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대전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 한화 경기. 5회 초 키움 공격, 2사 후 주자 1,2루에서 한화 김진욱이 구원 투구하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대전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 한화 경기. 5회 초 키움 공격, 2사 후 주자 1,2루에서 한화 김진욱이 구원 투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하위 한화가 이틀 연속 갈 길 바쁜 삼성의 발목을 붙잡았다.

최원호 감독대행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터트리며 7-0으로 승리했다. 앞서 열린 더블헤더 1차전에서 삼성과 4-4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한화는 2차전에서 삼성 타선을 9회까지 단 3안타로 묶으며 더블헤더가 포함된 삼성과의 3연전을 2승1무로 마무리했다(28승1무71패).

한화는 1회 2사1,3루에서 우전 적시타를 때린 하주석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6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베테랑 최진행이 3점 홈런으로 확실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마운드에서는 4명의 투수가 깔끔한 이어 던지기를 통해 삼성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은 가운데 프로 3년째를 맞은 2000년생 선발 투수의 역투가 돋보였다. 6이닝 동안 2피안타2사사구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첫 선발승을 따낸 김진욱이 그 주인공이다.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던 '코리안 몬스터'의 후계자

2012 시즌이 끝난 후 에이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을 메이저리그로 보낸 한화는 류현진을 대체할 토종 에이스 발굴이 절실했다. 당초 한화가 기대했던 투수는 7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좌완 유창식이었다. 2011년 한화에 입단한 유창식은 2012년 6승, 2013년5승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이는 듯했지만 2014년 4승에 그친 후 트레이드를 통해 KIA 타이거즈로 이적했다. 유창식은 KIA에서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되며 현재 야구계를 완전히 떠났다.

2014년에는 김응용 감독이 발굴한 토종 에이스 후보 이태양(SK 와이번스)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프로 입단 후 4년 동안 1군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하던 이태양은 2014년 풀타임 선발로 활약하며 7승을 따냈고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돼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하지만 크고 작은 부상으로 선발 투수로서 대성하지 못한 이태양은 2018년 불펜투수로 변신했고 지난 6월 노수광과의 트레이를 통해 SK 유니폼을 입었다.

2016년에는 류현진과 남다른 친분을 과시하며 비 시즌 개인훈련까지 함께 다니던 장민재가 시즌 6승을 올리며 토종 선발 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장민재는 2018년과 작년 시즌에도 연속 6승을 기록하며 괜찮은 활약을 이어갔지만 애초에 구위가 뛰어난 선수는 아니라 토종 에이스가 되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민재는 올 시즌에도 15경기에서 2승4패 평균자책점7.68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한화에 부임한 한용덕 감독은 전임 김성근 감독과는 달리 젊은 투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 중에서도 좌완 파이어볼러 김범수는 유창식이 실패로 결론난 시점에서 '포스트 류현진'에 가장 가까운 투수였다. 2018년 4승7홀드, 작년 5승을 기록했던 김범수는 올해도 최원호 감독대행으로부터 꾸준히 선발기회를 얻었지만 7월말 고관절 부상으로 1군에서 이탈하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그나마 올 시즌 한화팬들을 웃게 만드는 젊은 선발 투수는 우완 김민우다. 루키 시즌 묵직한 패스트볼을 던지며 주목 받았다가 2016년 5경기 만에 어깨 부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했던 김민우는 2018년 5승, 작년 2승에 이어 올해는 20경기에서 4승8패4.12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프로 데뷔 6년 만에 처음으로 100이닝을 돌파(102.2이닝)하며 건강을 증명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다.

10라운드 출신 김진욱, 하위 라운드 선수들의 희망 될까

수원 유신고 출신의 김진욱은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0라운드(전체 94순위)로 한화에 지명되며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김진욱은 유신고 시절 김민(kt 1차지명)과 함께 원투펀치로 활약했고 김민이 청소년 대표에 선발되며 국제대회 출전으로 자리를 비울 때는 실질적인 유신고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하지만 176cm 79kg에 불과한, 투수로는 비교적 작은 체구 때문에 지명순위가 10라운드까지 밀려나고 말았다.  

하지만 김진욱은 한용덕 감독으로부터 "기본기가 좋다"는 호평을 받으면서 좌완 박주홍, 내야수 정은원과 함께 신인임에도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구속증가에 성공한 김진욱은 시즌 개막 후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며 한화 마운드의 히든카드로 떠올랐다. 하지만 김진욱은 단 3경기 만에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말꿈치 부상까지 겹치며 시즌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작년 시즌에도 1군에서 1경기 1이닝 투구에 그쳤던 김진욱은 군에 입대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올해 한화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김진욱은 올해도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7월 11일 1군에 올라와 두 달 가까이 1군에 생존하고 있다. 시즌 첫 2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8.1이닝5실점(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던 김진욱은 이후 14경기에서 불펜으로 등판했다가 9일 삼성과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시즌 세 번째 선발 기회를 얻었다.

사실 더블헤더 경기에 등판하는 임시 선발의 임무는 짧은 이닝 동안 50~60여 개의 공을 전력으로 던져 다음 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길 때까지 실점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김진욱은 이날 6회까지 '무려' 77개의 공을 던졌고 김동엽과 구자욱에게 맞은 단타를 제외하면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실제로 이날 김진욱은 실점은커녕 3루까지 주자를 진루시키지 않는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선보였다.

더블헤더가 포함된 삼성과의 3연전에서 2승1무로 선전한 한화는 11연패의 수렁에 빠진 9위 SK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좁혔다. 18연패를 당할 때까지만 해도 멀어 보였던 '탈꼴찌'의 꿈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뜻이다. 그리고 10라운드 출신에 체격이 크지 않은 김진욱이 한화의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한다면 김진욱의 성장과정은 각 구단의 하위 지명 선수들에게 '연구대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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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화 이글스 김진욱 10라운드 데뷔 첫 선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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