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위즈의 고졸 신인 소형준이 올 시즌 토종 투수중 가장 먼저 10승 고지에 오르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소형준은 12일 홈구장인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1이닝 6피안타 1볼넷 9탈삼진 2실점의 호투로 팀의 5-2 승리를 이끌며 승리투수가 됐다.

소형준의 10승은 여러모로 한국야구에 의미있는 기록이다. KBO리그에서 고졸 신인이 10승을 기록한 것은 2006년 류현진(토론토, 당시는 한화 이글스) 이후 14년만의 기록이다. 또한 우완 선발 투수로 국한하면 2002년 김진우(은퇴, 당시 기아) 이후로 무려 18년만이다, 2001년생인 소형준은 한국프로야구에서 '밀레니엄 세대'(2000년대생)로는 최초로 10승을 돌파한 선수로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소형준은 2020시즌 신인왕 경쟁에서도 사실상 유력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소형준은 올해 18경기에 출전하여 10승 5패 자책점 4.32(퀄리티스타트 8회)를 기록중이다. 양현종(기아 타이거즈) 구창모(NC 다이노스), 최원준(두산 베어스), 임찬규(LG 트윈스·이상 9승) 등 쟁쟁한 선배들을 따돌리고 신인이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은 것이다. 지난 8월에는 5경기 28.2이닝간 5점만 내주는 호투로 월간 리그 최다승(4승), 리그 유일의 1점대 평균자책점(1.57)을 기록하며 고졸 신인으로는 1993년 유두열 이후 27년만에 두 번째 '고졸 출신 월간 MVP'에 선정되는 기쁨도 누렸다.

현재 소형준의 경쟁자로 꼽힐만한 선수는 LG의 중고신인 홍창기 정도다. 올시즌 홍창기 역시 97경기에서 타율 .283 3홈런 23타점을 기록중이며 특히 OPS(.858)와 출루율(.416)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토종투수 최초이자 고졸신인 10승'이라는 상징성이 큰 소형준의 임팩트에는 다소 못미친다.

고졸 신인의 첫 해 두 자릿수 승수는 신인왕으로 가는 지름길로 꼽힌다.1992년 롯데 염종석, 1998년 현대 김수경, 2004년 현대 오주원(오재영), 2006년 류현진 등은 모두 고졸 신인으로는 데뷔 시즌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며 신인왕에 올랐다는 게 공통점이다. 역시 신인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던 한기주는 류현진과 하필 데뷔 연도가 겹친게 불운이었을 뿐 다른 시즌 같았으면 충분히 신인왕을 차지했을 만한 성적이었다.

외국인 투수들의 득세가 유난히 두드러지는 최근 KBO리그에서 모처럼 등장한 대형 신인투수라는 점에서 소형준의 발견은 의미가 남다르다. 올시즌 다승-자책점-최다이닝-탈삼진 등 투수부문 주요 기록 상위권을 모두 외국인 투수들이 독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꼽히던 김광현(세인트루이스)은 메이저리그로 진출했고, 양현종은 초반 슬럼프가 길어지며 기록이 하락했다. 전반기 최고의 활약을 보였던 구창모(NC 다이노스)는 후반기에 부상으로 전력에서 장기간 이탈한게 아쉽다. 시즌 후반기로 접어든 현재 최원준, 임찬규, 문승원(SK) 정도를 제외하면 안정적인 활약을 보여주는 토종 선발투수 자체가 리그에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소형준은 현재 다승에서 스트레일리(롯데)와 함께 공동 6위(국내 1위)로 올라섰다. 자책점은 4.32로 규정이닝을 채우지못하여 아직 순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올시즌 국내투수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수 있는 기록이다. 현재 규정이닝을 채운 국내 선발투수중에서 3점대 이하 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문승원과 임찬규(이상 3.96) 단 2명뿐이며, 규정이닝에 미달한 투수까지 포함해도 구창모(1.55, 87이닝)과 최원준(3.61, 87.1이닝) 정도다. 98이닝을 던진 것은 KT 토종 선발투수로서는 가장 많은 이닝 소화 기록이다. KT 부동의 원투펀치로 꼽히는 외국인 투수 데스파이네(13승 6패, 자책점3.96, 154.2이닝)과 쿠에바스(7승6패 자책점 4.15, 110.2이닝)의 뒤를 받치는 3선발로서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활약이다.

우완 정통파로 유신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에 1차지명으로 입단하며 3억 6천의 계약금을 받았던 소형준은 일찌감치 될성부른 떡잎으로 기대를 모았던 투수다. 아마추어시절부터 구위보다는 제구력으로 더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투수답게 신인임에도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며 원하는 곳에 공을 꽂아넣을 수 있는 자신감 넘치는 마인드와 침착한 땅볼유도 능력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소형준보다 앞서 프로무대에서 일찍 두각을 나타낸 대형 신인투수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소형준은 개막 초반이던 5~6월까지는 경기운영 능력면에서 아직 완급조절의 미숙함을 드러내며 헤메기도 했지만 여름에 접어들며 사실상 KT의 토종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신인선수들의 프로무대 적응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제구력 난조나 볼넷 남발 없이 일찍 연착륙할 수 있었던 것도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과 여유가 큰 몫을 담당했다. 창단 첫 가을야구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KT의 팬들은 때마침 혜성처럼 등장한 이 복덩이 신인의 이름을 빗댄 '대형준' '큰형준' 등의 별명을 붙여주며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야구에서 '80년대생 황금세대'를 대표하는 김광현-류현진-윤석민-양현종 이후로 대형 투수의 계보가 끊겼다는 우려가 나온 지 오래다. 이들은 모두 20대 초반 약관의 나이부터 일찌감치 성인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정상급 투수로 장수했다.

꾸준한 인내와 노하우가 요구되는 선발투수 육성은 각 프로구단들의 공통적인 고민이자 2002년대 KBO리그 최대의 화두이기도 했다. 리그에서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구단과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해 이렇게 선수 한 명을 제대로 키워내는 것은 더 큰 의미가 있다. 소형준의 10승을 시작으로, 앞으로 한국야구를 이끌어 나갈 2000년대생들의 활약상이 더 많이 나와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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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준 고졸신인 류현진 역대신인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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