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7월 10일 호우경보로 부산에 많은 비가 내린 가운데,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 호텔 인근 지역도 침수됐다.
 지난 7월 10일 호우경보로 부산에 많은 비가 내린 가운데,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 호텔 인근 지역도 침수됐다.
ⓒ 부산지방경찰청

관련사진보기

 
홍수가 지나간 자리에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국민들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기후'를 체감하고 있다. 지난 9월 3일 녹색연합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7.7%가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대답했다. 기후위기 심각성을 깨달은 가장 큰 계기를 묻는 질문에는 '올여름 폭우'를 꼽았다. 이상기후가 몰아치는 지금, 코로나는 여전히 삶을 위협하고 있다.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코로나19 위기의 주요원인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기후변화'라고 답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인해 생태계 붕괴,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문제를 지적하며 그린뉴딜의 필요를 시사하기도 했다.

성장주의 민낯 드러낸 그린뉴딜 계획

"그린뉴딜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기후위기대전시민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천주교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임상교 신부가 일갈한 말이다. 지난 7월 14일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 대전환'을 비전으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발표 이후 대전을 비롯한 지역에서도 그린뉴딜 정책들이 연달아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의지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없는 한국판뉴딜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부의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은 디지털과 그린 뉴딜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는 내용으로 2025년까지 160조 원을 투입해 일자리 190만 1000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그린뉴딜을 언급한 지 석 달만에 발표한 정책이었다. 발표 이후 한국환경회의를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목표조차 없다고 지적하며 시의성과 실효성 없이 성장주의 일변도인 한국판 뉴딜을 비판했다.

 
대전형 뉴딜을 발표하는 허태정 대전시장 (사진제공 : 대전시)
 대전형 뉴딜을 발표하는 허태정 대전시장 (사진제공 : 대전시)
ⓒ 대전시

관련사진보기

 
이어 7월 24일 허태정 대전시장은 민선 7기 후반기 전략으로 13조 원을 투자해 13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대전형 뉴딜'을 발표했다. 제시된 3가지 방향 중에는 그린뉴딜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그린뉴딜을 그대로 답습한 지역의 그린뉴딜은 같은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다.

대전형 그린뉴딜 또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 트램 중심 친환경 교통체계, 3대하천 그린뉴딜 프로젝트, 도심 생태녹지축 연결, 지능형 물 관리체계 이렇게 4가지를 핵심으로 제시했지만 들여다보면 기존 둔산센트럴파크 조성사업, 하수처리장 이전 사업처럼 기존 사업들을 나열한 수준일 뿐이다. 심지어 3대하천 그린뉴딜은 친수시설 위주의 계획으로 그린뉴딜의 취지와 거리가 멀다. 또 이 사업들로 얼마만큼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건지 목표도 없다.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되는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예산도 있지만, 금액이 크지 않고 핵심사업도 아니다. 에너지저감 시범마을이나 녹색건축물 조성사업, 산업부문 에너지 효율을 위한 저탄소 녹색산단 조성 등의 예산도 제시되어 있지만 모두 합쳐 5천억 원 정도로, 그린뉴딜 전체 예산 8조 7천억 원 중 가장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집중과제나 핵심사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나마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2030 대전시 온실가스 감축계획'에 보면 앞으로 10년 내에 261만 2천톤의 온실가스를 저감하겠다는 목표가 명시되어 있긴 하다. 하지만 전환과 혁신을 내세운 그린뉴딜 계획에는 더 상향된 목표나 기존 계획과 다른 새로운 시도는 없었다. 오히려 버려야 할 성장, 개발에 대한 계획들을 포장해 그린뉴딜이라는 이름으로 재활용했다.

대전형 그린뉴딜 투입예산 1위부터 10위까지 사업들은 대부분 차량보급이나 시설확충, SOC사업에 비중이 크다. 인프라 구성을 위해 예산이 크게 들어갈 수 있다 쳐도 기존 계획과 새로울 것 하나 없는 것들이다.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목표와 방법론 없이 기후위기 대응은 쉽지 않다.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2050년 배출제로와 같은 과감한 목표를 위해 행동해야할 때, 대전시의 계획은 너무나 안일하다.

지역의 그린뉴딜은 새로워야

정부의 그린뉴딜 방향은 FM이 아니다. 지역은 지역만의 특징과 환경들이 있어 이를 엮어내면 새로운 형태의 그린뉴딜 정책이 나올 수 있다.

대전에서도 지역에 맞는 그린뉴딜 사례가 있다. 행정과 시민단체, 기업이 서로 협력해 폭염에 열악한 환경에서 처한 경비실에 태양광 발전을 지원해 재생에너지도 확대하고 경비실 노동자 처우도 개선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송촌동 선비마을아파트 경비실에 설치중인 태양광 발전기
 송촌동 선비마을아파트 경비실에 설치중인 태양광 발전기
ⓒ 대전충남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작년 대전 서구 한 아파트에서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부결시키자 주민들이 나서서 서명운동을 벌여 에어컨 설치를 한 사례가 전국에 보도되면서 경비실 냉난방기 설치에 시민들의 관심이 컸다. 하지만 에어컨이 있어도 켜지 못하는 일도 빈번해 전기료 걱정없이 에어컨을 켤 수 있도록 지원하되, 그 방법을 재생가능에너지인 태양광으로 지원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사업이었다. 재생에너지로 공동전기료 부담도 덜고, 불평등한 노동환경도 개선하는 사례였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가꿈주택' 사업을 통해 노후한 단독주택이나 다가구 주택을 재사용할 수 있게 2016년도부터 지원해 왔다. 에너지 효율개선이나 단열, 방수 등 성능개선 공사를 통해 생활의 질도 높이고 수리가 완료된 주택을 '모범 집수리 주택'으로 한달간 홍보하며 모델하우스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 사업을 통해 집수리 전문가도 양성해 지역의 일자리를 마련한다.

지역에너지전환네트워크 이유진 공동대표는 "진정한 그린 뉴딜 구현은 함께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먼저 지역의 다양성과 특성이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는 고민과 연결되고, 그린뉴딜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내는 작업이 계속되어야함을 강조했다. 덧붙여 그린뉴딜을 위한 다양한 시도에 세금과 예산이 투여되어 실질적 실행과 효과가 동반되어야 함도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전시는 국비를 많이 받아야 하고, 인프라를 거대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물량주의에서 벗어나 이미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기후변화 대응 사업들, 기업과 시민단체에서 노력하고 있는 부분들을 잘 연결하고 엮어내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 이후 시민들은 '기후위기'를 현실로 직면하며 이로부터 안전한 지역사회 환경을 요구하고 있다. 저탄소나 탄소중립이라는 한가한 말로 기후위기 현실을 외면해서는 다가올 위기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까? 에너지전환과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정확한 목표, 기후위기 대응을 중심으로 한 도시체계 개편으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그린뉴딜로 새롭게 방향을 설정해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 위기보다 더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에게 더 이상 시간이 없다.

 
기후위기 대응에 게을렀을 때 우리 지구는 어떤모습일까
 기후위기 대응에 게을렀을 때 우리 지구는 어떤모습일까
ⓒ 기후위기대전시민행동

관련사진보기

 

태그:#기후위기, #그린뉴딜, #대전시, #허태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