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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 한국인 유튜버가 필리핀 국기를 찢는 장면
 문제의 한국인 유튜버가 필리핀 국기를 찢는 장면
ⓒ 지틀러(Jit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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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한국인 남성 유튜버(Youtuber)가 연일 화제다. 그가 여론의 도마에 오른 이유는 그가 필리핀 국기 그림에 침을 뱉고, 마구 찢어 카메라를 향해 던지고, 심지어 발로 짓밟는 행위까지 영상에 담아 유튜브에 게시했기 때문이다. 그의 영상은 9월 21일 기준 조회수 88만 회를 기록했고, 모 언론사는 이를 뉴스로 보도하기까지 했다.

그는 앞서 미국 하와이에 거주 중인 필리핀인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자신의 팔에 새긴 일본 욱일기 문양의 문신을 촬영해 틱톡(Tiktok) 계정에 올린 것을 보고 격분해, 복수심이 들어 필리핀 국기 훼손 영상을 게시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로 인해 필리핀 네티즌들이 분노했고, 보다 못한 다른 한국인 유튜버들이 대신 사과 영상을 올리기까지 했다. 그의 영상은 현재까지 게시돼 있고, 해당 영상 이후에도 필리핀인을 향한 폄훼 의미가 담긴 동영상을 여러 차례 게시했다. 

그의 행위는 필리핀인들의 반발은 물론, 다른 한국인들에게도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무엇보다, 최초 이슈를 야기한 그 필리핀 인플루언서가 해당 게시물이 논란이 된 직후 즉각 사과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욱일기 문양의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생긴 착오이고, 곧 이를 지울 예정이며, 한국인들을 불편하게 하여 미안하다는 취지의 사과문을 현재까지도 트위터에 올려놓았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필리핀인 인플루언서(Influencer) 사과문 문제의 필리핀인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사과문
▲ 필리핀인 인플루언서(Influencer) 사과문 문제의 필리핀인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사과문
ⓒ Bella Po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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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당 한국인 유튜버가 논쟁적인 영상을 올려 필리핀인들을 자극하면서, 이로 인해 불필요한 감정싸움이 커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논란 이후에도 그가 사과는커녕 필리핀인들을 폄훼하는 발언을 이어갔다는 점이다. 이 이슈를 다루거나, 이 사건과 관련해 필리핀인들에게 사과하는 유튜버들을 대상으로 그는 해당 유튜버들이 '돈을 보고' 그러한 영상을 올린다는 식으로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과 필리핀 네티즌들 상당수는 점차 해당 이슈를 국민 간 감정싸움의 소재로 보지 않고, 해당 유튜버 개인의 일탈로 인식하였다. 필리핀에서도 초기에는 한국 국기를 찢거나, 해시태그(Hashtag)를 달고 Cancel Korea(한국을 취소하라)는 움직임이 많았다. 하지만 다른 한국인 유튜버들의 연이은 댓글과 영상이 이어졌고, 최근 다수 필리핀 네티즌들도 그의 행동이 한국 전체를 대변하지 않음을 인식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자칫 두 나라 국민들 사이에 거친 설전이 장기간 지속될 뻔했지만, 양국의 성숙한 시민들의 노력으로 그러한 갈등은 줄어들어 가고 있다. 한 한국인 유튜버는 필리핀이 한국전쟁에 참전해 남한을 도왔던 나라라는 역사적 사실을 다룬 콘텐츠를 올리며 양국의 돈독한 관계에 대해 상기시키기도 했다. 

문제 영상을 올린 유튜버는 이후 자신의 행동이 '다양한 애국심 표현' 중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선, 개인적 수준의 실수를 국가적 차원의 갈등으로 확대하는 행위는 애국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는 영상에서 '일본이 그런 행동을 했다면 더 심했을 것'이라며 반박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반일감정이 거셌던 이유는, 일본 정부가 2차 세계대전 당시 행해진 국가 폭력에 대해 태도를 불명확했기 때문이다. 즉, 이런 반일감정은 보편적 일본 시민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었으며, 만약 누군가가 그렇게 한다면 똑같이 손가락질의 대상이 돼야 할 것이다.

또한 이미 명확하게 사과한 내용을 가지고 재차 문제 삼는 것을 애국의 방식으로 보기 힘들다. 만약 그 필리핀인 인플루언서가 이후에 고의로 한국인을 화나게 하려는 목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한다면 반발이 있었겠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보아 그런 의심을 할 이유는 없다. 더욱이, 진정한 애국자라면 필리핀 현지 교민들에게 불필요한 불안감을 안겨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는 필리핀과 외교 관계도, 필리핀 교민의 안전 문제도 현재 아무 이상이 없으며, 그럴 수만 있다면 오히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민 사회 관계자들은 바로 이러한 발언 때문에 불안한 것이며, 이미 교민 사회 스스로가 밝힌 불안감을 애써 부정할 수는 없다.

필리핀 국기 그림 찢은 유튜버, 그 또한 애국주의 담론의 피해자

이렇듯 그의 배타적인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필자는 그가 하루 속히 필리핀 네티즌들에게 사과하기를 촉구한다.

다만, 그 이전에 필자는 불특정 한국인들을 대신해 논란의 영상을 올린 바로 그 유튜버에게 대신 사과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보기 시청한 그의 '인생 이야기' 영상에 따르면, 자신은 초등학교 시절 소위 '일본 무술'인 검도를 배운다는 이유로 태권도를 배우는 다른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단순히 운동으로서 검도를 배우고 싶었을 뿐인데, 매일 같이 그렇게 놀림을 받은 것이 억울했다는 것이다. 그 역시 다른 누군가의 불필요한 배타적 애국주의적 담론의 피해자였던 것이다.
  
'인생이야기' 중 문제의 한국인 유튜버가 자신의 초등학생 시절 이야기를 하는 장면
▲ "인생이야기" 중 문제의 한국인 유튜버가 자신의 초등학생 시절 이야기를 하는 장면
ⓒ 지틀러 (Jit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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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듯이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으로 보아, 아직까지 그에게 제대로 사과한 이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세세한 사실관계를 지금에 와서 따질 수는 없지만, 그때 그의 억울함을 한 번도 이해해준 이가 없다는 것은 대단히 아쉽다. 그가 어떻게 받아들이지, 또 실제 필리핀인들에게 사과할지는 알 수 없다. 그건 순수하게 그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혹시나 남아있을 그의 마음속 억울함을 외면할 수 없다. 그 당시 그를 괴롭혔던 이들을 대신해,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을 남긴다. 그때 당신은 아무 잘못이 없었다고. 그렇기에, 앞으로는 함께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노력하자고 제안한다. 

애국은 쇄국과 구별돼야 한다. 쇄국이 외국에 대해 배타적이며 한국만 우월하다는 생각에 기초한다면, 현대의 애국은 원하든 원치 않든, 다른 나라 및 문화와의 관계 속에서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애국의 방식과 표현도, 더욱 세련돼질 필요가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많은 시민은 이미 성숙한 태도로 이런 문제를 다뤄왔다는 점이며, 덕분에 불필요한 갈등을 슬기롭게 이겨냈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성숙함을 보다 공고히 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문제의 유튜버와 같은 방식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각자의 위치에서 '애국'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고, 더는 그가 검도를 한다고 놀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를 위해, 그들을 위해,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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