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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2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국내 주요 개신교단 총회에 즈음한 '평등 세상을 바라는 호소문' 발표 긴급 기자회견'이 있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의 하늘 대표가 호소문을 읽고 있다.
 9월 22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국내 주요 개신교단 총회에 즈음한 "평등 세상을 바라는 호소문" 발표 긴급 기자회견"이 있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의 하늘 대표가 호소문을 읽고 있다.
ⓒ 권이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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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11시 뜨거운 햇볕이 길거리를 데우는 시간,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회관 앞에 성소수자부모모임과 연대인이 모였다. 

9월은 한국 개신교 여러 교단이 총회를 여는 달이다. 특히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측(총회장 소강석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총회장 신정호 목사) 및 국내 주요 장로교단 총회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맞아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성소수자부모모임과 NCCK 인권센터(이사장 홍인식 목사, 소장 박승렬 목사)는 한국 개신교가 교단 내의 성소수자 혐오,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등을 넘어 평등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교계에 전하기 위해 '평등 세상을 바라는 호소문'을 준비했다. 

기자회견 중 음향기기가 고장 나 기자회견 발언인이 목청 높여 발언과 낭독을 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끄러운 길거리의 소음과 고장 난 음향기기도 평등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열정을 막지는 못했다.

"한국 교회에 속한 사람으로서 사과해"

기자회견은 NCCK 인권센터 사무국장 김민지 목사의 사회로 시작됐다. 호소문을 낭독하기 전에 기자회견 참석인의 발언이 먼저 이어졌다.

여는 말로는 NCCK 인권센터 소장인 박승렬 목사가 나섰다. 그는 "우리도 죄인"이라고 했다. 이어 본인도 "(성소수자) 부모님들의 눈물을 닦아주지는 못할망정 고통을 더하고 있는 한국 교회에 속한 한 사람으로서 사과드리고 용서를 구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 목사는 "한국 교회가 심판자 행세를 한다"라고 했다. 교회가 하느님이 아닌 이상 누가 누구를 죄인으로 단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교회는 용서받은 죄인의 입장으로 서로 사랑하라는 의무만 있을 뿐이다.

그는 "동성애가 죄냐 아니냐는 더 따질 필요가 없다"고 못 박기도 했다. 또 우리 모두가 용서받은 죄인으로서 성소수자의 부모, 이웃이 되고, 혐오와 차별을 반대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다음으로는 성소수자부모모임의 오소리 활동가의 발언이 있었다. 오 활동가는 "오늘날 성 소수자들은 사회의 수많은 차별과 혐오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는 터무니 없는 음해로 인해 박해받았던 과거 기독교의 사례와 비슷한 모양새라고 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무지와 정치적인 이유 등의 음해가 성소수자를 혐오의 자리로 내몬다는 것이다. 그는 "(성소수자 또한) 하나님의 손길이 가닿아 탄생한 인간이기에 모든 인간은 그 존재만으로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하나님은 성소수자들 또한 존재하는 그 자체로 사랑하신다"라고도 말했다. 오 활동가는 "교회가 성 소수자들도 상생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으로 변화하길 바란다"라는 말을 남겼다.

연대 발언으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목사이자 교회와사회연구소 대표인 박성철 교수와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 박상훈 신부가 마이크를 잡았다. 박 교수는 "한때 이 땅의 민중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한국의 기독교회가 전광훈 사태와 같은 극우 기독교의 부상으로 몰락의 길에 서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는 사랑을 실천하는 신앙의 공동체"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교회가 신사참배를 결의하고 개발독재와 결탁하는 등의 역사적 과오"를 저질렀던 과거를 언급하며 "(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것은 역사적 과오를 다시금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정의, 즉 사랑에 기초한 하나님의 정의는 힘이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 힘을 가진 사람에게 주어진 의미이지 힘을 가진 사람이 힘이 없는 사람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차별금지법을 하나님의 정의라는 명목으로 가로막는 것은 인간의 불의를 정당화하는 행위일 뿐"이라는 말도 남겼다.

박 교수는 특히 보수 교단의 젊은 목회자들을 향해 "과거 신앙의 선배들이 저질렀던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고 차별 금지법 제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간청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박 신부는 "우리는 크고 작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에게 동등하고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 그것이 그리스도인들이 믿고 있는 하느님의 창조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조의 뜻을 어기면서까지 어떤 소수자들을 차별하고 배제하고 모욕을 주는가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한국 교계를 향해 의문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가톨릭 교계와 개신교계를 향해 "(성소수자들도) 똑같은 주님의 자녀들이니 차별하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발언을 마쳤다.

기자회견은 성소수자부모모임의 하늘 대표가 호소문을 읽으며 마무리됐다. 하늘 대표는 동성애자인 아들을 둔 부모이자 가톨릭 신자다. 그는 "혐오와 차별인 만연한 세상에서 성소수자가 모든 사람과 똑같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늘 대표는 호소문을 통해 "교회가 성소수자들에게 우정과 환대의 손을 내밀어 줄 수 있기"를 간청했다. "성소수자로 태어나 세상의 혐오와 차별을 견디지 못해 생을 마감한 이들"을 언급할 때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기자회견 현장에 나타나 방해 중인 보수 기독교계 남성, 주최 측에서 진정시키고 있으나 계속해서 저주를 퍼부었다.
 기자회견 현장에 나타나 방해 중인 보수 기독교계 남성, 주최 측에서 진정시키고 있으나 계속해서 저주를 퍼부었다.
ⓒ 권이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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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대표가 호소문을 낭독하는 중에 보수 기독교인 남성이 찾아와 기자회견을 방해하며 난동을 부렸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 적힌 붉은 조끼를 입은 그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이들을 향해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를 진정시키고자 몇 사람이 달려들었다. 한국 기독교계의 차별과 혐오로 고통받는 성소수자와 가족의 외침, 그 외침을 막으려는 남성의 모습은 오늘날 한국 기독교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독교 인터넷신문 <에큐메니안>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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