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5위 싸움으로 갈 길 바쁜 kt의 덜미를 잡았다.

최원호 감독대행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2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1안타를 터트리며 5-1로 승리했다. 지난 19일 5위로 올라서며 본격적인 순위다툼으로 한 경기 승리가 아쉬운 kt의 덜미를 잡은 한화는 2연전 일정이 시작되면서 시작된 3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23승1무63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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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8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루키 임종찬이 2회 적시 2루타로 결승타를 터트린 가운데 노장 송광민은 3회 우측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터트렸다. 이날 한화는 4명의 투수가 적절하게 이어 던지며 kt의 공격을 단 1점으로 막았는데 특히 6이닝 1실점 호투로 기선을 잡은 선발 투수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개막 후 12번째 등판 만에 감격적인(?) 시즌 첫 승을 따낸 한화의 외국인 투수 채드 벨이 그 주인공이다.

구단과 팬들 뒷목 잡게 만든 '무승전설'의 외국인 투수들
 
 21일 오후 대전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t-한화 경기. 1회 초 한화 선발 채드벨이 투구하고 있다.

21일 오후 대전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t-한화 경기. 1회 초 한화 선발 채드벨이 투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KBO리그에서 1, 2 선발 역할을 하는 외국인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외국인 선수의 연봉이 30만 달러로 제한돼 있던 시절(1998년~2013년)에는 각 구단이 이면 계약이나 옵션 계약을 통해 연봉 상한선을 어기고 비싼 값을 지불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힘들게 데려온 선수가 황당할 정도의 부진으로 팬들에게 '금지어'로 남은 사례들도 적지 않았다.

2010년 LG 트윈스가 영입한 멕시코 출신의 우완 투수 에드가 곤잘레스는 멕시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완봉승을 따내며 화제가 됐다. 타고투저 리그로 알려진 멕시칸리그에서 완투형 투수로 활약했으니 KBO리그에서의 활약에 대한 기대치도 점점 올라갔다. 하지만 곤잘레스는 9경기에서 승리 없이 6패 평균자책점 7.68으로 단 1승도 따내지 못하고 조기 퇴출됐다(대체 선수로 데려 온 필 더마트레도 4승 6패 ERA 8.22로 부진하긴 마찬가지였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삼성 라이온즈 팬을 만난다면 입 밖에 꺼내지도 말아야 할 이름이 있다. 바로 전설의 '외국인 의료 관광객' 에스마일린 카리대다. 2013년 아네우리 로드리게스의 대체 선수로 삼성에 입단한 카리대는 3경기에서 1패 ERA 27.00이라는 아름다운(?) 숫자를 남긴 채 경산에 위치한 삼성 라이온즈 볼파크의 첨단 시설을 즐기다가 유유히 고향으로 떠났다. 하지만 2013년의 삼성은 카리대 같은 외국인 투수를 데리고도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2017 시즌을 앞두고 넥센 히어로즈는 110만 달러를 투자해 빅리그 13승 경력의 션 오설리반을 데려 왔다. 히어로즈 팬들은 오설리반이 30대 후반의 앤디 밴 헤켄 대신 1선발 역할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오설리반은 3경기에 등판해 2패 ERA 15.75의 성적을 남기고 2017 시즌 개막 후 퇴출이 결정된 첫 번째 선수가 됐다. 다행히 넥센은 대체 선수 제이크 브리검이 10승을 기록하며 에이스로 활약했다. 

채드 벨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한 한화지만 사실 외국인 투수로 인한 한화의 마음고생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2010년 한화에서 활약했던 전설의 호세 카페얀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0년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훌리오 데폴라와 함께 선발 트로이카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됐던 카페얀은 15경기에서 11패 ERA 9.15를 기록하고 퇴출됐다. 카페얀은 시즌을 절반도 채 소화하지 못했지만 2010년 최다패 부문에서 리그 공동 3위에 올랐다.

실망스러웠던 채드 벨, 12경기 만에 시즌 첫 승 

이미 야구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인 채드 벨은 작년부터 한화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던 투수다. 우완 워윅 서폴드와 함께 한화의 원투펀치로 활약했던 채드 벨은 29경기에 등판해 177.1이닝을 던지며 11승 10패 ERA 3.50의 성적으로 서폴드와 함께 무너진 한화의 선발진을 지탱했다. 작년 채드 벨이 세운 11승은 2007년에 활약했던 세드릭 바워스가 세운 한화 외국인 좌완 투수 최다승 타이기록이었다.

흔히 하위권으로 성적이 떨어진 팀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어느 정도 괜찮은 활약을 했더라도 외국인 투수를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화는 23승을 합작한 외국인 원투펀치를 교체하지 않고 서폴드에겐 30만 달러가 인상된 130만 달러, 채드 벨에게는 25만 달러가 인상된 총액 110만 달러에 재계약을 했다. 그리고 재신임을 선택한 원투펀치에 대한 한화 구단과 팬들의 기대치는 최소 25승 이상으로 상향 조정됐다.

하지만 연습경기 기간 도중 팔꿈치 염좌로 개막전에 합류하지 못한 채드 벨은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5월말 뒤늦게 선발진에 합류했지만 작년과 같은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특히 6월 6일 NC다이노스전부터 7월 5일 두산 베어스전까지는 무려 6경기 연속 패전투수가 되는 깊은 슬럼프를 이어갔다. 채드 벨은 여전히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졌지만 구종이 단조로워지면서 속구의 위력도 제대로 살아나지 않았다.

그렇게 채드 벨은 시즌 개막 후 11경기에서 7패 ERA 7.01로 부진했다. 예년 같으면 유력한 퇴출후보였겠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체 외국인 투수를 구하기가 힘들어졌고 채드 벨은 올 시즌 12번째 선발 기회에서 kt를 상대로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8탈삼진 1실점 호투로 드디어 시즌 첫 승을 따냈다. 특히 kt의 4번타자 강백호를 3연타석 삼진으로 돌려 세우는 강력한 구위를 과시했다.

3연패 탈출의 기쁨과는 별개로 한화는 여전히 9위 SK 와이번스에게도 6.5경기 뒤진 독보적인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남은 57경기에서 20승 이상을 따내지 못하면 한화는 KBO리그 역사상 첫 100패의 수모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통산 7번째 최하위가 유력한 한화팬들에게는 작은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소소하더라도 확실한 행복'이 필요하다. 그것이 12번의 선발등판 만에 따낸 외국인 투수의 초라한 시즌 첫 승이라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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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화 이글스 채드 벨 외국인 투수 시즌 첫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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