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20년, 강정마을 평화운동의 상징이었던 강정 평화센터가 안타깝게도 사라졌습니다. 지난 10년 강정 평화센터의 기억들 그리고 평화센터를 새로 지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기자말]
 
 25일 오전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 건설 현장에서 강정마을 주민들과 단식투쟁에 들어간 신구범 전 지사(가운데)가 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2011년 4월 25일 오전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 건설 현장에서 강정마을 주민들과 단식투쟁에 들어간 신구범 전 지사(가운데)가 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있는 그대로의 평화'를 원했던 강정은 사라졌다. 구럼비 바위에 새겨져 있을 어린 시절들의 추억은 육중한 콘크리트 덩어리에 갇혀있다. 양양한 바다를 보며 미래를 품었던 거친 파도가 있던 자리는 이제 군함들에 내주었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로마 시대 군사학 교리는 로마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 교리는 현실 세계를 압도하며 '팍스 로마나' 시대를 거쳐 '팍스 아메리카' 시대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 

강정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공권력은 일시적으로 '사과한다', '소통하자' 한 적은 있었지만, 지난 4800여 일 동안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라'는 종교의 가르침을 힘으로 압도해 왔다. 대통령이 누구였든 간에 우리가 보아왔던 '있는 그대로 권력의 모습'이었다. 

최근 제주 출신인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강정마을을 찾아 사과했다. 대단한 일처럼 행정대집행 비용 취소를 선물로 포장했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2021년 국방 예산안에 따르면, 오히려 제주해군기지 인력 보강 등의 계획이 잡혀 있다. (관련 기사: 2021년도 국방예산 52조9000억 편성... 올해 대비 5.5%↑ http://omn.kr/1orgw)

정부가 타협안이라며 작명한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지만, 사실 해군기지일 뿐이다. 코로나19 시대 이전부터 약속했던 15만 톤 크루즈는 오지 않았다. 대신 원희룡 도지사는 도민 세금으로 선진지 견학이라며 일부 주민들에게 크루즈 견학을 보내준 적이 있다. 태풍 예보가 내리면 행정기관인 서귀포시는 민군복합형관광미항 이라는 말 대신 솔직하게 '제주해군기지 앞 도로 주의하라'는 문자를 보낸다. 

가속화되는 제주 군사기지의 섬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강정마을 주민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전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 건설 현장에 최병수 작가가 철판에 이지스함 모양을 뚫은 작품 안쪽으로 범섬과 해안기지를 반대하는 깃발이 보이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강정마을 주민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011년 4월 25일 오전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 건설 현장에 최병수 작가가 철판에 이지스함 모양을 뚫은 작품 안쪽으로 범섬과 해안기지를 반대하는 깃발이 보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제주는 정부가 법률로 정한 세계 평화의 섬이다. 그러나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세계 평화의 섬이 아닌 군비 경쟁의 장이나 동북아의 화약고로 변모할 운명을 지내게 됐다. 고립된 섬의 시각을 넘어서면 제주해군기지는 이미 동북아 국제 관계 속에서 군사기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초기부터 중국은 미군기지화 우려에 대해 견제의 입장을 표명해 왔다. 미군 고위 관료들 역시 미국의 관점에서 제주 해군기지의 전략적 활용을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미 군함 제주해군기지 입항 논란이 될 때마다 국방부 등은 단순 기항일 뿐이라고 애써 부인하지만, 그 쓰임새에 대해서 숨길 수도 없다. 2017년에는 미군이 자랑하는 전략 자산인 미 핵잠수함 미시시피가 제주해군기지에 입항했으며, 같은 해 1월 당시 미 해군 태평양 사령관은 제주해군기지에 척당 5조 원이라는 줌월트급 스텔스 이지스함 배치를 제안했다고 한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참석한 관함식에는 '떠다니는 군사기지'인 미 핵추진항모 로널드 레이건호가 입항했다.

일제 강점기 대중국 군사 병참기지 역할을 해왔던 제주 섬은 이승만 정권 시절 미국의 군사기지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으며, 박정희 정권 시절이던 1969년에는 제주도를 미군기지로 제공할 의사를 한국 정부가 먼저 내비치기도 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이미 건설된 제주해군기지는 '팍스 아메리카나'를 위협하는 최대 경쟁 상대인 중국을 향한 군사적 전략 거점일 수밖에 없다.

'있는 그대로의 제주'를 위협하는 또 다른 갈등인 제2공항 역시 군사적 맥락에서는 해군기지에 이어 공군기지로 이어질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국토부 장관은 부인하지만, 국방부 장관은 제2공항 건설 시 공군기지 활용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국방중기계획에는 제주 공군기지 건설 계획이 '남부탐색구조부대'로 명칭만 변경되어 20년 넘게 반영되고 있다. 제주 도민들의 반발로 제대로 그 뜻을 펴지 못하고 있지만, 제2공항과 연계된다면 해군기지에 이어 공군기지는 필연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시 평화로 떠나는 길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을 지키고 있는 백합, 몸으로 함께 하지 못하는 주민들이 백합을 통해 마음으로 함께 한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을 지키고 있는 백합, 몸으로 함께 하지 못하는 주민들이 백합을 통해 마음으로 함께 한다.
ⓒ 강정마을회

관련사진보기

  
평화를 평화로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해군기지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해군기지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구속 수감 중인 송강호 박사가 그 이름이다. 4800일 넘게 제주해군기지 앞 도로에서 천막 미사를 드리고 있는 신부님과 신도들이 그 주인공이다. 매일 아침 기지 앞에서 평화의 백배와 몸짓으로 평화를 실천하는 평화활동가가 그들이다. 10년 넘게 삼거리 식당을 지켜온 '종환 삼촌'이 평화 지킴이다. 대부분 하루하루 바쁜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 철책으로 둘러싸인 저 바다를 보면서 구럼비의 추억을 현실로 지켜내지 못한 점이 여전히 속상한 주민들이 주인공들이다. (관련 기사: 관함식 열리는 강정해군기지, 그는 왜 바다로 뛰어들었나 http://omn.kr/1amdk)

소박했지만 무수한 평화의 이야기와 평화의 연대가 깃들여있던 강정평화센터가 사라졌다. 그러나 그 평화의 연대를 다시 이어가려고 한다. 새로운 평화센터는 낫을 쳐서 쟁기를 만드는 사람들의 소중한 공간으로 만들어 가려고 한다. 

이제 강정에는 다시 연대가 필요하다. 무너진 평화의 자리에 민들레의 투혼처럼 다시 새로운 평화의 기운을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 연대를 감히 부탁한다. 새로운 평화센터는 비닐하우스일지언정 바로 앞에 위치한 동북아의 전쟁 연습 기지가 아니라 동북아의 새로운 평화를 구상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될 것이다.

'강정 평화센터 새로짓기' 텀블벅 프로젝트 밀어주기: https://www.tumblbug.com/gangjung_peace_center

[기획/ 강정평화센터 새로짓기]
① 2020년, 강정마을 평화센터가 사라졌습니다 http://omn.kr/1ol44
② 강정해군기지와 함께 마을은 빠르게 변했다 http://omn.kr/1on65

덧붙이는 글 | 글쓴이 홍기룡은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입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