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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못 가본 게 한이다. 그렇게 막힐 줄 알았으면 어떻게 해서든 갔을 텐데..."

무릎 연골이 닳아서 지난 2월 수술을 받은 작은아버지는 뻗정다리로 앉아 아쉬운 듯 금강산 사진을 바라봤습니다. 산을 좋아해 전국의 명산을 다 올랐던 작은아버지입니다. 백두산에도 갔다 왔는데 금강산만은 못 갔다면서, 생전에 가볼 수 있을까 아쉬워했습니다.

20여 년 전에 산악회를 조직해서 크게 키웠던 작은아버지입니다. 면 단위 시골 동네의 산악회였는데도 규모가 컸습니다. 회원들의 신망과 호응도 많이 받았습니다. 고향을 지키며 살고 있는 내 친구들을 만나면 산악회 이야기를 하며 회장님을 따라 전국 산을 다 올랐다며 제게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도 다 있을 정도였습니다. 

천하절경 금강산

그렇게 산을 좋아했던 분이었으니 당연히 금강산은 가보셨을 줄 알았습니다. 중국의 태산이며 황산도 올랐는데 금강산이야 말해 무엇할까요. 그런데 아뿔싸, 작은 아버지는 금강산을 못 가봤다고 합니다. 그렇게 금강산 가는 길이 막힐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내내 아쉬워합니다. 
 
 고성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쪽 풍경.
 고성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쪽 풍경.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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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과 금강산에 대해서는 우리 민족 모두 남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천하의 명산을 다 올랐더라도 백두산을 오르지 않았다면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는 것이나 매한가지 일 듯합니다. 금강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천하제일 절경이라는데, 우리는 그것을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 작은아버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008년 7월, 금강산 여행을 갔던 남한 여행자 박왕자씨가 피살되었습니다. 그리고 금강산으로 가는 길이 막혀버렸습니다. 그 후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 길은 여전히 뚫릴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금강산 구경을 못 한 사람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길이 다시 열릴 날만 기다립니다.

하얗게 우뚝 선 천만 봉우리

금강산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과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찬탄에 찬탄을 했겠습니까. 그 중 고려 말의 학자이자 문신이었던 권근은 금강산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하얗게 우뚝 선 천만 봉우리
바다 구름 걷히자 옥 연꽃 드러나네
늠실대는 신령스러운 빛 창해를 닮은 듯
굼틀대는 맑은 기운 조화를 모은 듯
우뚝한 산부리는 조도를 굽어보고
맑고 그윽한 골짜기엔 신선의 자취 감추었네
동쪽을 유람하다 곧 정상에 올라
우주를 굽어보며 가슴 한번 씻어 보자

 
 지난 2017년  고성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금강산 자락.
 지난 2017년 고성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금강산 자락.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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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노라니 마치 금강산을 보는 듯합니다. 하얗게 우뚝 선 천만 봉우리가 구름이 걷히자 연꽃이 피어나듯 드러납니다. 늠실대고 굼틀대는 기운이 운해처럼 퍼져 나갑니다. 맑고 그윽한 기운이 천지에 가득 찹니다. 과연 우주를 굽어보며 가슴 한 번 씻어볼 만한 풍경이고 광경입니다.

​1998년 11월에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지루하고도 험난하게 이어져 온 남북관계에서 통일을 향한 노력 가운데 두드러지는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나 육로로는 갈 수 없어 바닷길로 갔습니다. 쉬운 길을 두고 멀리 돌아간 셈입니다.

금강산으로 가는 기차

서울에서 금강산까지는 육로로 약 300킬로미터 거리입니다.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 된 지 오래인데, 이 정도 거리라면 하루 안에 오갈 수 있습니다. 기찻길이 있다면 기차를 타고 금강산 구경을 하러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금강산 기차여행을 꿈꾸지 못합니다. 경험치가 쌓여야 꿈이라도 꿀 텐데 기찻길이 끊긴 지 오래되어 이제는 상상조차 하지 않습니다.

금강산까지 가는 기차선로가 있었습니다. 금강산 관광을 목적으로 부설된 '금강산선(金剛山線)'이 바로 그것입니다. 서울에서 원산까지 가는 '경원선'의 지선인 금강산선은 철원에서 갈라져 김화를 거쳐 내금강에 이릅니다. 1924년에 시작되어 1931년 7월에 철원∼내금강 사이의 전체 구간이 개통된 금강산선의 길이는 116.6㎞였습니다.  

