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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유재석, 조세호가 진행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엠씨 유재석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은 '그럴 수 있죠', 그러셨구나', '아이고~'다.

일반인 출연자들은 유재석의 이 한마디에 속 깊은 이야기를 줄줄이 풀어놓는다. 어느새 나도 출연자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엠씨들처럼 '아이고~'하며 맞장구를 치게 된다.

그러다 문득 나도 저런 '공감'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충고도 조언도 해결책도 아닌 공감의 말 한마디다.

평소 여행을 즐기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며 살아있음을 느끼는 나.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여행 문은 닫혔고 집콕 육아, 독박 육아로 자유로운 삶과는 담쌓은 지 오래다.

엄마가 되기 전까지는 엄마라는 역할이 이리도 힘든 것임을 알지 못했다. 엄마는 아파서도 안 된다. 편두통과 생리통, 온몸이 쑤시는 몸살이 와도 아이를 돌봐야 하고 밥을 해야 한다.

그런데 힘들다고 어디에 얘기하기도 참 그렇다. 가족도 지인들도 모두가 예민하고 힘든 이 시기에 '나 힘들다, 아프다' 말하기가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힘들다'는 소리가 다른 사람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그 정도 가지고 힘들다고 하는 거야? 난 더 힘들어. 내 얘기 좀 들어봐'이런 말을 들으면 어쩌나 싶다.

'그래, 나조차도 누군가의 힘들다는 소리를 받아주기가 벅찬데..' 이런 생각에 쉽사리 입이 안 떨어진다. 그냥 삼키고 만다. 그렇다고 각 가정마다 엠씨유를 놔달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책 <당신이 옳다>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는 힘 중 가장 강력하고 실용적인 힘이 공감이다. 가장 빠르고 정확하고 효율적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상대가 고민이나 힘든 상황을 털어놓았을 때 충고나 조언보다 상대가 놓인 상황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라고 한다.

사실 말이 쉽지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누군가가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왠지 모르게 내가 해결책을 제시해 주거나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 얘기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상대를 생각해주고 이해해준다라는 착각이다. 나 역시 남편이나 친구에게 '요즘 육아가 너무 힘들고 체력도 안 받쳐주고 여행도 못 다녀서 우울하다'라고 말할 때 상대로부터 해결책 제시나 나에 대한 평가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저 '많이 힘들지? 그랬구나, 어떡하니' 하는 말 정도를 바랄 뿐이다.

어쩌면 지금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간절히 듣고 싶은 말은 공감의 말 한마디가 아닐까.

힘들지만 나부터 '그랬구나', '그럴 수 있어'라는 공감의 말을 해보기로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그렇게 해주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저의 브런치 '빨래와 건조 사이에 씁니다'에 실립니다.


태그:#공감, #유퀴즈, #코로나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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