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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의료사고 사망 '권대희 사건' 친형입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http://omn.kr/1obys
② 사람 죽었는데 '14년 무사고' 광고하는 병원 고발했더니 http://omn.kr/1odwq
③ 처벌 받고도 또 허위 광고한 병원 '불기소'... 이유가 황당 http://omn.kr/1ofja
④ 의료 사고로 죽은 동생... 신문고를 치는 심정입니다 http://omn.kr/1olda
⑤ CCTV로 확인된 강남 성형수술실의 실상 http://omn.kr/1omya

[기사 수정 : 3일 오후 1시 30분]
 
바로잡습니다
애초 기사에 "2013년 12월 여고생 뇌사 사건은 유령 의사의 대리 수술 결과였다'"라고 보도했으나 이 수술은 유령 의사가 아니라 성형외과 전문의가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보도된 것에 대해 그랜드성형외과와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지난 8월 20일, 한국 의료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2014년 실체를 드러낸 뒤 한국 의료계의 '공공연한 비밀'로 논란을 낳은 유령수술 첫 형사사건 1심 결론이 나온 것이죠.

실제 수술은 비성형외과 의사들이 하지만 마치 피해자들을 상담한 성형외과 전문의가 수술하는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이는 등의 범죄 혐의로 기소된 그랜드성형외과 전 원장 유아무개씨에게, 법원은 사기와 의료법 위반 혐의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징역 1년에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됐죠. 뿐만 아닙니다.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유씨를 법정 구속했습니다.

피고인이 유죄판결을 받자 피해자들은 환호했습니다. 그럴 만도 했죠. 무려 7년 동안이나 갖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기꺼이 맞서 싸운 결과였으니 말입니다. 대체 누가 의료사고 피해자가 마주하는 지난한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의료사고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는 수사기관에 분통을 터뜨리며 버텨왔을 그들에게 또 다른 의료사고 피해자 유족으로서 지지의 박수를 보냅니다.

드러난 피해자만 33명이었습니다. 용기를 내지 못했거나, 환자가 마취된 상태여서 의식이 없다는 점을 이용한 유령수술의 특성상 자신이 피해자인지도 모르고 있을 환자까지 고려하면 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병원에서 유령수술을 받은 것일까, 짐작하기조차 두렵습니다.

실형 선고 받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장영채 판사는 지난 8월 20일 사기와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 그랜드성형외과 유아무개 원장에 대해 징역 1년과 벌금 3백만 원을 선고하고, 유씨를 법정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장영채 판사는 지난 8월 20일 사기와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 그랜드성형외과 유아무개 원장에 대해 징역 1년과 벌금 3백만 원을 선고하고, 유씨를 법정구속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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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간 수차례 관련 재판을 찾아본 저로서는 이번 판결에 반기는 마음보다 아쉬움이 큽니다. 유죄 판결과 함께 실형 선고와 법정구속이 이뤄졌다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법원과 수사기관이 유령수술을 얼마나 가볍게 다루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이기 때문이지요.

그랜드성형외과는 소위 서울 3대 성형외과로 지목될 정도로 유명한 병원입니다. 법원과 검찰이 인정한 사실들을 보면 이 병원에서 일어난 일은 충격적이기 짝이 없죠. 당시 원장이던 유씨는 2012년 1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33명의 환자에게 성형수술을 하며, 마취가 진행된 뒤 약속한 성형외과 전문 의사가 아닌 다른 비성형외과 의사가 수술을 집도하도록 했습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에선 이 병원에서 근무한 5명의 의사가 유씨의 지시로 대리 수술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심지어 이 중 2명의 의사는 처음 경찰 조사에선 사실을 부인했다가, 이후 검찰 조사에서 유씨의 부탁으로 부인했다며 입장을 번복하고 대리 수술 사실을 인정했죠. 말로만 듣던 유령수술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판결에 따르면 상담한 성형외과 전문의가 직접 수술하는 것처럼 환자들을 속이고 환자가 마취된 뒤 치과의사와 이비인후과 의사가 실제 수술을 집도했다고 합니다. 이비인후과와 치과 의사가 성형외과 의사보다 일반적으로 '싸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그렇게 했다는 것이죠.

재판을 맡은 장영채 판사는 "지극히 반사회적이고 개인적 영업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지능적·직업적으로 (범행을)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또한 "의사들에게 허위 진술을 교사하며 증거인멸을 시도한 점 등을 비춰 보면 그 죄책에 상응하는 실형이 불가피하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처벌은 죄질에 비춰 너무나 가벼웠습니다. 범행을 주도한 유씨는 징역 1년에 벌금 300만 원만 받았죠. 드러난 피해자만 33명, 확인된 피해액만 1억 5천만 원이 넘는데 말입니다.  

