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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23일 오전 7시 56분]

코로나 시대에 우리 문화의 근간인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신기술을 활용한 문화재 보존관리와 방재를 위해 5G, ICT, 드론 등 디지털기술이 적용된다.

문화재 활용 현장에서는 영상을 통해 우울감을 치유하는 '문화유산 ASMR'을 비롯하여 5G로 궁궐을 체험할 수 있는 창덕궁 AR(증강현실), 덕수궁 VR(가상현실)이 개발되어 비대면 시대에 누구나 쉽게 온라인, 스마트폰으로 문화유산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해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판 뉴딜' 정책 기조에 맞춰, 실감·융합콘텐츠 등 디지털뉴딜 분야 과제 47개, 친환경 생활 SOC 구축 등 그린뉴딜 분야 과제 2개,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 등 안전망 강화 분야 과제 2개를 포함, 총 51개 세부과제를 내년부터 추진한다. 한국의 문화예술이 전 세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연결되어 문화적 만남을 이어주는 신한류 공동체를 만든다.
 
경회루 건립 600주년을 맞은 2012년, 경복궁에서 경회루의 실경을 활용하여 경복궁의 역사와 전통공연이 미디어아트와 융합된 <경회루 연향>. 공연 중 극적인 연출을 위해 임진왜란으로 경복궁이 불타는 모습을 표현한 프로젝션맵핑 장면
 경회루 건립 600주년을 맞은 2012년, 경복궁에서 경회루의 실경을 활용하여 경복궁의 역사와 전통공연이 미디어아트와 융합된 <경회루 연향>. 공연 중 극적인 연출을 위해 임진왜란으로 경복궁이 불타는 모습을 표현한 프로젝션맵핑 장면
ⓒ 전통플랫폼 헤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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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체위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에 따르면 올해 진행되고 있는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김영준) 주관의 '5G 실감형 광화문 프로젝트'는 시범적으로 가을 시연 행사를 거쳐 내년 봄 광화문 인근에 체험관이 조성된다. AR 안내시스템과 도로 위 홀로그램, 거리조명 공연, 프로젝션맵핑 등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개발되어 디지털로 체험하게 된다.

사업 대상지가 광화문인데, 조선의 정궁이자 법궁인 경복궁의 정문으로 건조물로서의 문화재 활용뿐만 아니라 내용으로도 문화재가 콘텐츠의 소재로 활용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문화유산의 가치는 무엇일까? 우리 정체성의 뿌리이고 다양성의 원천이며 지속 가능한 인류 공동의 자산인 문화유산에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넘어 비대면 사회는 새로운 가치를 요구한다.

작금의 상황에서 문화유산의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유산을 첨단 과학기술이라는 새로운 그릇에 담아 인문지식과 디지털이 융합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아가 한국문화를 세계로 확산하는 신한류와의 융합도 중요한 과제다.

새로운 가치는 문화유산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여 문화재형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선도적 역할을 하며 한국문화의 새로운 물결로 국가브랜드를 높인다. 언택트 환경에 문화유산 활용의 대안은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과학기술과의 접목이다.

2003년 유네스코(UNESCO)는 디지털 유산의 보존에 대한 헌장을 제정했다.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디지털로 보존, 연구, 응용하고 콘텐츠로 보급하는 개념이 디지털 헤리티지(Digital Heritage)다.

이 디지털 헤리티지 중 2021년부터 전국의 세계유산에서 문화유산을 활용한 미디어파사드를 만나게 된다. 문화재청이 지난 8월부터 지자체를 대상으로 '2021년 세계유산 활용 콘텐츠 구축' 사업을 공모하여 9월 심사를 마치고 5개 지자체를 선정했다. 디지털기술로 새롭게 만나게 될 세계유산은 수원화성, 백제역사유적지구(공주 공산성, 부여 부소산성, 익산 미륵사지), 산사-한국의 산지승원(충북 보은 법주사)이다.

3개의 세계유산에서 펼쳐질 5건의 미디어파사드의 핵심적 기법은 문화재를 스크린으로 활용하여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션맵핑이다.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담아 코로나19의 위험환경인 3밀(밀접·밀집·밀폐)을 차단할 수 있는 문화재 향유 체험이다.

개방된 문화재 현장에서 문화유산을 안전하게 체험할 수 있는 야외 관람형 프로그램으로 온라인으로도 서비스하여 문화재를 누리도록 하는 문화유산형 공공예술이다. 문화유산관광이 체류형 야간관광상품으로 이어져 지역경제를 창출한다.
 
2015년 [광복 70년 기념 문화유산 활용 축제]의 하나로 진행된 덕수궁 석조전 미디어파사드. 석조전 건립 후 최초로 진행된 미디어파사드로 '이오니아' 건축양식인 석조전의 특성에 적합하게 설계된 2D/3D 영상디자인이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담은 내러티브로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2015년 [광복 70년 기념 문화유산 활용 축제]의 하나로 진행된 덕수궁 석조전 미디어파사드. 석조전 건립 후 최초로 진행된 미디어파사드로 "이오니아" 건축양식인 석조전의 특성에 적합하게 설계된 2D/3D 영상디자인이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담은 내러티브로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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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광복절 특집 궁궐 미디어파사드로 경복궁 흥례문을 스크린으로 연출되는 프로젝션맵핑쇼 장면을 광화문 2층 문루에서 바라본 모습.
 2016년 광복절 특집 궁궐 미디어파사드로 경복궁 흥례문을 스크린으로 연출되는 프로젝션맵핑쇼 장면을 광화문 2층 문루에서 바라본 모습.
ⓒ 한국문화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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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선보이게 되는 문화유산 활용 미디어파사드는 이미 서울의 고궁에서 문화재활용사업의 하나로 진행된 바 있다. 궁궐 미디어파사드는 2013년 광화문을 스크린으로 시작돼, 2016년까지 경복궁(흥례문)과 덕수궁(석조전)에서 고궁의 밤을 수놓았다. 문화재를 새롭게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문화재 가치의 인식을 확장하고 문화유산 활용 방법론의 전환을 이룬 콘텐츠가 됐다.

