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연이은 오심 논란과 매끄럽지 못한 경기운영으로 비판을 받고있는 KBO 심판진이 이번에는 '내로남불'식 규정 해석으로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기아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23일 고척 스카이돔, 6-4로 앞선 8회 말 기아의 수비 상황에서 키움이 한 점을 만회한 가운데 2사 1.3루의 위기가 이어졌다. 대타 김주형이 투수 김명찬으로부터 볼넷을 얻는 순간, 포수 한승택이 포구에 실패하며 공이 옆으로 빠져나갔다. 그 사이 3루주자였던 김웅빈이 홈으로 돌진했다. 한승택의 송구를 받은 김명찬이 김웅빈을 태그하며 최초 판정은 아웃이 선언됐다.

그러자 키움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김웅빈의 손이 홈에 닿지 못했지만, 김명찬이 홈을 막으며 주루방해를 했다는 이유였다.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 끝에 첫 판정을 뒤집고 세이프를 선언했고 경기는 6-6 동점이 됐다.

이에 기아 맷 윌리엄스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뛰쳐 나오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규정상 비디오 판독 결과에 항의하면 퇴장 명령이 떨어지도록 되어있다. 이를 알면서도 윌리엄스 감독이 뛰어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비디오 판독 제한시간 '3분'을 초과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비디오 판독 규정에는 3분간 판정을 뒤집을 근거를 찾지 못하면, 원심이 유지되도록하는 규정도 있다. 그러나 심판진은 3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었다. 실제로 최종 판정이 내려진 시간은 규정보다 약 30초 정도가 초과됐다.

다만 이 부분에 있어서 윌리엄스 감독이 규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도 있다. KBO 규정 제28조 비디오 판독 절차에 따르면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판독이 지연되거나 복합적인 규칙 등을 적용하여 판단해야 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판독 시간 3분을 초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조항도 있다. 김웅빈의 홈태그의 경우, 홈 충돌 방지 규정을 적용할 것인지 여부가 예외 조항에 해당되는 사례다. 규정 자체만 놓고보면 심판의 판단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윌리엄스 감독과 기아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기아는 올시즌에만 벌써 몇 번이나 심판의 판정 문제를 둘러싸고 피해를 봤다. 공교롭게도 기아는 바로 전날(22일) 오심의 희생양이 된 바 있다.

기아가 3-0으로 앞선 8회 말 1사 후 키움 공격에서 이정후의 우중간 깊숙한 타구를 기아 중견수 김호령이 점프로 잡아냈지만, 최수원 2루심은 공이 글러브에 들어가기 전 펜스를 맞았다고 판단하고 2루타를 선언했다. 기아는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비디오 판독 기회를 모두 소진한 상황이라 판정을 뒤집을 수 없었다. 결국 기아는 이어진 위기에서 내리 4점을 내주면서 3대4 역전패를 당했다. 오심으로 인한 나비효과가 기아에 5연패라는 최악의 악몽으로 이어진 상황이었다. 경기 후 심판진도 오심을 인정했지만 경기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또한 지난 7월 19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는 '비디오판독 패싱' 논란도 있었다. 기아 유민상이 홈에서 아웃된 판정을 두고 윌리엄스 감독은 수신호로 수차례나 비디오 판독 요청을 했으나, 심판진이 기아 측의 시그널을 보지 못했다며 '판독시간 초과'를 이유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엄스 감독은 5번이나 시그널을 보냈다며 항의했지만 심판들은 이를 묵살했다. 공교롭게도 이날까지 세번 모두 같은 심판조에서 발생한 사건들이다. 기아 측에서 특정 심판진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안 쌓일 수가 없는 상황이다.

비디오 판독 패싱과 2루타 오심의 경우, 명백히 심판의 실수였다. 물론 심판도 사람이니 고의가 아닌 이상,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피해는 결국 팀과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선수와 감독은 오심 때문에 경기에서 패하거나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장까지 감수해야 하는데, 정작 심판은 수차례나 실수를 저지르고도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1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윌리엄스 감독이 4회 말 3루 주자 유민상의 홈 아웃 판정 이후 비디오판독 요청과 관련 심판에게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다.

1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윌리엄스 감독이 4회 말 3루 주자 유민상의 홈 아웃 판정 이후 비디오판독 요청과 관련 심판에게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심판들의 경기운영이 지적받는 이유

심판들의 경기운영이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서는 예외조항까지 내세워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하면서, 선수나 감독의 규정 위반에만 엄격하다면 공감을 얻기 어렵다.

비디오 판독 패싱 논란 당시 심판들은 자신들이 기아 덕아웃의 시그널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직무유기를 '판독요청 시간 초과'라는 규정을 내세워 억지로 묵살해 버렸다. 2루타 오심 당시 비디오 판독은 규정상 불가능했다고 해도 최소한 4심합의를 통하여 최대한 정확한 판정을 도출해 내려는 노력만 보였어도 그렇게까지 비판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윌리엄스 감독의 퇴장 상황도 마찬가지다. 비디오 판독시간 3분 제한에 굳이 예외조항을 둔 것은 자칫 시간에 쫓겨 잘못된 판정을 내릴 수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심판도 예외 조항을 적용하는 것에 대하여 상대 덕아웃에 충분한 해명을 해야 했다. 물론 비디오 판독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있지만, '판정 자체에 대한 불복'과 '비디오 판독 규정 해석에 대한 이의제기'는 엄연히 성격이 다르다.

그나마 기아는 이날 키움을 8-7로 제압하며 5연패 수렁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깔끔하지 못한 심판 판정과 윌리엄스 감독의 퇴장은 또다시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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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스퇴장 기아타이거즈 오심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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