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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독재 불법통치 청산을 마무리하려면 1962년 5·16쿠데타로부터 1980년 신군부쿠데타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헌법적 불법'에 침묵하고 있는 국회의 반성과 그 후속 작업으로서 1987년 체제 개혁 및 불법 피해확인·원상회복·법제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분단 상황을 빌미로 체제유지에 악용돼 온 국가보안법과 테러방지법의 폐지 및 형법 개정, 군·국정원·검찰·경찰 내 반법치주의적 공안(권력)기구 개혁, 국가나 권력자에 충성을 강요해 온 국가주의 이데올로기 없애기 등이 구체적 과제로 거론됐다.

박정희 독재 18년 동안 폭압적 정권보위 기구였던 중앙정보부(이하 중정, 현재 국정원)의 탄생과 부역자 및 그들이 만들어 낸(대부분 조작) 불법폭력 사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후속 기관인 국정원 수사권·국내파트 폐지 등 개혁과제를 제기하는 발제도 이뤄졌다. '정보기관의 수장' 또는 '정부 안의 정부'로 군림한 중정의 학문적 연구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동석 교수 "불법 무효화, 저항자 불처벌 원칙"

유신청산민주연대(상임공동대표 김재홍 박현옥)와 이재정 국회의원(안양 동안을,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하고 민주인권평화를 실천하는 긴급조치사람들(대표 유영표)이 10일 개최한 '유신시대의 형사사법통치기구의 실상과 청산과제'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다.

이대수 유신청산민주연대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 토론회는 오후 2시부터 6·15남측위 회의실(안국역 인근 서원빌딩)에서 열렸다. 애초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국회 내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라 장소를 옮기고 참여자를 소수로 제한했다.
 
 ‘유신시대의 형사사법통치기구의 실상과 청산과제’ 토론회가 유신청산민주연대와 이재정 국회의원 주최로 10일 열렸다.
 ‘유신시대의 형사사법통치기구의 실상과 청산과제’ 토론회가 유신청산민주연대와 이재정 국회의원 주최로 10일 열렸다.
ⓒ 최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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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시대의 입법통치기구 개혁과제' 발제에서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신독재의 이른바 '헌법적 불법'은 5·16군부 쿠데타 뒤 62년 만든 헌법(부칙)에 △국가재건비상조치법 등 제정된 법률 효력을 지속하며 이의 또는 개폐할 수 없고 △법령에 의해 행해진 재판 예산 등 처분은 효력을 지속하며 제소할 수 없게 한 데서 출발한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이어 72년 유신헌법 부칙에도 제정된 각종 법령을 개폐하거나 이의할 수 없게 하고, 각종 재판·예산 처분과 대통령의 특별선언·비상조치에 제소 및 이의를 못하게 막아 국가권력의 불법폭력을 강요하고 주권자의 심판을 피하는 술수를 부렸다고 덧붙였다.

특히 오 교수는 "박정희가 불법 폭압적으로 남발한 비상사태와 긴급조치 효력 시비를 아직도 다 가리지 못했다"며 "민주화되고 바뀐 현재의 헌법을 기준으로 판단하되 '원시적 무효화'(독일 법철학자 라드브루흐 주장, 나치 불법의 원상회복과 저항자 불처벌) 처리 원칙으로 처리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한홍구 교수 "불법 폭압 '중정' 잔재 청산 필요"

△각종 헌법적 기본권 제한 △대통령 간선제 및 국회의원 1/3 추천 △대통령 연임·중임 규정 삭제에 따른 장기집권 고착화 △국회 권한 축소 △사법부 독립 훼손 등의 실체적 불법, △비상사태로 국가보위특별법을 꼼수 제정하고 이를 근거로 국회해산·정당활동금지 등의 초헌법적 결정을 쏟아낸 절차적 불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오 교수는 지적했다. 또 △국보법·테러방지법 폐지 및 형법 개정 △군·국정원·검찰·경찰 공안기구 개혁 △국가주의 이데올로기 청산 등의 구체적 과제도 제기했다.