당시의 궁궐 미디어파사드는 전국에 문화유산 활용 미디어파사드를 확산하는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현재 많은 지자체에서 문화재를 스크린으로 활용하여 해당 문화재에 얽힌 스토리와 지역문화의 특색을 담은 미디어파사드를 연다. 지역문화재 활용사업의 '문화재 야행'에서 야경(밤에 비춰 보는 문화재)이며, 야화(밤에 보는 그림)인 동시에 야설(밤에 감상하는 공연)이다.

현재 문화재정책의 활용 분야를 총괄하는 김종승 문화재청 활용정책과장은 "지역문화재 활용사업은 지역의 문화재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가공하여 지역주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늘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되고자 기획된 중앙정부의 지자체 지원사업"이라며 "문화재청은 앞으로도 문화유산이 핵심 관광자원으로 지역의 관광산업과 문화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역 문화유산을 활용한 맞춤형 활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활용 전문인력의 다양한 참여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궁궐에서도 문화유산의 시공간적 제약을 해소하는 새로운 사업이 추진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본부장 나명하)는 문화재 향유 취약계층의 공간적 제약을 없애기 위한 '무장애 공간 조성사업'을 추진하여 향유 저변을 확대한다.

또 최근 여가 활용이 주간에서 야간으로 변화되어 가는 추세에 맞추어, 야간에도 문화재를 즐길 수 있도록 인프라와 콘텐츠를 확충한다. 기존의 창덕궁·경복궁 야간 프로그램 외에 추가로 '덕수궁 밤의 석조전', '창경궁 야연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전국 10개 시도의 주요 문화재 24개소에 야간관광의 백미인 야간경관 조명을 설치하고, 궁궐과 조선왕릉을 새롭게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궁능 포레스타 루미나(Foresta Lumina)' 사업도 진행한다.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대응하여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진옥섭)은 창덕궁 달빛기행, 경복궁 별빛야행 등 인기 활용 프로그램을 비대면으로 즐기기 위한 '궁궐 활용 콘텐츠 온라인 서비스 사업'을 새롭게 추진한다.

지난 상반기에 코로나19로 연기되어, 오는 10월에 개막하는 제6회 궁중문화축전(10.10~11.8)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야외 복합페스티벌의 표준(Standard)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무용공연 기획자, 엑스포·페스티벌 연출가 출신인 진옥섭 이사장이 뉴노멀 시대, 디지털 전환 축제로 심혈을 기울인 궁중문화축전은 '궁을 집으로 배달해 드립니다'를 콘셉트로 관객들에게 어제의 '궁'을 오늘의 '문화'로 위로한다.

온·오프라인으로 병행되어 비대면 시대 문화재 활용 방법론의 기준을 제시하며 비록 몸은 멀어졌지만, 마음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축제로 디지털 헤리티지의 지평을 연다. 특히 2015년 제1회부터 궁중문화축전은 일반 관객뿐만 아니라 학계와 문화계, 전국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하는 문화유산 활용 대표축제로 주목받고 있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마음의 치유가 중요하다. 이른바 마음방역이다. 예술작품과 문화콘텐츠는 마음백신이다. 실감콘텐츠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인 동시에 문화와 사람을 잇는 소통 채널이다. 그중에서도 빛으로 만든 영상예술 미디어파사드는 희망의 빛을 그리는 디지털캔버스가 된다.
 
2016년 궁궐 미디어파사드로 덕수궁 석조전을 스크린으로 진행된 문화유산 활용 미디어파사드
 2016년 궁궐 미디어파사드로 덕수궁 석조전을 스크린으로 진행된 문화유산 활용 미디어파사드
ⓒ 한국문화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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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활용 미디어파사드는 문화재를 문화재 자체로의 이미지만 갖고 있던 대중에게 그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느끼도록 하는 실감형 문화재 체험이다. 헤리티지 익스피리언스(Heritage Experience)다.

미디어파사드뿐만 아니라 문화재에 숨 불어넣고 색 입히는 문화재 활용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문화유산의 신비로운 경험과 새로운 감동을 전해준다. 비대면 시대의 문화유산 향유 서비스는 실감형 경험 제공이다. 언택트 환경에서 심금을 울리는 콘텐츠의 디테일은 더욱 중요해진다.

기획자의 취지, 연출자의 의도, 작가의 철학이 오늘의 시대상과 함께 잘 조합된 콘텐츠는 예술작품으로 탄생하여 사회적 거리두기로 심리적 고립된 우리 모두를 위로하는 문화적 선물이 된다. 

문화로 따뜻한 연결사회를 만드는 문화유산 활용 실감콘텐츠에 무엇 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해당 문화재의 고유한 가치, 특성과 그 정신을 담는 것이다. 그래야만 공감의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가 발행하는 [전통플랫폼 헤리스타]에 함께 게재됩니다.
* 글 = 예술경영학박사 이창근 (문화칼럼니스트, 콘텐츠라이터)


태그:#디지털 헤리티지, #문화체육관광, #실감콘텐츠, #문화재 활용, #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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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와 문화산업을 화두로 글 쓰는 칼럼니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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