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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어느 때보다 '교회'라는 단어로 시끄러웠다. 뉴스 화면 속에서는 한 번 본 적도 없는 무슨무슨 대형교회의 목사와 교단의 회장, 원로 같은 사람들이 나와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인터넷 뉴스 댓글 창은 대부분 분노에 찬 욕설.

친구들과 가족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런 거친 비난에 어울리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답답한 마음에 우울해하고 있다가, 문득 우리 교회 목사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우리 교회는 동네 상가 건물 3층에 자리한 조그만 교회다. 지난 13일, 인터뷰 때문에 정말 오래간만에 교회를 찾았다. 교회 아래 1층 통닭집에서 그리웠던 치킨 기름 냄새가 확 풍겨왔다.

아래는 목사님과 만나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강북바른교회 이강문 목사
 강북바른교회 이강문 목사
ⓒ 이동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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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이후, 새벽기도회부터 주일예배까지 모든 모임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교인분들의 반대는 없었나요?
"없었어요. 저도 그렇지만 우리 성도님들도 예배를 목숨처럼 생각하는 분들이에요. 1년 내내 주일에 아무 일정도 안 잡으시는 분들도 있어요. 모든 분들이 대면 모임의 잠재적 위협에 대해서 상식적인 판단을 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애초에 모이는 방식이 달라진 것뿐이지 모이지 않는 게 아니니까요."

- 온라인 모임이 어색하진 않으세요?
"어색하죠. (웃음) 하지만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온라인 모임은 사회의 필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봐요. 이전에 생활하던 모습 자체가 문제가 되잖아요. 예컨대 마스크 없이 이동하고, 사람을 만나고. 당연했던 삶의 방식들을 바꿔야 하는 거니까 당연히 어렵고 힘들죠. 모두에게요. 습관처럼 해왔던 것들을 그저 반복하려고 하면 시대의 흐름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강문 목사가 카메라 앞에서 비대면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이강문 목사가 카메라 앞에서 비대면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 이동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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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에 어려운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게다가 비대면 예배로 바뀌면서 헌금이 안 모여, 교회 재정 상황이 많이 악화됐을 것 같아요.
"우선, 우리 교회를 유지하는 데 기본적으로 지출되는 항목은 월세, 공과금, 사례비, 그밖에 선교 후원비 정도가 있어요. 관리비 포함해 월세가 220만 원 정도 나가요. 코로나 이전에는 이런 지출이 감당이 됐어요. 헌금이 남거나 하진 않았고요. 코로나 이후에는 이전과 같이 지출할 수가 없게 됐죠. 가능한 것부터 줄여 나가야 해요."

- 목사님 가정의 경제 상황은 어떠세요?
"방금 얘기한 '사례비'가, 말하자면 제 월급이에요. 코로나 이전 기준, 160만 원. 저희 가족은 5인 가족이고요, 아들만 세 명 있답니다. 22년차 경력직에게 어울리는 급여 수준은 확실히 아니죠. (웃음) 부자 목사는 전체 중에 0.1%예요. 저를 포함한 평범한 목회자 가정 같은 경우는 음… '없이 사는 훈련'이 되어 있다고 해야 할까요? 일반인들과 사는 방식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수입이 줄어서 생활비를 줄이는 게 특별한 일은 아니에요. 요즘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급식을 안 하니까 가끔 부식을 배송해줘요. 감자, 양파, 고추 같은. 그런 데서 식재료비 절약하고요. 수입이 줄면 당연히 걱정하지만, 위기의식을 느낀다거나 하진 않아요. 없으면 없는 대로 자족하며 사는 거죠."

"비대면 예배, 지역 사회 위한 마땅한 의무이자 도리"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 예배 드리던 모습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 예배 드리던 모습
ⓒ 이동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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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온라인 예배 중, 문재인 대통령이 인용해 유명해진 샘터교회 안중덕 목사의 글을 소개해 주셨어요. '대면 예배를 금지하라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하나님을 바라보라는 뜻이다'. 이거 옳은 말인가요?
"개신교는 종교개혁을 하면서 '만인제사장론'을 내세웠어요. 즉, '목사이든 일반 성도이든, 모든 이가 하나님 앞에 동등한 제사장이니 누구든지 있는 곳곳에서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다'는 거예요. 당연히 하나님은 어디에나 계시죠. 저는 신학대학원 시절 3년 내내, 시간이 날 때마다 학교 안에 있는 5평 남짓한 침묵기도실에 갔어요. 그 작고 어두운 공간에서 우주보다 더 큰 하나님을 만났어요."

- 어떤 목회자들은 '꼭 현장을 지켜야만 진정한 예배'라고 해요.
"우선, 저희가 매주 드리는 예배를 '공예배'라고 불러요. 공동체의 예배라는 뜻이죠. 공예배는 모든 성도가 한자리에 모여서 예배하는 거예요. 교회 역사 처음부터 예배는 혼자 드리는 것이 아니었어요. 누구나 믿음을 가지면, 교회 안에서 지체가 되어야 하고, 공예배에 참여해야만 해요. 그런데 지금은 공예배를 드리는 방식을 바꿔야만 하는 상황이 됐어요."

