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주말마다 찾는 산에 안개가 끼었다. 산 입구부터 자욱하게 낀 안개! 살다 살다 이렇게 짙은 안개는 또 처음이다. 약 10미터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처음엔 '낭만적이네, 오늘은 분위기 있게 산책을 하겠군' 했던 생각이 잠깐 사이에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안개가 계속 짙게 끼어 있으면 가다가 야생동물이 튀어 나오면 어쩌지. 산 입구에 붙은 팻말에는 며칠 전에 근처에서 마운틴 라이언이 나타났다는데...'
'나쁜 사람 만나서 강도 당해도 모르겠는데…' 
'오늘은 산에 온 사람들도 없는데… 잘못 길을 들면 어쩌지?, 사고를 당해도 아무도 모를텐데…' 


순간적으로 두려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평소 시끄럽게 울던 새들도 나무 둥지 속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고 쥐 죽은 듯 고요하다. 작은 연못 위에 있던 오리들도 움직이지 않고 제 자리에 떠있기만 한다. 
  
10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가 끼었다. 길이 보이지 않으니 두려움이 밀려든다
▲ 산에서 만난 짙은 안개  10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가 끼었다. 길이 보이지 않으니 두려움이 밀려든다
ⓒ 김상대

관련사진보기

 
내가 걸어야 할 산길도 보이지 않고, 나무들도 작은 가지들은 안개에 묻혀 보이지 않고 아름드리 큰 나무들의 형태만 아스라이 보이는 것이 무슨 마녀의 숲에 온 것처럼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다. 그나마 자주 왔던 산이어서 길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 길도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렇게 두려움을 줄지는 미처 몰랐다. 

'그냥 돌아갈까?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아니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보지 뭐,  무슨 일 있겠어, 이 정도를 두려워 해서 뭘 하겠어?'

 
짙은 안개 속에 새들도 활동을 멈추고 온통 적막함 뿐이다.
▲ 짙은 안개에 움직이지 않는 연못 위 새들  짙은 안개 속에 새들도 활동을 멈추고 온통 적막함 뿐이다.
ⓒ 김상대

관련사진보기

  
산에서 안개를 만나듯 우리 인생에 짙은 안개를 만나면 나는 어떻게 할까?
▲ 짙은 안개 속의 나무 윤곽들  산에서 안개를 만나듯 우리 인생에 짙은 안개를 만나면 나는 어떻게 할까?
ⓒ 김상대

관련사진보기

 
마음 속 두 의견이 갈등하고 있던 차에 본격적인 등산로 입구에 또다른 팻말이 보인다. '입산 금지' 며칠 전 내린 비로 인해 산길 일부가 무너져 내려 모든 길을 폐쇄한단다. 다행이다. 이제 고민하지 않고 돌아갈 명분이 생겼다. 

그런데 돌아오는 내내 뭔가 가슴이 무겁다. 갑자기 '내 인생에서 안개를 만나면 나는 어떻게 반응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길이 보이지 않으니 잠시 모든 걸 멈추고 있어야 할까? 아니면 10미터 앞은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보이는 한 발 앞만 보고 한발씩 디뎌 전진해야 할까? 이도 저도 아닌, 안개가 없는 다른 곳을 찾아 아예 발길을 돌려야 할까? 

산에서 그깟 짙은 안개 한번 만났을 뿐인데…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렇게 두려울지 몰랐다. 인생에 짙은 안개를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태그:#안개 , #인생, #두려움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름있는 산부터 이름없는 들판까지 온갖 나무며 풀이며 새들이며 동물들까지...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것들을 깨닫게 합니다 사진을 찍다가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 슬며시 웃음이 나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는 순간 등, 항상 보이는 자연이지만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들을 함께 느끼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