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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동 님은 상주 '사람과 땅' 농장을 운영한다. 7년쯤 전부터 인수마을밥상에 쌀을 공급해 주시면서 맺은 인연으로 오늘 강의가 열렸다.
 김하동 님은 상주 "사람과 땅" 농장을 운영한다. 7년쯤 전부터 인수마을밥상에 쌀을 공급해 주시면서 맺은 인연으로 오늘 강의가 열렸다.
ⓒ 인수마을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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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을 수확할 때 진짜 농사짓는다는 느낌이 들어요. 포도농사 짓는 분들이 논농사를 다 포기해 버렸어요. 자기 쌀도 사 먹어요. 다들 돈이 되는 쪽으로 가니까 나까지 놓으면 안 되겠다, 나라도 해야겠다 싶어요."
   
2020년 9월 5일(토), 강북구 마을공동체 특화사업 세부사업으로 〈환경과 먹거리 이야기〉라는 큰 주제 아래 '어설픈 농부의 농사 이야기' 강의가 열렸다. 60여 명의 사람이 온라인으로 참가했으며 강북구뿐 아니라 군포와 강원도 홍천에서도 여러 관심 가진 이들이 함께했다. 강의는 농인 참여자들을 위해 수어로도 동시통역되었다.

강의를 해준 김하동 님은 삼백(三白, 쌀, 누에고치, 곶감)의 고장 경북 상주에서 '사람과 땅' 농장을 운영하는 20년차 농부이다. 유기농법으로 벼농사, 포도 농사 외에 크고 작은 20여 가지 작물을 기르고 있다. 7년 전쯤 밝은누리 인수마을밥상에 쌀을 공급해 주시면서 맺은 인연으로 오늘 강의가 열리게 되었다.

"제 소개를 하자면 귀농은 20년 전 했고, 그전에는 노동자들 돕는 일 했어요. 임금 못 받거나 산업재해 당한 이들을 법률적으로 돕는 일을 5년 정도 했습니다. 의미 있는 일이고 내 철학에 따른 일이었지만 법률적으로 다툰다는 것이 금전과 관계가 많이 있어서 노동자들도 금전에 집착하는 현상 나타나고, 그걸 돕는 일이 과연 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까 회의도 좀 되었습니다."

결혼해서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고민하다가 자연 환경이 좋은 곳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는 김하동 님은 왜 그랬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귀농을 생각하기 시작했고 3년 정도 고민하고 준비해서 귀농을 했다 한다. 아이들은 성장해서 집을 떠나 있고 지금은 아내와 둘이서 농사를 짓는다.

"당시는 귀농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던 시절이에요. 지금은 정보를 얻을 데가 많지만 당시는 정보 얻을 데가 없었어요. 서울에서 태어나 농촌에서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농사가 무엇인지 모르고, 어떻게 해야 되는지, 내 삶을 영위할 수 있을지 전혀 문외한이었지요. 고민도 많았지만 뭘 알아야 고민이 진전되지요. 직접 부딪혀 봐야 고민 해결할 방법 찾겠다 싶어서 사표 내고 갈 곳을 찾기 시작했어요. 당장 밥벌이를 해야 해서 농민들 컴퓨터 가르쳐 주는 공공근로를 먼저 했어요. 전국 다니면서 대상지를 찾았는데 처음에는 경치 좋은 곳 환상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지금 사는 상주로 오게 됐어요."

귀농한 친구를 우연히 만나 상주로 오게 된 김하동 님은 산속 하우스에서 한 달을 살다가 너무 추워서 지금 지역으로 옮기게 되었다. 평생 살라고 한 집에서 2~3개월 후 갑자기 나가라는 통보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던 김하동 님은 가톨릭농민회 소속 농민들의 도움을 받아 지금 사는 곳으로 왔고, 지금은 손수 집을 지어 살고 계신다. 그가 농사를 처음 시작하면서 생긴 웃지 못할 이야기들이 있다.

"처음 논, 포도밭 합쳐서 1500평 얻었어요. 알고 보니 굉장히 비싸게 얻은 셈이었어요. 일단 논을 갈아야 되니까 경운기 빌려서 끌고 가는데 경운기 운전도 처음이에요. 끌고 가다가 길가에 세워져 있는 승용차를 들이받아서 경운기 값만큼을 물어줬어요. 논 가는 방법을 말로만 배우고 논갈이를 시작했는데, 거기 농민들은 한나절이면 간다고 하는 논을 사흘 걸려서 갈았는데 이러다 내가 죽지 않을까 싶었어요. 경운기는 무거운 기계인데 그걸 밀고 다니다시피 하니까 너무 힘들어서 입이 소태같이 쓰고, 사흘 갈고 보니까 손잡이를 하도 눌러서 가슴에 멍이 퍼렇게 들었더라고요. 주변 분들은 한 골만 파놓고 경운기 틀어넣고 맞은편에서 기다리면 저절로 온다고 하는데(웃음)."
 
