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횡성베이스볼테마파크에서 열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고교야구전국대회 준결승전에서 세광고등학교가 배재고를 다섯 점 차로 누르고 37년 만에 전국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이어 열린 덕수고와 대전고의 준결승에서는 장재영의 홈런, 나승엽의 적시타에 힘입어 덕수고가 결승에 올랐다.

세광고등학교와 덕수고등학교는 3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결승전에서 협회장기 우승을 두고 운명의 맞대결을 펼친다. 38년 만에 우승을 도전하는 세광고등학교와 가장 좋은 전력을 비축한 덕수고등학교의 매치는 프로야구 팬들에게도 멋진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막판 역전극, 세광고의 37년 만의 전국대회 결승 견인했다
 
 협회장기 준결승전에서 역투한 세광고등학교 조병현 선수.

협회장기 준결승전에서 역투한 세광고등학교 조병현 선수. ⓒ 박장식

 
지역 주말리그 우승, 청룡기 4강 등을 기록하며 지역의 강호로 떠오른 세광고등학교가 23년 만에 4강에 진출하는 깜짝 성과를 이루어 낸 배재고를 만났다. 초반 경기 분위기는 배재고등학교가 가져갔다. 2회 김성우의 3루타, 이어 터진 김성재의 적시타로 먼저 1점을 뽑은 배재고는 3회에도 두 점을 더 뽑아내며 달아났다.

반대로 세광고는 초반 고전했다. 세광고는 2회 한 점을 추격했지만 초반 흐름을 잡지 못하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선발로 오른 조병현이 회를 거듭할수록 나아지는 투구를 보여주며 추가 실점을 막았고, 세광고 역시 경기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세광고는 5회부터 쉴 틈 없이 점수를 생산해냈다. 5회 2사 상황에서 리드오프 한경수의 볼넷에 이어 두 번의 연속 안타가 나오며 한 점을 추격했고, 6회에도 한 점을 더 내며 배재고를 3-3 스코어의 동점으로 따라잡았다. 마운드의 조병현 선수도 7.1이닝동안 104개의 공을 던지며 3실점으로 막아내는 투혼으로 타선의 기를 살렸다.

7회에는 세광고가 추격의 불씨를 끄는 빅이닝도 만들어냈다. 최동준의 1타점 적시타로 달아나기 시작한 데 이어, 허성우가 원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우중간을 완벽히 가르며 날아가는 홈런을 때려내며 석 점을 멀어졌다. 새광고는 8회에도 추가 득점을 올리며 최종 스코어 8-3, 짜릿한 역전승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협회장기 결승에 진출한 세광고 선수들이 준결승전 종료 직후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협회장기 결승에 진출한 세광고 선수들이 준결승전 종료 직후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 박장식

 
세광고 김영선 감독은 경기 후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에게 고맙다. 횡성이 거리가 멀어 선수들이 오가는데도 힘들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잘해줘서 감사하다"라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청룡기 패배 후 일주일간 잠을 못 이뤘다"는 김 감독은 "지난 경기를 복기하면서 협회장기를 준비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104구까지 던진 투혼을 펼친 조병현 선수에게도 "많이 아끼는 선수다. 믿음에 보답해줘서 고맙고, 이렇게 성장하리라고 생각했다"라며 웃었다. 덕수고와의 결승전에 대해서는 "국내 고교 중 최상이라 쉽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고교야구는 변수가 작용한다.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투혼의 피칭을 펼친 조병현 선수는 "청룡기 때 제구가 안 좋아서, 이번 대회는 제구를 신경썼는데 잘 되었다"라며 "결승에 못 오르는 것이 아쉽지만 친구들이 잘하리라 믿고 응원하겠다"라고 말했다. "프로 지명을 생각하고 있다"는 조병현 선수는 "팀 분위기에 맞춰 잘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졸업 이후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배재고 권오영 감독은 "항상 게임할 때는 아쉬움도 남고 후회도 남는다"면서, "열심히 해준 덕분에 23년 만에 4강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번에 저학년들이 많이 경기에 뛰었는데, 힘들었지만 모두 열심히 해줘 칭찬하고 싶다. 장민호 선수도 투타에서 둘 다 잘해줘 고맙다"고 전했다. 

권 감독은 경기 중 상대팀 나성권 선수의 부상에 대해 "상대팀 주축 선수가 다치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권 감독은 앞으로 봉황대기 등을 넘은 이후의 경기에 대해서 "저학년들이 게임 경험을 해보았으니, 여유가 생겨 앞으로 더욱 잘할 것 같다"라며 아쉬움을 달랬다.

장재영 동점포... 덕수고, 대전고 꺾고 결승
 
 29일 열린 협회장기 준결승에서 덕수고 장재영이 홈런을 친 뒤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29일 열린 협회장기 준결승에서 덕수고 장재영이 홈런을 친 뒤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 박장식

 
덕수고등학교는 이어 열린 경기에서 대전고등학교를 상대로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전날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승부를 펼치며 많은 힘을 소모했던 대전고이지만, 이날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덕수고와 경기 후반까지 팽팽한 싸움을 벌였다. 