- 비대면 예배로 말인가요?
"네. 교회가 비대면 예배를 드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은 '전염병 창궐'이라는 특별한 상황 때문이에요. 전염병은 사람과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접촉을 통해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요. 목적이 무엇이든 모이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 큰 위협이 되는 상황인 거에요. 지금은 모이지 않는 것 외에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어요. 그러나 감사하게도 현대 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언택트, 즉 접촉하지 않고도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게 되었어요. 비대면은 그 이름처럼 물리적으로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것뿐이지 분명 함께 모이는 것이거든요.

지금 상황에서 비대면 예배를 드리는 것은 교회가 속한 지역 사회를 위해서 마땅히 해야 되는 의무이자 도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회는 교회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고 세상에 빛을 비추기 위해 존재하는 거에요. 세상 가운데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전하려면 성숙하게 지역 사회에 필요한 역할을 잘 감당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튜브에 업로드한 비대면 예배 동영상
 유튜브에 업로드한 비대면 예배 동영상
ⓒ 이동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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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이 '교회에 대한 탄압'이라는 사람들이 있어요.
"'교회 탄압'이라고 한다면, 교리상의 어떤 내용을 말하지 못하게 하거나, 설교를 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해요. 예컨대 실제로 일제강점기에는 독립 서사인 출애굽기와 요한계시록을 설교하지 못하게 했죠. 독립 정신이 민중에게 심기면 안되니까요. 지금 정부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코로나 상황에 국한된 비대면 예배 요구뿐이에요. 탄압은 지나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 일부 목회자들의 정치적, 선동적 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기독교인이 어떻게 정치를 바라봐야 할까요?
"기독교인은 무엇보다 '성경적 가치관'으로 정치를 바라봐야 해요. 대부분의 열성 지지자들은 한쪽 진영에 서서, 그쪽에서 나오는 말은 무조건 옳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보수 진보 상관없이요. 세상에 완전한 정당과 정치인이 어디 있어요? 성경은 심지어 초대교회의 지도자였던 베드로도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책이에요. 인간은 절대 완전하지 못하고, 그런 인간이 만든 정치 시스템과 이데올로기도 마찬가지에요.

'성경적 가치관'은 딱 두 단어로 정의할 수 있어요. 공의와 사랑.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그것은 절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구호가 될 수 없어요. 영국에서 노예제도를 폐지하는 데 앞장섰던 윌리엄 윌버포스 같은 정치인이 좋은 예죠. 당시 영국 사회에서 노예 매매는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이었어요. 그러나 그는 노예제도가 성경적 원리 안에서 옳지 않다고 생각해 줄기차게 폐지를 주장하고 사람들을 설득한 사람이에요. 기독교인은 이 '성경적 가치관'에 따라 정당과 정책의 방향을 판단하고 지지해야 해요. 한 정당을 지지하는 와중에도, '성경적 가치관'에 위배되는 정책에 대해서는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강북바른교회 현관문
 강북바른교회 현관문
ⓒ 이동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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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회데이터연구소에서 발표한 종교에 대한 대국민 의식조사에서, 개신교와 관련해 '거리를 두고 싶은' 32%, '이중적인' 30%, '사기꾼 같은' 29% 같은 키워드들이 등장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교회가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신뢰할 만한 집단이라는 인식을 얻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한국 교회에 회생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결국은 코로나라는 상황을 통해 우리의 신앙의 무게와 수준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교회가 이토록 참담한 평가를 듣게 된 것은 우리 신앙의 내용이 그만큼 얄팍했다는 것을 뜻해요. 그리고 그 책임은 목회자들에게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중 한 사람으로서 '내가 과연 하나님의 말씀을 올바르게 전했는지' 깊은 반성을 하고 있어요."

이강문 목사는 인터뷰에서 '교회는 제사장과 선지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사장의 역할은 고통 당하는 사람을 감싸 안고,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춰주는 것입니다. 고통 속에 있는 사람과 하나님 사이에서 치유의 통로가 되어야 합니다. 선지자의 역할은 세상에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행동은 시위가 아니라 삶입니다. 재산을 늘려가는 게 아니라 가진 것을 나누는 삶을 보여주고, 소외된 사람이 없는지 부지런히 돌아보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줘야 합니다."

그가 말하는 교회는 언제나 위가 아니라 아래를 향한다. 참된 기독교는 위력을 행사함으로써가 아니라 이웃을 사랑함으로써 세상을 바꾼다.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덧붙이는 글 | 인터뷰 전체를 보고 싶으신 분은 아래 링크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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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코로나 ,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예배, #한국 기독교, #미아역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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