'유신시대의 통치기구 중앙정보부의 역할' 발제에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한국전쟁 당시 육군본부 정보국(국장 백선엽)에 근무했던 박정희를 중심으로 한 육사 8기 정보장교들이 5·16군사반란을 주도했으며, 그 결과 탄생한 박정희 정권은 반쿠데타 세력을 억누르고 폭압정권을 유지하려고 미국 CIA와 FBI를 결합한 정보수사 조정감독기관을 창설했다"고 언급했다.

중정은 이후 김대중 납치, 민청학련·인혁당재건위 조작, 동아일보·경향신문 등 언론탄압, 야당 각목전당대회 등 정치공작, 부일장학회 강탈, 지학순 주교 구속, 동백림·크리스천아카데미·오원춘 사건, 수많은 간첩단(대부분 조작) 사건, 미국 코리아게이트, YH노조탄압, 부마항쟁 강제진압 등의 불법폭력을 일삼으며 △국내외 정보수집분석 △대공·보안 수사 △언론·재야·지식인·노동자 반정부활동 억압 등 무소불위의 폭력을 휘둘렀다고 한 교수는 강조했다.

조영선 변호사 "'긴급조치 고도의 정치행위' 면죄부 그만"

한 교수는 특히 "중정은 군보안부대·검찰·경찰의 보고를 받았으며 차장급을 검찰총장·법무장관이나 보안사령관으로 발령 내는 등의 위계질서를 세워 '대검이 중정의 출장소'(당시 조재천 야당 의원 말)라는 평을 들을 정도의 위세를 부렸다"며 "김기춘 등 엘리트 검사를 차출(지원)해 검찰 등 정보기관 지배를 공고히 했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쿠데타 정권은 중정을 통해 18년의 폭압통치를 유지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김재규 중정 부장의 총에 막을 내렸다. 그 뒤 중정은 5공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로 국가정보원으로 변신하고 남산에서 내곡동으로 이전하며 민주정부의 정보기관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수사권·국내파트 폐지 등이 마무리 되지 않아 MB시절 서울공무원 간첩조작사건과 대선 댓글공작 등이 이뤄졌다며 남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한 교수는 목소리를 높였다.

조영선 변호사(전 민변 사무총장)은 토론에서 2차 대전 뒤 독일에서 포괄적청산법으로 나치의 주요 악법과 유죄판결을 무효화 했듯 우리도 유신헌법·법령과 그 체제에서 이뤄진 각종 불법 판결을 무효화(위헌·위법 결정)하고 피해를 구제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특히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가 고도의 정치성을 띈 국가행위라는 법원판결 논리가 하급심에서 깨지고 있지만 고법이나 대법 등에서는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며 "이를 극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송병춘 변호사 "검찰·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통제를"

송병춘 긴급조치사람들 법률대책위원장(변호사)은 토론에서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법(2005년 제정),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2001년 제정) 등이 있는데 국가권력의 불법 폭력을 규명하지 않은 채 피해규명과 기념사업만 하는 느낌"이라며 "진상규명, 인적청산, 국가기관 개혁 등을 이룰 유신청산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위원장은 아울러 "박정희 유신체제와 통치기구였던 중정은 군국주의 일본과 나치 독일의 정보기관을 베낀 것인데, 민주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 역할이 고스란히 검찰(대검 중수부)로 이관됐다"며 "국정원 검찰 경찰 등 이른바 권력(정보)기관의 개혁과 민주적 통제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유신청산민주연대는 지난해 5월 긴급조치 피해자 원상회복 방안 국회토론을 박주민 의원실과 공동주최한 것을 계기로 유신체제 청산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모으며 1년여 준비 끝에 올 5월 23일 공식 출범한 단체다.

유신청산민주연대에는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서울민예총, 자유언론실천재단, 통아투위, 조선투위, 전태일재단,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한국작가회의, 4·9통일평화재단, 70년민주노동운동동지회, 청계피복·동일방직·원풍모방·CDK·YH 노동조합, 71동지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등이 참여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저널에도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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