첫 득점은 덕수고가 올렸다. 덕수고는 2회 1사 1,3루 상황 안제현의 희생번트로 첫 득점을 올린 데 이어, 3회에도 박찬진의 2루까지 달려가는 적시타로 한 점을 더 올렸다. 그러자 대전고가 경기를 다시 뒤집었다. 대전고는 수비 실책 등을 놓치지 않고 여러 작전을 사용해 석 점을 한 번에 기록하며 스코어 2-3을 만들었다.

경기의 균형을 맞춘 것은 4회 선두타자 장재영의 솔로포였다. 장재영은 좌중간 담장 밖으로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때려내며 경기를 3-3으로 만들었다. 그러자 5회에도 다시 대전고가 좋은 기회를 잡아 달아나는 등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끔 만들었다.

덕수고가 다시 기회를 잡은 것은 대전고의 마운드를 1회부터 지켜 사실상 선발투수 역할을 했던 이재희가 8회, 나승엽에게 안타를 맞은 뒤 한계 투구수에 걸려 내려갔던 시점이었다. 이어 오른 김동욱을 상대로 장재영이 안타를, 안제현이 외야에 뚝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점수는 5-4로 뒤집혔다.

덕수고는 9회에도 한 점을 더 달아나며 경기를 최대한 벌렸다. 대전고는 마지막 순간에도 1사 1,2루 출루를 얻어내는 등 마지막 기회를 잡아내려 했으나, 김효준이 삼진과 뜬공으로 차례차례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경기를 매조지했다. 최종 스코어 6-4, 덕수고의 뜻깊은 결승 진출이었다.
 
 협회장기 결승에 진출한 덕수고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협회장기 결승에 진출한 덕수고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박장식

 
덕수고 장윤진 감독은 "감독으로 한 것이 별로 없다.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고, 모두 선수들이 잘 풀어나갔다"며, "내일 모레도 아이들이 의미 두지 않고 편하게 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승엽과 장재영 두 선수에 대해서도 "둘이 너무 천부적이라, 내가 가르친 게 아니라 자기들이 잘하는 것이다"라며 웃었다.

특히 장 감독은 이날 좋은 피칭을 보인 서하민 선수에 대해 "4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잘 던져줬다. 막판에 힘이 떨어졌다며 교체해달라고 한 것 빼면 말이다"라며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다. 결승전 때 장재영이 등판할 것이라는 장 감독은 "지금은 완벽한 몸 상태라, 큰 바람이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전날 2홈런에 이어 이날 쏠쏠한 활약을 펼친 장재영 선수도 "타구를 앞으로 보내야 출루를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먹은 것이 어제와 오늘 좋은 결과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청룡기와 이번 대회 첫 경기 때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했다"는 장재영은 "편하게 마음을 먹고, 안 되더라도 부족함을 인정하고 편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답했다.

장재영은 "아직 공을 던지는 데 있어서는 부족함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한 경기 공 하나하나 집중해서 던지면 나중에는 좋은 결과 있지 않을까"라면서 결승전 등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아버지이자 고교 선배인 장정석 KBS N스포츠 해설위원은 아들의 결승전 등판에 뭐라고 응원했을까. "그냥 편하게 즐기다가 오라고 말씀해주셨다"는 것이 장재영 선수의 답이었다.
 
 이날 7이닝동안 역투했지만 아쉬운 패배를 안았던 대전고 이재희 선수.

이날 7이닝동안 역투했지만 아쉬운 패배를 안았던 대전고 이재희 선수. ⓒ 박장식

 
결승의 문턱에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 대전고 김의수 감독은 "황금사자기도, 이번에도 4강에 들면서 선수들이 포기 않고 정말 열심히 했고, 전체적으로 모두가 잘 따라주어 감사하다"면서 "이재희도, 조운도 지금껏 잘 던져줬고, 김동욱 선수도 너무 잘 해줬다"고 칭찬했다. 차후 경기에 대해서는 "봉황대기는 저학년 정비해서 올해 초처럼 끈질긴 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했다.

'마지막 우승' 걸렸다... 31일 6시 30분 결승

덕수고등학교와 세광고등학교 모두 청룡기에서 아쉬운 탈락을 기록하며 미끄러졌던 공통점이 있다. 덕수고는 예선에서 대구고를 상대로 충격의 콜드패를, 세광고는 4강에서 장충고에게 통한의 탈락을 마주해야 했다.

그래서 올해 전국대회에서 3학년들과 함께 우승기를 올릴 수 있는 마지막 대회인 이번 협회장기의 의미가 더욱 크다. 37년 만에 전국대회 결승에 진출한 세광고, 그리고 프로 진출을 앞둔 에이스들에게 '졸업 선물'로 우승기를 안겨주고 싶은 덕수고가 어떤 선의의 경쟁을 펼칠지도 볼거리이다.

프로야구가 없는 31일 오후 6시 30분 열리는 결승전은 횡성베이스볼테마파크 메인야구장에서 열린다. 거리도 먼데다 무관중 경기가 진행중이지만, SPOTV를 통해 생중계되어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협회장기 고교야구대회 고교야구 덕수고등학교 세광고등학교 협회장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