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민 상주 상무 선수. 사진은 지난 6월 17일 FC 서울과의 경기 모습.

문선민 상주 상무 선수. 사진은 지난 6월 17일 FC 서울과의 경기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문선민은 한때 인천 유나이티드의 상징 선수였는데 야속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며 친정 팀을 울렸다. 꼴찌 팀 인천 유나이티드는 후반전에 쏟아진 비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더 따라붙을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한 자신들의 모자람을 냉정하게 돌아보라는 문선민의 충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김태완 감독이 이끌고 있는 상주 상무가 29일 오후 6시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18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홈 게임에서 날개 공격수 문선민의 빼어난 활약에 힘입어 3-1로 완승을 거두고 3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이틀 전 강상우, 한석종 등 핵심 선수들 여섯 명을 전역시켰지만 그들은 여전히 군 축구 팀 최고 성적의 역사를 쓰고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문선민'의 실력을 몰랐을까?

맨 밑바닥에서 겨우 일어나 최근 2게임 연속 승리 기운을 이어가기 위해 상주에 찾아온 꼴찌 팀 인천 유나이티드는 전 동료 문선민에게 변명의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문선민은 최근 전역한 강상우(포항 스틸러스)의 베레모를 물려받은 듯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퍼포먼스를 자랑하며 왼쪽 측면을 마음껏 흔들어 세 골을 터뜨리며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게임 시작 후 13분만에 작정하고 왼쪽 끝줄 앞으로 방향 전환 드리블을 시도한 문선민은 군더더기 없는 왼발 컷 백 크로스로 새내기 골잡이 오현규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 첫 골을 도왔다. 그는 자신만을 빛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을 더 빛나게 했다는 점에서 많은 축구팬들의 찬사를 받을 만했다. 비교적 어린 골잡이 오현규의 두 게임 연속 득점 기록을 이어준 선임의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28분에 문선민은 더 놀라운 공간 침투 능력을 자랑했다. 새롭게 상주 상무의 주장 완장을 찬 센터백 권경원의 오픈 패스를 받아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김연수를 따돌리는 순간 동작은 유럽 축구 무대를 휩쓸고 다니는 날개 공격수 네이마르나 음바페를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김연수가 몸으로 문선민을 막아내려고 했지만 문선민은 그 어느 때보다 유연한 밸런스를 자랑하며 넘어지지 않고 빠져나가 특유의 질주를 이어간 것이다.

여기서도 문선민은 대각선 슛 욕심을 버리고 템포를 맞추어 달려오는 동료를 더 빛냈다. 이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의 가운데 커버 플레이가 나쁘지 않았지만 오현규의 왼발 1차 슛이 이어졌고, 미드필더 김민혁의 오른발 2차 슛으로 귀중한 추가골을 터뜨렸다. 문선민의 어시스트 기록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도 그의 왼쪽 날개 움직임은 단연 압권이었다.

2017~2018년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두 시즌을 뛰면서 날개 공격수로서의 드리블 실력을 자랑했기 때문에 러시아 월드컵까지 다녀왔고 더 뛰어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강팀 전북 현대에서 데려간 문선민은 군 복무 중 축구 실력이 한 단계 이상 승급했다는 평가를 받은 강상우처럼 주목받을 수 있는 능력자다.

현재 인천 유나이티드에는 문선민의 속도와 드리블 스타일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동료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은 이번 시즌 새로 들어온 수비수 김연수 말고는 없었다. 단순히 스피드로 경쟁해서 문선민을 밀어낼 수 없다는 것을 몰랐던 것도 아니고 김연수 혼자서 감당하기에 문선민은 다른 레벨의 날개 공격수였던 것이다. 오른쪽 윙백 김준엽이나 가운데 미드필더들(김도혁, 김준범)의 커버 플레이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문선민에게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었던 흐름이었다.

그나마 인천 유나이티드는 추가골 실점 후 10분만에 오른쪽 윙백 김준엽의 가로채기에 이은 빠른 전진 패스로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가 감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로 1골을 따라붙어 희망의 불씨를 피울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반전에도 어이없는 수비 실수로 문선민을 놓치는 바람에 물웅덩이가 된 잔디밭에 주저앉고 말았다.

48분에 문선민은 또 한 번 친정 팀을 울렸다. 왼쪽 옆줄 밖 심상민의 스로인을 받은 문선민은 튀어오르는 바운드를 예측하지 못한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양준아 뒤로 빠져나가며 기막힌 타이밍의 전진 패스를 오른쪽 날개 정재희에게 밀어줘 왼발 쐐기골을 만들어냈다. 역습 속도를 그대로 살리는 문선민의 뛰어난 공간 움직임과 비에 젖은 그라운드까지 고려한 섬세한 패스 수준은 전 소속 팀 인천 유나이티드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

세 골 모두를 만들어준 문선민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67분에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오른발 크로스 실력을 뽐냈다. 왼쪽 측면에서 방향을 살짝 바꿔놓고 오른발로 감아올린 문선민의 크로스는 자신의 전북 현대 동료이기도 했던 인천 유나이티드 임대 수비수 오반석의 키를 넘어 정재희 오른발 앞에 정확히 떨어졌다.