동의하지 않은 사람이 내게 칼을 댄다면

더 아쉬운 건 수사기관이 사건을 재판에 넘기며 유령수술을 단지 '사기죄'로만 보았다는 데 있습니다. 사기가 무엇인가요. 다른 사람을 속여 이득을 취하는 것 아닌가요. 환자한테 허락받지 않은 생면부지의 비성형외과 의사가 사람에게 칼을 댔는데, 개중엔 원치 않는 부작용까지 생긴 사람들이 있는데, 그저 사기라니요.

법적으로 사기죄만 적용하는 게 당연한 것도 아닙니다. 법리적으로 보면 현행 형법에서 수술은 그 자체로 상해죄를 구성한다고 보는 게 다수설입니다. 상해란 신체에 침습하는 것을 뜻하는데, 원래 수술은 신체에 칼을 대는 것이므로 상해이지만 다만 환자의 동의 하에 의사가 업무로서 하는 직업 행위다 보니 위법성이 조각되고 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법리죠.

그런데 환자가 자신의 신체에 칼을 대는 것을 동의하지 않은, 모르는 의사가 그 사람에게 상해했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으니 명백히 상해죄가 되죠. 그러니 경찰과 검찰도 처음부터 상해죄 적용을 목표로 수사를 진행했어야 맞는 것이죠. 하지만 수사기관은 유령수술을 단지 사기라고만 보고 수사를 하고 재판에 넘겼습니다. 치과나 이비인후과 의사가 성형외과 의사보다 몸값이 싸서 원장은 그 차익을 노렸다는 것이죠.

법원은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범죄에 대해서는 재판에서 심판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유씨의 형사재판에서는 치과나 이비인후과 의사가 성형외과 의사보다 몸값이 정말 싼지와 같은 게 쟁점이 돼버렸습니다. 과연 이것이 정의롭고 공평한 수사와 기소일까요?

국민의 한 사람으로 경찰과 검찰에게 묻고 싶습니다. 만약 본인 혹은 가족이 수술대 위에 누워 마취가 됐는데 생면부지의 비전문 의사가 들어와 대신 수술을 해 문제가 생겼다면, 사기죄로 처벌하실 것인가요?

법원에게도 궁금합니다. 확인된 것만 단 1년 동안 33명의 환자에게 유령의사가 들어와 수술을 진행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1억 5천만 원이 넘는 경제적 이득을 얻은 사람에게 법전에 나온 형량의 고작 10분의 1만 주는 게 과연 적절한 판단인가요?

판결이 사회를 바꾼다

2013년 12월 여고생이 숨진 뒤 강남 성형외과는 한층 진화했습니다. 2016년 대희의 사망사고를 일으킨 성형외과에서도 원장은 수술을 집도하다 중간에 나가고 의학전문대학원을 막 졸업한 유령의사가 들어와 수술을 이어받았죠. 이른바 '분업화된 공장식' 유령수술이었습니다.

그랜드성형외과 사례와 달리 집도의가 수술실에 들어가 일부는 진행하고 나왔으니 사기죄를 피해 나갈 구멍이 마련된 것이죠. 권대희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역시나 상해죄는 물론이고 사기죄조차도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사명처럼 말하곤 하던 불법과 부정을 뿌리째 발본색원하기는커녕, 열매로 생생히 보이는 불법까지도 묵인한 것이죠.

저는 두렵습니다. 법원과 검찰이 유령수술을 이토록 가볍게 다루는 것이 또 다른 희생양을 낳을 것만 같기 때문입니다. 만약 2013년 12월 여고생 사망 후 유령수술이 공론화된 2014년에라도 수사가 철저히 이뤄지고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엄격한 판결이 먼저 이뤄졌더라면, 이후 대희를 수술한 성형외과가 공장식 유령수술을 할 수 있었을까요?

이번 유아무개씨의 판결을 보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부적절한 수술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성형외과와 의사들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합니다. 공장식 유령수술로 동생을 잃은 저와 저희 가족은 그래서 이번 판결에 아쉬움을 표합니다. 다른 의료사고 피해자들 역시 비슷한 마음이리라 생각합니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권대희 사건 당사자로서 법원이 의료계의 분업화된 공장식 유령수술에 보다 엄정한 잣대를 대어주시기를 간곡히 청합니다. 의사가 나간 수술실에서 간호조무사 홀로 대희를 지혈한 것에 대해 '무면허 의료행위'조차 적용하지 않은 검찰의 판단을 검토하고 계시는 재정신청 재판부도 이런 유족의 마음을 헤아려주셨으면 합니다.

되풀이되는 일부 의사들의 일탈 행위에 철퇴를 내리고 의료를 다시 사람을 향한 것으로 되돌려주시길 바랍니다.

이 땅의 모든 의료사고 피해자들에게 연대의 뜻을 표하며,
대희 형 태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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