 김하동 님이 들려주신, 농사를 처음 시작하면서 생긴 웃지 못할 이야기들에 웃음이 터졌다.
 김하동 님이 들려주신, 농사를 처음 시작하면서 생긴 웃지 못할 이야기들에 웃음이 터졌다.
ⓒ 인수마을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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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머리와 손가락만 움직여 살아왔기 때문에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는 김하동 님은 귀농하면서 두 가지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한다. 첫째, 농사로만 먹고살겠다는 것. 둘째, 마을 속에 들어가서 살겠다는 것. 이렇게 두 가지이다.

"첫해 포도 농사 짓는데 그때는 생협이나 농민회 하시는 분들도 저농약으로 하셨어요. 나도 따라할 수밖에 없었지요. 두 번째쯤 농약을 치는데 자꾸 어지러워서 한 골 치다가 어지러워서 쉬고, 또 하면 또 어지럽고 그래서 생각해 보니까 농약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농약을 버리고 지금까지 만져본 적이 없어요."

주변에서 친환경 농업 하시는 분들도 관행농을 겸하시기도 했고, 친환경 판매가 활성화되지 않아서 친환경 농사가 거의 없었다고도 한다. 친환경 농산물이 외관이 좋지 않아서 직접 팔아야 했고, 판매를 도와준 도시의 지인들이나 주변분들 도움으로 첫해부터 큰 어려움 없이 농사를 지었다 한다. 초기에 우여곡절 겪으며 친환경 농사를 배우자 그 이후 친환경 농사 활성화 분위기가 생겼다.

"농촌은 유동인구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서로 보고 살아야 하고, 관계가 중요해요. 서로 맘에 안 들면 안 보면 되는 곳이 아니에요. 그래서 관계를 만드는 일이 중요했고 또 사람들 관계가 행복해야 내가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혼자 살면서 행복한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관계가 행복할 때 대부분 행복하다고 느끼잖아요. 주변 관계에서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 주고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많을 때 더 행복한 것 같아서 공동체를 만들고 싶었고 농사도 같이 짓고 싶었지요."

농사를 몇십 년 먼저 지은 분들이지만 친환경 농사는 김하동 님이 선배였다. 우렁이는 언제, 얼마큼, 얼마나 큰 걸 논에 넣어야 하는지 가르치는 선생이 되었다.

"두레 즉 협업하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 같이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있어요. 특히 벼농사는 그랬어요. 내가 들어갔을 때만 해도 급격히 사람들이 소원해졌어요. 같이 일을 하지 않아요. 그래서 같이 밥 먹고 교육받으러 다니고, 공동 논 만들어서 들에서 새참도 먹고, 예전에 농사지을 때 경험이 되살아나니까 좋았나 봐요. 너무 행복해해요. 그때는 욕심 없이 좋아하고 서로 챙겨줬어요. 매일같이 집에 모여서 밥 먹고. 밥을 같이 먹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는 걸 나중에 공동체가 깨지고 나서 알았어요."

지금은 혼자 농사를 짓고 판매도 주로 혼자 하신다. 김하동 님은 같이하지 못하는 이유로 사람의 욕심을 들었다. 다른 사람 것 안 팔려도 내 것만 팔리면 좋다는 태도, 자기 농사를 자꾸 늘려서 다른 사람이 못 들어오게 하는 것, 공동체가 풍성하기보다 내가 풍성해지는 선택이 그것이다.

"내가 왜 귀농했지? 뭘 하고 싶었지? 농사지으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으로 왔는데 어려움들이 힘들게 하니까 농사는 즐겁지만 그런 삶은 안 되겠다 싶어서 정리했어요. 관계를 잘 만들어 내기에 내가 부족함이 있지만 극복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요."
 
 군포, 강원도 홍천, 서울 등지에서 60여 명이 강의에 접속하였다.
 군포, 강원도 홍천, 서울 등지에서 60여 명이 강의에 접속하였다.
ⓒ 인수마을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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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18년 즈음 로컬푸드 운동이 활성화되었다. 김하동 님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전에는 친환경 농사짓는 이들에게 관심을 쏟았다면 모든 농민에 대한 관심으로 바뀌었다. 농사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로컬푸드 운동이 활성화되면 해결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농민들로 형성된 로컬푸드 협동조합을 만들고 매장도 하나 냈다. 2년간 여러 사람이 헌신하면서 연 매장이다. 시골에서 로컬푸드 직매장이 될까 생각했지만 버티고 가고 있다. 지역 내 먹거리 순환이 중심되지 않으면 농촌이 오래가기 힘들다고 김하동 님은 판단한다.

