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유지태와 함께 영화 <바이준>으로 데뷔한 배우 김하늘은 조성모의 뮤직비디오 '투헤븐(To Heaven)'에서 당대 최고의 청춘 스타 이병헌과 애절한 멜로 연기를 펼치며 주목 받았다. 이후 드라마 <해피투게더>와 <햇빛 속으로> <피아노> <로망스>  영화 <동감> 등에 출연한 김하늘은 '청순가련의 아이콘'으로 여러 작품을 통해 수년간 시청자 그리고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런 김하늘에게 2003년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김하늘 자신에게도, 관객들에게도 좀처럼 적응하기 힘든 파격적인 변신이었다. 그 어떤 관객도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거 같은 김하늘이 권상우와 티격태격하면서 코믹 연기를 보여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5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했고 김하늘은 이후 코믹과 멜로, 스릴러까지 소화 가능한 만능 배우로 거듭났다.

이처럼 특정 이미지가 대중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는 배우들은 갑작스런 파격 변신이 큰 모험이 될 수밖에 없다. 성공하면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기회가 되지만 실패의 위험 부담 역시 크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간 밝고 씩씩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배우 박은빈이 소심한 바이올린 전공의 음대생으로 변신하는 SBS 새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만 4세부터 활동했지만 대표작 만나지 못한 베테랑(?) 배우
 
 <구암 허준>에 출연할 때만 해도 박은빈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현모양처 그 자체였다.

<구암 허준>에 출연할 때만 해도 박은빈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현모양처 그 자체였다. ⓒ MBC

 
만 4살이던 1996년 아동복 모델로 데뷔한 박은빈은 1998년 SBS 드라마 <백야 3.98>로 드라마를 시작해 20년이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배우다. 하지만 문근영, 고아성, 김유정, 김새론 등 많은 아역 배우들이 어린 시절부터 크게 주목 받았던 것과 달리 박은빈은 아역 시절 크게 내세울 만한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 심지어 <개그콘서트>에서 '수다맨'을 소개하는 어린이로 출연한 것이 아역배우 박은빈의 대표작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

사실 박은빈은 아역배우 시절 발랄한 역할보다는 조용하고 얌전한 캐릭터를 더 많이 연기했다. 2001년 <명성황후>에서 1대 세자빈, 2005년 <부활>에서 한지민의 아역을 연기한 박은빈은 2006년 KBS 드라마 <서울 1945>에서 소유진의 아역을 맡으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박은빈은 친일 귀족 집안의 외동딸 역할을 기품 있고 오만하게 연기했고 <서울 1945>는 일본에 수출되고 현지에서 DVD 발매가 되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 박은빈은 2009년 5월부터 11월까지 약 6개월 동안 Mnet의 '청소년 버전 보니하니'라 할 수 있는 <소년소녀가요백서>의 진행을 맡기도 했다. 소녀시대의 티파니와 카라의 한승연, 시크릿의 전효성 등 걸그룹 멤버들이 주로 맡았던 <소년소녀 가요백서>에서 박은빈은 유일한 배우 출신 여성 MC였다.

<드림하이> 마지막회에서 수지가 연기한 고혜미의 동생으로 까메오 출연하며 시즌2의 주인공으로 지목되기도 했던 박은빈은 <드림하이2>가 아닌 2013년 <구암 허준>의 다희 아씨 역을 통해 첫 지상파 주연을 맡았다. 박은빈은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도 허준(고 김주혁 분)을 위해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현모양처 연기를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물론 <구암 허준>의 시청률은 전광렬의 <허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박은빈은 2013년 69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원류환(김수현 분)이 사모하는 윤유란을 연기했다. 하지만 워낙 분량이 적은 캐릭터였다. 혜경궁 홍씨를 연기했던 <비밀의 문> 역시 한석규, 이제훈이라는 화려한 캐스팅에도 한 자리 시청률에 허덕였다. 그렇게 대표작을 만나지 못하던 박은빈에게 인생 캐릭터가 찾아온 것은 소속사를 옮긴 2016년이었다.

<청춘시대>-<스토브리그> 후 또 한 번 연기변신
 
 <청춘시대>에서 박은빈은 짧게 자른 머리 만큼이나 파격적인 연기변신을 시도했다.

<청춘시대>에서 박은빈은 짧게 자른 머리 만큼이나 파격적인 연기변신을 시도했다. ⓒ JTBC

 
박은빈은 2016년 20대 여성 5명이 한 집에 모여 사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시대>에서 왈가닥 학보사 기자 송지원을 연기했다. 짧은 단발머리로 변신한 박은빈은 유쾌하고 발랄한 송지원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청춘시대>를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박은빈은 작년 <스토브리그>의 드림즈 운영팀장 이세영 역을 통해 진취적인 여성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이세영 팀장은 성적과 상관없이 고액 연봉을 요구하며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포수에게 일침을 날리고 감독이 억울한 일에 연루됐을 때는 직접 나서서 해결했다. 박은빈은 <스토브리그>에서 백승수 단장(남궁민 분)조차 하기 힘들었던 일을 척척 해내는 '해결사'로 맹활약했다.

<청춘시대>와 <스토브리그>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과 카타르시스를 안기며 '걸크러시' 매력을 뽐낸 박은빈은 31일 첫 방송되는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통해 또 한 번 연기변신에 도전한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박은빈은 4수 끝에 간신히 음대에 입학했지만 뛰어난 재능의 과동기들에 치여 점점 성격이 소심해진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늦깎이 음대생 채송아 역을 맡았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는 박은빈 외에도 <낭만닥터 김사부>의 박은탁 간호사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김민재가 잘 생기고 젊은 유명 피아니스트 박준영을 연기해 박은빈과 멜로 연기를 펼친다. 이 밖에 뮤지컬 배우로 더 유명한 김성철과 <곤지암>의 주인공 박지현, <청춘시대2> <멜로가 체질>에 출연했던 이유진 등 상대적으로 드라마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배우들이 이야기를 이끌 예정이다.

박은빈은 성인 연기자가 된 후 현모양처부터 왈가닥 대학생, 프로야구 최연소 여성 운영팀장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을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바이올린 연주를 직접 소화할 정도로 채송아 캐릭터에 열의를 보인 박은빈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또 어떤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줄지 기대된다.
 
 발랄하고 씩씩한 이미지를 시청자들에게 심어준 박은빈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다시 조용하고 소심한 음대생을 연기한다.

발랄하고 씩씩한 이미지를 시청자들에게 심어준 박은빈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다시 조용하고 소심한 음대생을 연기한다.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홈페이지

박은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청춘시대 스토브리그 김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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