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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시장이 커지는 만큼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도 많아진다.
 화장품 시장이 커지는 만큼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도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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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다, 칠하다, 그리다, 닦아내다, 문지르다, 두드리다, 붙이다 등 혹시 어떤 행동을 할 때 쓰는 동사인지 짐작하셨나요? 화장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동사만큼이나 우리가 사용하는 화장품 종류도 가짓수도 다양합니다. K-뷰티라는 말 들어보셨죠?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말입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산업은 2010년 6조 원 규모였다가 10년이 지난 2020년 기준 매출 43조 원, 세계 8위로 성장했습니다.

화장품 산업의 성장에는 당연히 외모 관리를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성인 여성은 물론 화장을 시작하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면서 10대들의 화장도 일반적인 문화가 되어가고 있고, 남성 화장품 시장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화장품 시장이 커지는 만큼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도 커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바다는 '미세 플라스틱 수프' 
    
유럽화학물질청(ECHA) 보고서에 따르면, 제품을 통해 환경에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이 일 년에 약 3만 6천 톤(1만 톤~6만 톤 사이) 정도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3만 6천 톤은 현재 '태평양 쓰레기 섬' 크기의 약 6배 정도고, 플라스틱병 100억 개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2050년쯤 바다에 물고기보다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을 거라는 예언이 이뤄질 기세입니다. 

사실 업계에서 처음부터 제품에 첨가하기 위해 '일부러' 만든 미세플라스틱보다 버려진 플라스틱 제품에서 만들어지는 미세플라스틱이 훨씬 많습니다. 그렇지만 미세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요즘, '일부러' 만들어내는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시급한 규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내가 쓰는 화장품 속에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다 
 
색조화장품에 사용되는 미세플라스틱 글리터
 색조화장품에 사용되는 미세플라스틱 글리터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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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화장품 속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2017년 각질제거제, 치약 같은 씻어내는 화장품에 작은 알갱이 형태로 들어가는 미세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을 금지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뉴질랜드, 영국 등에서도 비슷한 규제를 앞다투어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규제 대상이 된 '씻어내는 화장품'은 전체의 3%에 불과합니다.  
  
화장품에는 마이크로비즈 형태가 아닌 미세플라스틱도 사용되고 있으며 유엔환경계획(UNEP)이 정한 미세플라스틱 의심 성분 21가지가 들어가는 화장품은 종류도 가짓수도 엄청납니다. 유럽 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약 30% 이상 화장품에 2~10개 사이의 미세플라스틱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부 화장품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90%를 초과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이 가장 많이 사용된 화장품은 네일 및 립스틱 제품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2019년 여성환경연대가 진행한 국내 5만여 개 화장품 모니터링에서도 똑같이 나왔습니다. (참고 : https://bit.ly/31u5ryk)

플라스틱 프리 화장품은 가능하다 
 
plastic soup foundation에서 진행하는 제로 플라스틱 화장품 인증 로고
 plastic soup foundation에서 진행하는 제로 플라스틱 화장품 인증 로고
ⓒ plastic soup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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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화장품 속 미세플라스틱이 물에 씻겨 생태계에 배출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바르는 화장품에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유럽 연합의 자료에 따르면 라벨에 미세플라스틱 유무와 사용 후 처리 방법 등만 기재해도 해당 제품을 통한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이 1/3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나아가 화장품 기업들의 자발적인 미세플라스틱 사용 저감 노력도 절실합니다. 러쉬를 포함한 몇몇 기업에서 색조 화장품 속 글리터 성분을 미세플라스틱에서 다른 성분으로 대체한 일이 주목할 만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유럽의 경우 알갱이 형태 미세플라스틱(마이크로비즈) 외에도 제품에 미세플라스틱 의심 성분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제로 플라스틱 선언을 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벨레다(Weleda)와 같은 글로벌 기업을 포함해서 이미 80곳이 넘는 회사가 선언한 상태입니다. (참고: https://bit.ly/3j8Tsfo)   
 
K-뷰티 말고, 지구를 생각하는 뷰티 

 
백화현상으로 죽어가는 산호초
 백화현상으로 죽어가는 산호초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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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팩, 계절마다 바뀌는 유행 메이크업 등 화장품을 권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화장품 수는 늘어만 갑니다. 2008년 전 성분 표시제 시행을 통해 화장품 성분의 안전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법이 정한 안전성의 테두리는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보기엔 좋지만 재활용과는 거리가 먼 화장품 용기는 예쁜 쓰레기가 되어 버려집니다. 자외선 차단을 위해 사용하는 화학물질 옥시벤존, 옥티노세이트는 바다로 흘러가 산호초를 죽이고 물고기 성별을 교란시킵니다. 화장품 속 미세플라스틱은 우리 집 욕실에서 바다를 거쳐 다시 내 밥상으로 돌아옵니다.

이제는 화장품이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규제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 핵심에는 '플라스틱'이 있습니다. 비건 마크(동물성 성분이 들어있지 않다는 표시), 리프 세이프 마크(산호초에 유해한 성분이 없다는 표시)에 이어 미세플라스틱 프리 마크 등장을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도, 다음 세대도 살아야 할 아름다운 지구입니다. 지구를 플라스틱과 화학물질로 오염시키는 하루짜리 아름다움이 아닙니다. 이제 미세플라스틱 화장품은 필요 없다는 목소리를 모아 기업과 정부를 변화시킬 때입니다. 

미세플라스틱 화장품은 필요없다 서명하기 https://bit.ly/facetofish_s2

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재단과 여성환경연대는 화장품 때문에 아픈 바다 시즌2 캠페인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작은 변화를 만들어갑니다.


태그:#FACE TO FISH, #화장품, #미세플라스틱, #유해물질, #플라스틱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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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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