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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우리나라 특유의 가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바람은 시원하고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맑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 될 정도로 아름답다. 시선이 머무는 곳 바로 그 풍경이 그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음껏 즐길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지만, 여름과 비교해보면 날씨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처럼 보여 반갑다.

우리는 지나간 일을 너무 빨리 잊어버린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잊어버려야 할 일은 쓸데없이 오래 기억하고 기억해야 할 일은 너무 쉽게 망각하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아픈 상처를 덮어주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기억해야 할 일을 망각해 나라를 잃은 경우도 있었다.

지나친 말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겪은 올해의 여름 날씨는 두고두고 기억해야 한다. 그 원인에 주목해야 하며 깨닫는 바를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아직 끝나지 않은 올해 같은 악몽은 반복될 것이고 이런 환경을 우리의 자손들에게 물려주는 어리석은 부모세대가 될 것이다. 
 
화창한 가을날씨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수원화성이 아름답다.
▲ 유네스코 세계유산 수원화성 화창한 가을날씨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수원화성이 아름답다.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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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기상청에서 '2020년 여름철 기상특성'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여름철(6월~8월)에 우리가 겪은 일을 기온, 강수, 장마철, 태풍으로 분류해 정리하고 특성과 원인을 분석한 것이다. 한마디로 6월에는 이른 폭염, 7월에는 6월보다 낮은 저온, 8월 중순 이후에는 폭염과 열대야 현상으로 요약된다. 월별 기온은 들쑥날쑥하였고, 우리가 기억하는 가장 긴 장마철에 많은 비가 내렸으며 연달아서 강력한 태풍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6월 초부터 거의 한 달간 폭염이 지속됐는데 전국 평균기온이 22.8℃(평년 평균기온은 21.2℃)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7월은 장마의 영향으로 평균기온이 22.7℃(평년 평균기온은 24.5℃)로 상당히 낮았다. 8월은 평균기온이 26.6℃(평년 평균기온은 25.1℃)로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평년과 다른 여름철 기온변동을 보였다.
 
열대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 열대태평양 해수면 온도 열대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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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는 정체전선에 의해 강수 기간이 길고 강수량도 역대 급으로 많았다. 특히 폭이 좁은 강한 강수대가 남북으로 이동하면서 전국 곳곳에 집중호우가 발생해 많은 피해를 입었다. 장마철 기간은 제주도는 6월 10일에 시작해 7월 28일 끝나 49일이었고 중부지방은 6월 24일 시작해 8월 16일에 끝나 1973년 이후 가장 긴 장마가 되었다.

태풍은 제5호 장미, 제8호 바비, 제9호 마이삭, 제10호 하이선이 연달아 오면서 우리나라 곳곳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여름철 태풍이 평년에 비해 많이 발생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어느 해보다 강력해졌다. 필리핀 해상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 이상 높아 태풍의 강도가 강해졌으며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북서쪽으로 확장해 우리나라가 태풍의 길목에 위치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주변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다.
▲ 열대태평양 해수면 온도 우리나라 주변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다.
ⓒ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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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여름철 날씨가 요동친 것은 지구온난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현재진행형이며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여름철에 우리나라 주변의 기상 특성을 보면 6월의 시베리아 이상고온으로 7월에는 북극 해빙 면적이 1979년 이후 최저가 되었다. 우리나라 주변의 대기가 정체(블로킹 기압)하면서 편서풍이 약해졌고 북쪽으로부터 찬 공기가 자주 유입되었다.

7월에는 서인도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고 대류가 활발해지면서 필리핀 해상 부근에 하강기류가 형성돼 북태평양고기압이 남서쪽으로 크게 확장했다. 이로 인해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쪽으로 확장하지 못했고 우리나라 부근에 정체전선이 지속되면서 장마철이 길어지고 집중호우와 기온변동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북극의 해빙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북극의 해빙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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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란 산업혁명 이후 지구 전체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인류가 석유,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가 증가함으로써 지구가 온실처럼 되는 것이다.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태풍은 더욱 강력해지고 저지대는 침수하게 된다. 자연적인 물순환의 변화, 생태계의 다양성이 훼손되면 많은 생물 종들이 멸종하게 된다. 생물은 장기간에 걸쳐 적응해야 하는데 최근의 기후변화는 급변에 가까울 정도로 단기간에 변하고 있어 문제다.

여름철 날씨를 겪으면서 우리나라도 열대 우림지역이라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열대과일이 재배되고 북방 한계선이 계속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다. 열대어가 우리나라 근해에서 살고 우리나라 근해에서 살던 물고기는 더 북쪽으로 올라갔다. 우리가 사는 시대에 나타난 현상이며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
 
한반도 주변 천리안 위성 사진
 한반도 주변 천리안 위성 사진
ⓒ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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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행동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당장 화석연료 사용을 멈춰야 재앙을 막을 수 있다. 플라스틱, 비닐, 에너지 사용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우리가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행동이다. 우리 자식들에게 아름다운 환경을 물려줘야 하는 것은 우리 세대의 의무이며 책임인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남의 일이 아니다. 이 산불 또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현상으로 발생한 것이다. 평상시에는 기상이변이라고 할 수 있는 현상이 앞으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어야 할 수도 있다. 더 이상 망설여서는 안 된다고 자연이 우리에게 준엄하게 경고하고 있다.

태그:#지구온난화, #기후변화,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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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가슴에 안고 살면서 고전과 서예에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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