정재희의 오른발 하프 발리슛 타이밍까지 맞아 떨어졌다면 근래에 보기 드문 슈퍼 골이 나왔겠지만 정재희의 오른발을 떠난 공은 크로스바를 넘어 날아가고 말았다. 그래도 인천 유나이티드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그만큼 날개 공격수 문선민은 군더더기 없이 완벽했다.

수원 블루윙즈는 다시 날아가고

이렇게 꼴찌 팀 인천 유나이티드가 2부리그 강등을 걱정하며 고개를 숙일 때 바로 위 순위표에 있던 수원 블루윙즈가 부산 아이파크를 상대로 홈 게임을 시작했다. 11위 수원 블루윙즈의 현 상태에 불만을 품은 서포터즈가 빅 버드 진입로부터 걸어놓은 플래카드 경고 문구에 자극받은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은 놀랍게도 게임 시작 후 3분만에 새신랑 이정협에게 먼저 골을 내줬음에도 불구하고 후반전에 내리 3골을 터뜨리며 멋진 역전승을 거두고 한 계단 위로 날아가 버렸다.

상주 상무 전역 후 이틀만에 수원 블루윙즈 등번호 6번을 달고 데뷔 게임을 치른 가운데 미드필더 한석종을 비롯하여 20살 어린 공격수 김태환을 스타팅 멤버로 뛰게 한 것은 수원 블루윙즈가 지난 주 인천 유나이티드 어웨이 게임 0-1 패배 충격을 씻기 위해 내놓은 파격의 결단이었고, 수원 블루윙즈를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베테랑들은 후반전에 놀라운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수원 블루윙즈의 소방수 주승진 감독대행은 63분에 그들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는 염기훈을 교체 선수로 들여보냈고, 단 2분만에 염기훈의 발끝에서 시작한 역습으로 귀중한 동점골을 뽑아냈다. '염기훈-타가트-김민우'로 이어진 공의 흐름 앞에 부산 아이파크 수비수들이 어리둥절했다. 그 좁은 틈으로 빨려들어간 김민우의 왼발 마무리 슛은 수원 블루윙즈가 하위권 틈바구니를 벗어나려는 몸부림 같았다.

수원 블루윙즈의 왼쪽 날개 김민우는 73분에 역전 결승골까지 터뜨렸다. 과감하게 공격수로 내세운 김태환이 기습적인 왼발 중거리슛으로 부산 골문을 위협했고, 최필수 골키퍼가 잡아내지 못하고 앞에 떨어뜨린 공을 향해 김민우가 빠져나가며 왼발 발리 슛을 가볍게 밀어넣은 것이다.

여기서 무너질 수 없다는 부산 아이파크는 후반전 교체 선수로 들어온 골잡이 빈치싱코가 역전 골을 얻어맞고 5분 뒤 왼쪽 측면에서 이동준이 올려준 크로스를 받아 놀라운 왼발 발리슛을 날렸지만 수원 블루윙즈 골키퍼 양형모의 슈퍼 세이브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쐐기골은 수원 블루윙즈의 심장 염기훈이 멋지게 만들어냈다. 약 두 시간 전에 상주에서 인천 유나이티드가 세 번째 골을 내줄 때와 비슷한 스로인 공격 패턴이었기에 수원 블루윙즈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너무나 대조적인 그림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86분, 김민우의 왼쪽 옆줄 밖 스로인을 받은 교체 선수 크르피치가 지체없이 골문 앞 공간으로 빠져나가는 염기훈에게 연결했고 부산 수비수들이 염기훈의 왼발만 쳐다보는 사이에 그의 오른발 슛이 구석으로 정확하게 빨려들어간 것이다.

이처럼 베테랑 선수들의 귀중한 활약으로 한숨을 돌리고 10위로 올라선 수원 블루윙즈는 다음 라운드에 인천 유나이티드를 한 수 가르친 상주 상무를 만나러 떠난다. 승점 6점 차이로 다시 멀어진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는 그로부터 이틀 뒤 강원 FC를 만나기 위해 동쪽 끝 강릉까지 달려가야 한다.

2020 K리그 원 18라운드 결과(29일 오후 6시, 상주시민운동장)
상주 상무 3-1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오현규(13분,도움-문선민), 김민혁(28분), 정재희(48분,도움-문선민) / 무고사(38분,도움-김준엽)]

2020 K리그 원 18라운드 결과(29일 오후 8시, 수원 빅 버드)
수원 블루윙즈 3-1 부산 아이파크 [득점 : 김민우(65분,도움-타가트), 김민우(73분), 염기훈(86분,도움-크르피치) / 이정협(3분,도움-이동준)]

◇ 2020 K리그 원 하위권 8월 29일 현재 순위표
7 부산 아이파크 19점 4승 7무 7패 19득점 26실점 -7
8 강원 FC 18점 4승 6무 7패 20득점 26실점 -6
9 성남 FC 18점 4승 6무 7패 14득점 19실점 -5
10 수원 블루윙즈 17점 4승 5무 9패 17득점 22실점 -5
11 광주 FC 17점 4승 5무 8패 16득점 23실점 -7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11점 2승 5무 11패 11득점 27실점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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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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