금강산 철도 이용 승객은 1926년에 881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전 구간이 다 개통된 1931년 이후로는 이용객이 늘어 1936년 연간 이용객이 약 15만 4000명에 달했습니다. 운임은 당시 쌀 한 가마 값인 7원 56전이었습니다. 당시의 시세로 봐서 큰 금액인데도 금강산 유람을 하기 위해 나서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기차의 속도는 지금으로 보면 그다지 빠르지 않았습니다. 평균 시속이 약 35~40km/h였으니 요새 사람들 눈으로 보면 느림보 기차인 셈입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최고 속도였을 겁니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직통 침대 기차도 있었다고 하니 갖출 건 다 갖춘 기차였습니다.

쌀 한 가마 값인데도 금강산 유람

하루에 일곱 번 운행되던 금강산선 철도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태평양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철강재가 부족하게 되자 일본은 창도군에서 내금강까지의 궤도 49킬로미터를 뜯어 갔습니다. 이 일로 사실상 운행이 중단되었고, 한국전쟁이 터진 후 폭격을 맞아 철로의 상당 부분이 파손되고 말았습니다. 이후 군사 분계선이 생기면서 금강선 철도는 완전 폐선되었습니다. 

금강산 철도를 다시 만들면 어떨까요? 끊어지고 흩어진 길을 찾아서 기차가 다니도록 하는 겁니다. 80~90년 전 그 옛날에도 기차 타고 금강산에 갔다는데 지금 시대야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서울에서 출발해서 한두 시간 만에 금강산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지난 2017년 찍은 경의선 도라산역
 지난 2017년 찍은 경의선 도라산역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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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국민 차원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019년 10월, 금강산관광 재개를 바라는 천만 명 서명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2020년 1월에는 신금강산선 철도 건설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강원도 양구에서 내금강까지 연결하는 가칭 '신금강산선' 철도 건설이 그것입니다.

강원도 양구군은 지난 4월 23일에 '양구 비전 2030'으로 6개 분야의 사업을 수립했습니다. 그중 접경지역 거점벨트화 사업에 신금강산선 철도 사업의 추진이 있습니다.  31번 국도 연결 사업과 해안 펀치볼 DMZ 세계 지뢰평화공원 조성 사업 등과 함께 신금강선 철도가 주요 전략 사업으로 책정되었습니다.

신금강산선 철도 건설

신금강산선의 노선 거리는 59킬로미터입니다. 과거 철원과 내금강을 잇던 금강산선 노선은 116.6킬로미터였는데 신금강산선은 그것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수도권에서 금강산까지 가는 최단 거리입니다. 서울 청량리역을 출발해 춘천과 양구를 거쳐 내금강까지 가는데 1시간 40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신금강산선 건설은 아직 논의 단계이지만 마음은 벌써 앞으로 달려갑니다. 금강산 기차여행을 꿈꿔 봅니다. 학생들은 수학여행을 금강산으로 가고 주말이면 나들이 가는 행렬로 기차 안이 꽉꽉 찹니다. 당일치기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젊은 시절 산을 좋아해 전국의 명산을 다 오른 내 작은아버지가, 만약 신금강선 개통 소식을 들으면 뭐라고 하실까요. 다리가 아파 무릎 수술까지 받았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금강산만은 오르실 것 같습니다. 기차 타고 금강산 앞까지 갈 수 있다면 열 일 제치고 나서실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금강산을 그려봅니다. 깎아지르는 듯한 암벽과 드높이 치솟은 기암괴석이 눈앞에 떠오릅니다. 신령스러운 기운이 넘실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금강산이건만 우리는 가볼 수 없습니다. 온 세계 사람이 다 가볼 수 있지만 단 하나 남쪽 사람들만은 갈 수 없습니다. 지구상 가장 위험한 국경인 휴전선이 가로막고 있어서 우리는 못 갑니다. 

이제는 분단의 사슬을 끊어야 합니다. 우리 민족 앞에 펼쳐질 가능성을 상상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야 합니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못 한다는 패배의식을 떨치고 앞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 시작을 금강산으로 가는 길을 잇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요. 금강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지난 3월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을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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