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유럽사람들은 축구 없이는 살 수 없는 모양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온 유럽이 '패닉' 상태에 빠졌음에도 유럽 4대 빅리그는 기어이 시즌을 재개해 무관중으로 리그 우승팀과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진출팀, 그리고 강등팀을 가렸다. 그것도 모자라 각 나라의 리그가 모두 끝난 후에는 상대적으로 코로나19의 위험이 덜한 곳에 모여 단판 승부를 통해 2019-2020 시즌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챔피언을 탄생시켰다.

2019-2020 시즌 종료가 늦었던 만큼 프리시즌 일정을 최소화한 유럽 주요리그들은 어느덧 2020-2021 시즌의 일정을 시작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라리가는 이미 지난 주말 리그 일정을 시작했고 이탈리아 세리에A 역시 오는 20일(이하 한국시각) 개막할 예정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DFB-포칼컵 1라운드를 통해 시즌 시작을 알렸고 오는 주말 리그 경기도 개막한다.

유럽 주요리그의 시즌이 일제히 시작되면서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선수들도 일제히 시즌을 시작했다. 영국(손흥민), 스페인(이강인), 독일(황희찬,권창훈,이재성), 프랑스(황의조), 벨기에(이승우), 러시아(황인범) 등 유럽 전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선수들도 나란히 시즌을 치르고 있거나 2020-2021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첫 경기를 소화했다. 하지만 유럽에서 전해온 코리안리거들의 활약이 모두 같았던 것은 아니다.

독일에서도 통한 음메페, 유럽 첫 멀티골 이승우

지난 2019-2020 시즌 오스트리아의 레드불 찰츠부르크에서 40경기 동안 16골21도움으로 맹활약한 황희찬은 지난 7월 이적료 900만 유로의 조건에 분데스리가의 신흥강호 RB라이프치히로 이적했다. 황의찬 역시 이적 직후에는 찰츠부르크에서 함께 활약했다가 리버풀FC로 이적해 고전했던 일본의 미나미노 타쿠미처럼 한 단계 높은 레벨의 분데스리가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오스트리아를 휘저었던 '음메페의 질주'는 독일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황희찬은 12일 FC 뉘른베르크와의 포칼컵 1라운드에서 선발 출전해 1골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라이프치히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황희찬이 팀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동료들과 전술훈련을 거의 하지 못한 상황이었음을 고려하면 독일무대 적응속도는 대단히 빠르다고 할 수 있다.

작년 이탈리아를 떠나 벨기에리그의 신트트라위던 VV로 이적한 '코리안 메시' 이승우는 지난 시즌 단 4경기에 출전해 공격포인트를 하나도 올리지 못했다. 실망스런 시즌을 보낸 이승우는 시즌이 조기 종료된 후 국내에서 근력강화훈련을 통해 하체 근육량을 늘리며 새 시즌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유소년 시절부터 꾸준히 약점으로 지적되던 피지컬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3라운드 선발 출전, 4라운드 풀타임 출전으로 팀 내에서 점점 입지를 넓혀 간 이승우는 13일 앤트워프와의 5라운드 경기에서 경기 시작 50초 만에 선제골을 기록하며 벨기에 리그 데뷔골을 터트렸다. 이승우는 전반 22분에도 상대 수비의 실수를 틈 타 또 하나의 골을 터트리며 유럽무대의 공식경기에서 첫 멀티골을 기록했다. '이탈리아는커녕 벨기에에서도 통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이겨내기 위한 이승우의 노력이 이번 시즌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다.

지난 시즌부터 분데스리가의 SC 프라이부르크에서 활약하고 있는 권창훈은 만하임과의 포칼컵 1라운드에서 전반 19분 시즌 첫 골을 기록했다. 2부리그 홀슈타인 킬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재성 역시 5부리그의 리엔라징엔-알렌과의 포칼컵 1라운드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출전해 헤더로만 두 골을 기록하고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프랑스 2부리그 트루아AC에서 활약하고 있는 석현준도 포FC와의 3라운드 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골을 신고했다.

이강인 2도움-손흥민 패배, 한국축구 현재와 미래의 희비교차

2011년 발렌시아CF의 유소년 팀에서 활약했을 때부터 일찌감치 그 재능을 인정 받았던 이강인은 작년 U-20 월드컵에서 2골4어시스트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며 골든볼을 수상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유망주로 떠오른 이강인의 성장을 가장 기뻐한 이는 당연히 이강인의 소속팀 발렌시아였다. 하지만 이강인은 지난 시즌 24경기(선발 6경기)에서 2골을 기록하는데 그치며 충분한 출전시간을 보장 받지 못했다.

이번 시즌 등번호를 20번으로 변경하며 각오를 새롭게 다진 이강인은 라리가 1라운드 레반테UD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에만 도움 2개를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0-1로 끌려가던 전반 12분 코너킥을 통해 가브리엘 파울리스타의 동점 헤더골을 도운 이강인은 전반 38분 혼자서 수비수 4명을 끌어 모은 후 절묘한 스루패스로 막시 고메스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했다. 

72분 동안 활약하며 2개의 도움을 기록한 이강인은 94%의 패스성공률와 6번의 기회 창출을 통해 발렌시아의 공격을 이끌었다. 만19세 207일 만에 한 경기 2도움을 기록한 이강인은 2008년 후안 마타(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기록(20세150일)을 깨고 발렌시아 역대 최연소 멀티도움 기록을 세웠다. 특히 이강인의 활약이 컵대회에서 하부리그 팀을 상대로 나온 것이 아닌 지역 라이벌 레반테를 상대로 한 리그 경기에서 나왔다는 점이 더욱 고무적이다.

반면에 이번 시즌 첫 라운드에서 개막 축포를 터트려 주길 기대했던 '손세이셔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FC)은 에버턴 FC와의 1라운드 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한 채 팀의 0-1 패배를 지켜 봤다. 손흥민은 전반 25분에 때린 슈팅이 상대 수비수에 막혔고 32분 델리 알리에게 건넨 결정적인 패스는 에버턴 조던 픽포드 골키퍼의 선방에 걸리며 첫 공격포인트를 따낼 기회가 아쉽게 무산됐다. 

프리시즌 4경기에서 4골을 기록하며 이번 시즌 기대감을 높였던 손흥민은 1라운드 경기부터 풀타임을 소화하고도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했다. 한편 첼시FC와 맨유 감독을 거치며 프리미어리그 통산 개막전에서 9승1무를 기록했던 '개막전의 사나이' 조제 모리뉴 감독은 감독 커리어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패배를 맛보게 됐다. 이래저래 출발이 우울한 토트넘과 손흥민의 2020-2021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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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 코리안리거 이승우 이강인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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