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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을 보기에는 너무 늙은 나이였던 것일까?
 면접을 보기에는 너무 늙은 나이였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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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 년, 반세기. 나의 나이이다. 어느새 이렇게 나이를 먹어 버렸다. 누군가는 이 나이도 젊다고 할 것이다. 그 나이에 뭘 못하겠냐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의 눈에는 이제 다 늙은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늦은 것 같고 모든 것을 그만두기에는 조금 아쉬운 그런 나이에 난 실업자가 되었다. 나는 비정규직으로 일을 시작했다. 10주로 계약이 이루어지는 직업을 가졌다. 그렇게 11년 동안 직장 아닌 직장 생활을 했다. 바쁘게 살았던 것도 같은데 뒤돌아보니 또 그렇게 바빴던 것 같지도 않다. 이것저것 한 것도 같은데 또 이룬 것은 하나도 없어 보인다.

실업자가 되고 난 뒤 처음 찾아온 감정은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자각이었다. 난 내가 무엇이든 열심히 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지원하지만 뽑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내가 나이가 많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내 나이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면접을 보기에는 너무 늙은 나이였던 것일까? 그전에는 지원하면 당연히 합격하고 몇 달 동안 일을 하고, 기간이 끝나면 또 면접을 보고 또 일했다. 이제는 1차 서류에서 탈락하는 일을 겪었다.

며칠은 집에서 낮잠을 많이 잤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지고 갈 곳이 없어지니 자꾸만 눕게 되고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더욱이 아이들이 원격 수업을 하니 일찍 일어나서 등교 준비를 해 주지 않아도 되니 기상 시간은 8시를 넘기기도 했다. 그렇게 게으른 며칠을 보냈다.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나이 든 사람이 젊은 사람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르친 학생이 이제 나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물론 다른 공간에서.

11년 동안 한 일에 다소 지치기도 했다. 11년 동안 열심히 했으니 이제 좀 쉬어도 되지 않겠느냐는 자기 위로를 건넨다. 더 길게 일한 사람이 보기엔 너무 짧은 기간이지만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난 스타벅스에서 일을 하고 싶다. 60세가 넘어서 스타벅스에서 일을 한 사람에 대한 책을 본 적이 있다. 그건 미국이니까 가능했던 것일까? 난 한국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고, 그것이 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채용조건에 나이는 무관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럴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해 본다. 그래서 내일배움카드를 받고 바리스타 과정을 신청했다. 

살아온 50년 인생과 전혀 다른 인생을 준비하려고 한다. 아직 결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이런 시간이 나에게 좀 더 일찍 왔을 뿐이라고, 그런 시간이 일찍 왔기 때문에 준비를 더 일찍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해 본다. 긍정적으로 그렇게.

태그:#실업자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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