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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낮게 앉은 도시의 하늘
 구름이 낮게 앉은 도시의 하늘
ⓒ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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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투잡이 끝나고 일요일 늦은 밤, 집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장마철 폭우와 높은 습도에 체력은 이미 바닥이 났고 불쾌 지수만 남았다. 인도 옆 도로에서 간헐적으로 들리는 자동차, 오토바이의 엔진 소음이 귓전을 때렸다. 

'어서 가서 씻고, 먹고, 자자' 내 머릿속에는 오로지 이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집과의 거리를 좁혀가던 중 저 앞에서 어릴 적 기억을 소환하는 소리가 들렸다. 폭력적인 기계 소음 속을 뚫고 분명하게 들리는 정겨운 울음소리, 분명 개구리의 울음이었다. 아니, 너무 오래전에 들어 아련했지만 '맹꽁이' 울음소리였다. 생명체라고는 풀때기 말고는 싹 다 밀어버린 이런 도시에 보호종인 맹꽁이라니.

그때 그 시절의 소리
 
폭우로 도심지에 만들어진 웅덩이, 그곳에 맹꽁이들인 산다.
 폭우로 도심지에 만들어진 웅덩이, 그곳에 맹꽁이들인 산다.
ⓒ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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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사이에 미처 개발하지 못해 잡초가 우거진 공터, 그곳에는 장맛비에 여기저기 웅덩이가 만들어졌고 그 속에서 맹꽁이로 추정되는 녀석들이 우렁차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이 신도시로 이사 온 지 벌써 십 년. 십 년 전만 해도 아직 입주 세대가 적다 보니 해충 방제(말이 해충 방제지 해충과 곤충은 모두 같이 죽을 수밖에 없다)가 기존 도시만큼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여름은 곤충들의 천국이었다.

내 가게의 간판에는 왕거미가 집을 지었고 조성된 화단과 잔디밭에는 사마귀에 논에서나 볼 수 있던 초록색 메뚜기들이 뛰어다녔다. 아이들이 집에 들어오면 파리가 따라 들어오는 게 아니라 어깨와 등에 풍뎅이가 붙어 들어왔고, 그걸 본 우리 애들은 도시 샌님들답게 공황 상태에서 자지러졌다.

밤이면 단지 안의 인공 연못에 갖가지 개구리들이 모여 합창을 했고 아침이면 정말 어느 깊은 산골에서나 들을 수 있던 새들의 지저귐을 들을 수 있었다. 
 
날벌레 한마리도 없는 여름철 가로등
 날벌레 한마리도 없는 여름철 가로등
ⓒ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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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자연스러움은 몇 년 가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입주가 되면서 방제 활동이 시작되었고 메뚜기와 사마귀, 풍뎅이는 언젠가부터 모두 사라졌다. 얼마나 방제를 잘했는지 여름밤 가로등 밑에는 단 한 마리의 날벌레도 보이지 않았다(이건 절대 정상이 아니다). 당연히 개구리 울음소리도 현저하게 사라져 갔다. 그런데 거기에는 더 잔인한 이유가 있었다.

몇 년 전이었을까?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딸이 방과 후 대단히 불편한 모습으로 나에게 하소연을 했다. 사연인즉 학교에 설치된 연못에 개구리들이 모여 살면서 노래를 부르자 바로 옆 아파트에서 민원이 들어왔단다.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니 연못을 없애 달라고…. 그래서 학교는 어쩔 수 없이 연못의 물을 빼고 개구리들을 말려 죽였다고 한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에게 이 사건은 꽤 불쾌하고 슬픈 사건이었다.

우리 인간은 자연 속에서 수만 년을 진화해왔다. 저런 생물들과 같이 공존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녀석들의 울음소리를, 요즘 유튜브에 횡횡하는 ASMR 삼아 잠들고 새들의 지저귐을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개구리 소리가 시끄러워 잘 수가 없다니...

심야에 터지는 오토바이와 고가 외제 차의 폭음 소리, 유흥가의 소음은 견디어도 여름철 한때 울리는 개구리들의 구애 합창은 참지 못하겠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당신이 이 소리를 불편하게 여긴다면

이와는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지만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가 또 있다.

딸이 중학교 시절, 언젠가부터 학교 운동회를 주변 공설운동장에서 한다고 했다. 내가 "웬 유난이냐"고 하자 우리 딸아이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운동회 하는 날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어 어쩔 수 없이 공설운동장을 돈 주고 빌려서 한다고 설명했다. 

내가 나이 든 꼰대라서 요즘 세태를 이해 못 하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내게 학교 운동회는 동네 행사였고, 운동장에서 들리는 활기찬 아이들이 목소리는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그 지역 사회가 건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소리'였다. 그런데 그걸 못 참는다니. 단 하루 그것도 주간의 몇 시간을 말이다.
 
마스크가 일상될줄을 누가 알았을까?
 마스크가 일상될줄을 누가 알았을까?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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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 아내로부터는 더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자 대부분 어린이집 아이들이 바깥 나들이를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모 어린이집에서 궁여지책으로 건물 옥상에 작은 물놀이터를 만들어 놀았다고 한다. 그러자 이웃에서 시끄럽다며 민원이 들어왔고 심지어 기관에 민원을 넣었다고 한다.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극단적인 이기심이 지극히 당연한 권리인 듯 이 사회에서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울 뿐이다.
  
내 인생에서 팬데믹이란 대 재앙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초등학교 시절 이불 속에 누워 어린이용 과학잡지의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서를 읽으며 "30줄에 죽으면 너무 이른 거 아닌가…" 하는 공포에 휩싸이긴 했어도 미세먼지에 전염병의 창궐로 마스크를 끼지 않으면 외출할 수 없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당신에게 개구리 소리는 소음일 뿐인가? 좀 미안한 말이지만 어쩌면 당신은 불행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들과 공존해야 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당신 주변에 곤충, 새, 개구리들이 안 보이는가? 어쩌면 당신은 대단히 위험한 환경에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살 수 없으면 우리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당장 겪고 있는 물난리, 미세먼지 등의 환경재난과 코로나 팬데믹은 불가항력적인 자연 재난이 아니라, 충분히 예측 가능했고 막을 수 있었던 우리의 이기심 때문이란 것을 인정해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지금이라도 더 늦지 않으려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로도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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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에서 자영업자 그리고 시급제 노동자와 법인대표로 일하며 느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같은 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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