 만들어진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우리가 투자했던 소보로를 예로 들어보겠다. 청각장애인이 소통의 어려움을 얘기하면 사람들은 '속기사를 붙여줘야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소보로는 '그걸로 해결이 되겠냐'는 질문에서 시작해서 '청각장애인들이 아무 때나 이용 가능한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스마트폰에 그런 기능을 구현해보자'는 결론으로 나갔다."

- 임팩트 투자의 저변 확대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의 마케팅과 PR은 유통-제조 분야의 대기업에 아무래도 밀릴 수밖에 없다. 이런 기업들이 성장하려면 소비자들이 이들 제품을 애용해줘야 한다. 그리고 소셜벤처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정부가 여러 가지 지원책들을 내놓지만, 임팩트투자사들 입장에서는 출자사 구하기가 어렵다. 해외에서는 임팩트 투자사들에게 자본을 가장 많이 내놓는 곳이 정부 아니면 비영리재단들이다. 임팩트 투자사들을 위한 출자자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인데 우리나라는 재단들의 사용처 제한이 엄한 편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가치는 임팩트 투자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는 것은 분명한데, 이러한 가치 창출을 위한 초기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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