"최근에 드는 고민인데 농사가 급격히 어려워지고 있어요. 벼농사는 조금 나은데 밭농사는 최근 굉장히 어려워지는 이유가 기후변화 때문이에요. 옛날에는 삼한사온이 뚜렷했는데 15년 전쯤부터 춥다가 갑자기 더워지고 가을이 없다가 갑자기 추워져요. 최근 3~4년부터는 그런 정도가 아니라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없어졌다 생겼다 뒤죽박죽이 됐어요. 가을에 비가 억수같이 온다든지, 봄에 새싹이 다 얼어 죽는 일이 거의 매년 일어나고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농사지으면 좋겠다 해서 농사를 배울 수 있는 학교를 보냈는데 지금은 아이들에게 농사지으라고 해야 되는지 고민돼요. 농사지어서 자기 삶 영위해야 하는데 고민이 될 정도로 기후변화가 심각해요."

김하동 님은 최근 3~4년 기후변화를 보면 먹거리 위기가 급속히 올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마지막으로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농사를 짓는 재미였다.

"대부분 직업은 수없이 너무 반복해서 재미가 나지 않는 일이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농사는 70년 동안 농사짓는데 70번밖에 못해요. 농사는 종합예술이고, 30~40년 농사라서 지겨울 일이 없어요. 매년 반복하는 것 같아도 매년 자연 환경이 달라요. 농사만큼 변수가 많은 일이 없어요. 변수가 너무 많아서 농사 잘 짓기가 어려워요. 그런데 올해 망해도 내년에 지을 수 있는 건 내년에 새로운 희망이 있어요. 늘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어요. 실제로 농민들이 그래요. 농사짓는 분 중에 돈이 안 돼서, 병 걸려서 그만두는 분은 봤지만 농사가 재미없어서 그만둔다는 분은 못 봤어요. 많은 분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목소리 한 번 높이지 않고 2시간 동안 강의하신 김하동 선생님의 말에는 말보다 행동으로 살아온 힘이 실려 있었다.
 목소리 한 번 높이지 않고 2시간 동안 강의하신 김하동 선생님의 말에는 말보다 행동으로 살아온 힘이 실려 있었다.
ⓒ 인수마을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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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속히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농민기본소득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빨리 되면 좋겠다 생각해요. 농촌 빈부격차가 도시보다 급격히 벌어지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소농은 연간 순소득 1천만 원 이하가 대부분이에요. 그 사람들이 70퍼센트 이상일 겁니다. 농민으로 등록된 사람이 200만이 채 안 되는데 그중에 전업농 비율은 20~30퍼센트밖에 안 돼요. 나머지 70~80퍼센트는 농사 외적 일로 수입을 보전하고 있어요. 기본소득이 있으면 좀더 농사에 집중할 수 있는 측면이 있어요. 또 농산물을 악착같이 팔아야 하는 상황도 줄어들 거예요. 농민들이 서로 경쟁자 되는 상황이 조금은 나아질 거라 봅니다. 도시에서 일정 직업 갖기 어려운 사람들이 여기서 먹고살 수 있을 거예요. 농민이 없으면 자급자족 안 되고 그러면 누구도 먹고살 수 없습니다."

강의 이후 참가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쌀 논농사를 지을 때 진짜 농부가 된 느낌이 어떤지, 벼 품종은 무엇이며 어떻게 씨앗 확보하는지, 우렁이 농법은 어떤 것인지 등 논농사 관련 질문에 이어 로컬푸드 매장 운영의 어려움, 농사와 탈곡, 도정까지 직접 챙기는 이유와 어려움, 귀농에 관심이 있는데 농사만으로 생활이 가능할지, 귀농하실 때의 어려움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먹고살 수 있을까 두려운데 답이 없어요. 어느 순간, 이러면 못 간다, 도시 생활을 접자 해서 사표 내고 나니까 마음이 급해져요. 귀농하면서 준비한 건 많지 않았어요. 걱정과 꿈만 많았지요. 결단하지 않으면 결국은 가기 어렵지 않을까 해요."

목소리 한 번 높이지 않고, 잔잔히 들려주신 2시간의 강의였는데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정직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정착한 분이어서 그럴까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음을 느꼈다. 〈환경과 먹거리 이야기〉 두 번째 시간은 9월 19일(흙), '밥상에서 지구까지―뜨거워진 지구를 식히는 삶의 방식과 마을공동체 톺아보기'라는 주제 아래 주한덴마크대사관 심지연 선임상무관의 이야기로 열린다.
 
 환경과 먹거리 이야기 웹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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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멋지음.인수마을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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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밝은누리 누리집(welife.org)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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