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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공공요금이 비싸다. 독일 유학 생활을 하는 동안 기차여행을 할 일이 종종 생긴다. 그러나 기차로 원거리 여행을 하자면 차비가 적지 않아 빠듯한 유학생 처지에서 부담스럽다. 유학생만 아니라 돈 한 푼 허투루 쓰지 않는 독일 사람들도 원거리 기차비를 아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럴 때 인터넷을 뒤진다. 동승서비스센터(Mitfahrzentrale)의 웹사이트를 찾아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동승을 할 수 있는 차량이 있는지 조회하고 신청한다. 접수되면 동승서비스센터는 차량 주인의 전화번호를 준다. 그럼 서로 출발할 장소를 정해 서너 명이 만나 같이 길을 떠난다. 이것이 승차커뮤니티이다. 

이렇게 여행을 하면 기차 요금의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고속도로를 쌩쌩 달려 빨리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이것을 독일에서는 '함께 차를 타다'는 의미로 동승(Mitfahrt)한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영어식 표현은 카풀(carpool)이다. 독일의 카풀센터(동승서비스센터)는 함께 차를 탈 사람(승차커뮤니티)을 연결해주는 자영업이다. 또 카풀제도는 독일인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
 
타다.
 타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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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제도가 생활의 일부가 되어있는 독일에서 카풀 차량과 영업용택시는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 오고 있다. 그리고 4차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도 서로 무심한 듯 공존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스럽게 한국에서는 지난 몇 년 차량 공유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타다' 택시와 영업용 택시와의 갈등이 심각했다. 그 이유가 뭘까?

카풀, 전시에 유류를 절약하기 위해 시작

승차커뮤니티와 카풀센터의 역사는 승차커뮤니티의 수요변화, 국가의 지원, 기술의 변화를 따라 발전해왔다. 기록된 바로 카풀은 1942년 2차 세계대전 와중에 시작됐다. 당시 전쟁에 소모되는 유류를 충당하기 위해 자동차에 사용되는 기름을 절약하자는 것이 카풀 도입의 목적이었다.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교통체증을 줄이는 방안으로 권장됐고 1970년대 오일쇼크 때는 기름을 절약하는 방안으로 미국에서 카풀차량의 차선을 별도로 지정해 이들 차량의 빠른 운행을 돕는 방식으로 제도적으로 권장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독일에서도 이루어졌다. 1970년대 들어 처음으로 전화를 이용해 카풀서비스를 하는 상업화된 카풀센터가 생겼다. 이들은 보통 전화번호 한두 개를 가지고 분식점보다 작은 사무실에서 자가용을 몰고 길을 떠나는 사람과 그 차에 동승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연결해주었다. 일종의 플랫폼 기업이었다. 인터넷이 등장한 후에 이들은 전화번호 대신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해 승차커뮤니티를 조직한다.

독일에서 승차커뮤니티는 자기 차를 운전해서 출근하거나 여행하는 사람이 기왕 가는 길에 기름값도 벌고 운전해준 대가로 점심값이라도 버는 방법으로 인기가 있다. 동승을 원하는 사람은 저렴한 가격으로 편리한 차량을 이용해 출근할 수 있기 때문에 즐겨 이용한다. 

도시는 점점 커지고 도시의 주변부에 사는 인구도 늘어간다. 도심에 직장이 있으나 도심에 집을 구하기가 힘들어 도시의 변두리 사는 사람들은 집과 직장과의 거리가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기에 좀 멀고 승차커뮤니티가 도움이 된다. 또 원거리 여행에서 카풀은 교통비를 절약하는 방법이다. 이들은 카풀센터에 약간의 수수료를 내고 여행에 동승할 커뮤니티를 만든다. 카풀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선택이 된다.

사회적으로는 사람들이 저마다 차를 한 대씩 몰고 다니면 교통체증이 심각해진다. 독일인들은 교통체증으로 차 안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극히 꺼린다. 교통체증 문제를 꼬집는 말로 "도로와 주차장에 씨를 뿌린 사람은 교통체증을 수확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또 모든 사람이 자기 차를 몰고 다니면 공해 문제도 심각해진다. 차량은 전체 이산화탄소량의 1/3을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기에 도로의 파손도 자주 발생하고 수입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유류의 소비도 늘어난다. 이에 사회적으로 승차커뮤니티를 권장하고 카풀센터가 법적 제도적 지원받는다.

4차산업혁명 시대 차량공유는 법인이 차를 소유하는 것

4차산업혁명의 시대, 차량공유의 시대가 도래한다고 한다. 미래는 개인이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이동을 위해 영업용 차를 호출해서 타고 다닌다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이 고객과 택시 영업자를 연결해주면 궁극적으로는 운전기사 없이 택시만 와서 기사 없는 차가 승객을 원하는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것을 꿈꾼다. 택시를 타겠다고 길에서 소리쳐 택시를 세우지 않고 스마트폰에 앱으로 택시를 호출한다. 택시 영업자는 지금까지의 영업용 택시회사가 되든, 협동조합이 되든, 아니면 제2 제3의 회사택시 '타다'가 되든 플랫폼에서 연결해 줄 것이다.

아직 기사 없이 택시만 와서 승객을 태우는 수준은 아니지만, 스마트폰 앱으로 차를 불러 타는 '타다' 택시가 등장했다. 그리고 '타다' 택시의 기사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플랫폼노동자로 프리랜서 운전기사처럼 여겨졌다. 이렇게 출발한 '타다' 택시가 기존 영업용 택시 노사와 큰 충돌을 빚어 서비스를 종료하였다. 

이에 적잖은 사람들은 '타다'가 차량공유 경제 카풀을 선도하고자 하였으나 영업용택시의 반발로 실패하였다고 생각한다. 차량 공유시스템 카풀이 갖는 사회적 가치가 한국 사회에 실현될 기회를 상실된 것이 아닌가 우려한다.

과연 그런가? 실제 '타다'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다소 비쌌고 대신 기존의 택시보다 서비스가 향상된 새로운 영업용 택시였다. '타다' 택시의 인기는 향상된 서비스와 함께 높아졌다. 차량공유로 시내에 굴러다니는 차량의 숫자를 줄였다기보다 영업용택시의 숫자를 늘렸다. 차량공유가 추구한 공해를 줄이지도 교통체증을 줄이지도 못했다. 독일의 카풀처럼 기름값과 차비를 절약하였는가? 오히려 차비는 일반 영업용택시보다 비쌌다. 

지난 4월 '타다'의 영업이 종료되고 지금 우리는 4차산업혁명보다 더 시급한 현안과 마주하고 있다. 코로나19와 역사적인 긴 장마이다. 지난 이삼 년 겪은 '타다' 택시의 문제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좀 더 친절한 택시라는 교훈을 주었다. 그리고 이제 당장 택시업은 코로나19에 안심할 수 있는 위생적인 택시 영업이 중요하다. 또 기후변화에 대안을 마련하는 택시 산업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럴 때 작지만 의미 있는 실천을 행한 독일의 카풀제도의 소박한 교훈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태그:#카풀, #타다 , #영업용 택시, #4차산업혁명, #승차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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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 경제학 박사.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선박건조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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