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한화와의 주말 2연전을 모두 쓸어 담고 5위 싸움에 박차를 가했다.

허문회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3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10안타를 때려내며 6-2로 승리했다. 전날 9-7 승리에 이어 한화와의 안방 2연전을 모두 승리한 롯데는 이날 KIA 타이거즈와의 더블헤더에서 1승1패를 기록한 5위 kt 위즈와의 승차를 1경기로 줄였다(47승1무43패).

롯데는 2회 2타점 적시 2루타를 때린 오윤석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간판타자 손아섭과 전준우가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전날 한화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가까스로 승리한 롯데는 이날 선발 투수의 호투 속에 비교적 깔끔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시즌 초반부터 심한 기복으로 허문회 감독과 롯데팬들의 마음을 초조하게 만드는 외국인 투수 애드리안 샘슨이 그 주인공이다.

심한 기복 때문에 아쉬운 커리어 남긴 투수들
 
 롯데 선발투수 샘슨

롯데 선발투수 샘슨 ⓒ 연합뉴스

 
감독들은 기본적으로 기복이 심한 투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만약 20승 시즌 한 번에 5승 시즌 두 번을 기록하는 투수와 3년 연속 꾸준히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는 투수가 있다면 대부분의 감독들은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감독들은 소위 '계산이 서는 투수'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구에서 기복 없이 매년 꾸준한 성적을 올리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다. 

휘문고 시절부터 '리틀 선동열'로 불리며 초고교급 투수로 고교 무대를 평정했던 임선동은 1997년 프로 입단 후 첫 시즌에 11승을 올리며 대형 신인다운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소속팀인 LG 트윈스 구단과 사이가 썩 좋지 않았던 임선동은 이듬 해 태업에 가까운 부진에 허덕이다가 1승 6패 평균자책점 6.94로 성적이 추락했고 결국 1999년 1월 트레이드를 통해 현대 유니콘스로 이적했다.

임선동은 2000년 다승왕에 오르고 2001년에도 14승을 따내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투수로 떠올랐지만 2002년 허리 부상으로 고전하다가 8승에 머물렀다. 이후 임선동은 2006 시즌까지 현대에서 활약했지만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하고 썩 길지 않았던 프로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KBO리그를 거쳐 간 '게으른 천재'를 이야기할 때 언제나 첫 손으로 등장하는 임선동은 LG 시절에도 현대 시절에도 심한 기복을 극복하지 못한 선수로 기억되고 있다.

'기복의 대명사'라고 하면 OB와 두산 베어스에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NC 다이노스에서 은퇴한 좌완 파이어볼러 이혜천을 빼놓을 수 없다. 이혜천은 한 해에 4~50개의 홈런을 치던 '국민타자' 이승엽과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을 친다던 '스나이퍼' 장성호(KBS N SPORTS 해설위원)가 가장 상대하기 꺼려하던 투수였다. 워낙 제구력에 기복이 심해 공이 어디로 날아올지 예측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이혜천은 매 시즌, 매 경기, 매 이닝, 매 타자를 상대할 때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공을 던지곤 했다. 소위 '긁히는 날'에는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가 스트라이크존 구석으로 정확히 빨려 들어가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컨디션이 좋은 날은 한 시즌에 5번이 채 되지 않았다. 결국 프로에서 18년 동안 활약하며 706경기에 등판한 이혜천은 한 번도 두 자리 승수나 15개 이상의 홀드를 기록한 시즌을 만들지 못하고 현역생활을 접었다.

'퐁당퐁당의 아이콘' 샘슨, 한화전에서는 3경기 3승

롯데가 올 시즌을 앞두고 댄 스트레일리와 원투 펀치로 활용하기 위해 영입한 샘슨은 작년 시즌 추신수의 동료로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활약하며 국내 팬들에게도 제법 익숙한 투수였다. 비록 빅리그에서 대단한 성과를 올린 거물급 투수는 아니지만 작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활약하며 6승 8패 ERA 5.89의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롯데로서는 뜻밖의 현역 빅리거를 데려오는 행운을 누린 셈이다.

하지만 시즌 개막 날짜가 정해진 상황에서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접한 샘슨은 미국으로 일시 귀국했고 아버지의 상을 치른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자가격리 기간을 거치고 5월 말에야 시즌 첫 등판을 가졌다. 하지만 현역 빅리거라던 샘슨의 구위는 롯데 팬들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샘슨은 6월까지 6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 4패 ERA 6.16을 기록하며 심한 불운에도 6월까지 1승 2패 2.43으로 호투행진을 이어가던 스트레일리와 크게 비교됐다.

샘슨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심한 기복이었다. 샘슨은 7월 9일 한화전 5.2이닝 1자책, 8월 19일 두산전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다가도 7월 15일 LG전 4.1이닝 8실점 , 8월13일 NC다이노스전 1이닝 6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지곤 했다. 버리자니 코로나 정국에서 대체 선수를 구하기가 쉽지 않고 계속 쓰자니 영 믿음이 안가는 '계륵' 같은 외국인 투수가 바로 샘슨이었다. 실제로 샘슨이 선발 등판한 13경기에서 롯데는 4승 9패로 부진했다.

지난 25일 SK 와이번스전에서도 5이닝 동안 홈런 2개를 맞으며 6실점으로 뭇매를 맞았던 샘슨은 올 시즌 2승 ERA 2.92로 강한 면모를 보이던 한화를 상대로 3번째 선발 등판했다. 그리고 샘슨은 한화를 상대로 한 3번째 등판에서도 7이닝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면서 시즌 5번째 승리를 챙겼다. 올해 샘슨이 거둔 5승 중 한화를 상대로만 3경기에서 3승(평균자책점 2.79)을 따낸 것이다. 

사실 샘슨은 NC(1패 ERA 54.00), LG(2패 ERA 13.03) 등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대단히 약한 면모를 보여왔다. 포스트시즌에서 샘슨이 주요 선발 투수로 중용되기 쉽지 않다고 예상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롯데는 아직 시즌 6위에 머물러 있다. 샘슨이 현역 빅리거로서 자존심을 회복하고 롯데를 좋은 성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남은 시즌 동안 모든 경기가 한화인 것처럼 기복 없는 꾸준한 투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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