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이전 기사]
① 의료사고 사망 '권대희 사건' 친형입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http://omn.kr/1obys
② 사람 죽었는데 '14년 무사고' 광고하는 병원 고발했더니 http://omn.kr/1odwq
③ 처벌 받고도 또 허위 광고한 병원 '불기소'... 이유가 황당합니다 http://omn.kr/1ofja
④ 의료 사고로 죽은 동생... 신문고를 치는 심정입니다 http://omn.kr/1olda

지난 14일, 의사파업에 이어 21일부터는 전공의들이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한다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의대 정원 4000명 증원, 공공 의대 신설 같은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입니다.

궁금합니다. 한국은 의사를 길러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국가이고 의료현장엔 의사가 부족한데 왜 의사 증원에 반대하는 것인지요. 사회에 의사가 많아지면 사람들은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 않나요? 최소한 의사가 부족해 의사의 업무를 다른 이가 대신하는 경우는 없어지지 않을까요.

'유령수술'이란 말이 있습니다. 2013년 강남에서 손꼽히는 성형외과에서 쌍꺼풀과 코수술을 받던 여고생이 숨진 사건 이후 알려진 문제죠. 환자가 마취된 뒤 수술하기로 예정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수술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제가 된 성형외과에선 유명한 의사는 상담만 하고 다른 의사들이 실제 수술을 집도한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합니다.

몇 달 전 법원에서 방청한 이 병원 관련 재판에선, 실제 이 병원 유령 의사로 근무한 의사가 병원이 수술실에 스톱워치를 갖다 놓고 수술 시간을 쟀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수술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쌍꺼풀은 얼마', '코수술은 얼마' 하고 시간을 쟀다는 것이죠. 시간을 아껴 의사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환자를 보게 하기 위해서요. 이처럼 한국 의료가 자본에 잠식됐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술실, 감염 위험에 그대로 노출 

동생인 대희가 걱정했던 것도 이런 문제였습니다. 수술대 위에서 마취돼 아무것도 듣지도 보지도 못하니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대희가 "수술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진다"던 그 병원 원장에게 수술을 맡긴 것도 그래서였을 겁니다. '14년 무사고', '병원 내 모든 수술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원장'이라는 광고문구는 얼마나 안심이 됐을까요.

그러나 병원은 기대를 저버렸습니다. 원장은 수술 도중 수술실에서 나왔고, 인턴도 안 한 초짜 의사와 간호조무사가 수술을 이어받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유는 분명합니다. 같은 시간에 여러 명의 환자가 수술을 받고 있었거든요.

이번 기사에서는 이날 수술실 안에서 벌어진 일, 전형적인 강남 성형외과의 수술실 단면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① 2016년 9월 8일 대희가 이 병원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으며 흘린 3500cc 피는, 통상 같은 수술에서 흘리는 평균 혈액량의 17배에 달했습니다.
② 수술 뒤 지혈, 세척, 봉합하는데 통상 30~40분이 소요된다고 했지만 대희는 2시간 소요되었습니다. 다른 환자의 3배가 더 걸렸습니다. 
③ 마취를 깨우는 것 역시 10분이면 된다고 했는데 대희는 2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를 종합할 때 의료진은 명백히 대희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고, 알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땠을까요. 무책임 그 자체였습니다. 수술대 위에 누운 대희를 같은 사람으로 봤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들이 이어졌죠.

의사들은 퇴근 시간이 되자 정상이 아닌 상태의 대희를 두고 모두 병원을 나섰고, 단 2명의 간호조무사만 남아서 대희를 포함해 총 4명의 환자를 관리했습니다. 병원엔 비상시에 대비한 혈액조차 준비돼 있지 않았고 수혈도 하지 않았습니다.
 
수술실 CCTV 캡처 의사는 없는 수술실에 청소 아주머니가 환자를 바라보고 있다
▲ 수술실 CCTV 캡처 의사는 없는 수술실에 청소 아주머니가 환자를 바라보고 있다
ⓒ 권태훈

관련사진보기


한편, 수술실은 외부 감염의 위험에도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오후 5시 2분 수술실 CCTV엔 이 병원 청소부가 수술실 안까지 들어와 대희를 구경하듯 바라보는 모습이 그대로 찍혔습니다. 이때 대희 곁에는 간호조무사만 있을 뿐 의료진은 아무도 없었지요.

의무기록지를 보면 이 당시 혈압은 80 이하까지 떨어진 위험한 상태였습니다. 마취 의사가 저희 가족과 만나서 "(다른 환자는 한 번도) 수술하고 혈압이 떨어진 경우가 없었다", "웬만큼 피를 흘리지 않는 이상 혈압은 떨어지지 않는다"고 인정한 것을 감안하면 이 당시 대희에겐 수혈이나 전원 등의 조치가 필요했던 게 분명합니다.법원에서 의뢰한 감정 결과, 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 순천향대학교병원도 이 시점에 이미 수혈이나 전원 등 적극적 조치가 이뤄졌어야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방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이것?

무엇보다 이상했던 것은 마취의사 이아무개씨였습니다. CCTV엔 마취 의사가 수술 이후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대희를 회복실로 옮기기까지 무려 10차례나 수술실을 비우는 모습, 오후 5시 13분에는 20분 이상 자리를 비우는 모습이 찍혔습니다. 오후 5시 10분께엔 CCTV에 다른 환자가 마취에서 깨어나 회복실로 이동하는 모습까지 찍혔죠. 의료진이 수술실을 비운 이유가 분업화된 공장식 동시 수술을 받은 다른 환자 때문임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심지어 수사 과정에선 같은 시간대 수술받은 환자가 몇 명 더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과연 그 환자들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른 환자들이 동시에 수술을 받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요. 우리가 4년째 싸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비극은 대희에게만 일어나란 법이 없으니까요.
 
저녁 시간대 의무기록지 수술 후 바로 110을 넘은 맥박은 140까지 높아졌으나 이 시각 의사는 아무도 없었다.
▲ 저녁 시간대 의무기록지 수술 후 바로 110을 넘은 맥박은 140까지 높아졌으나 이 시각 의사는 아무도 없었다.
ⓒ 권태훈

관련사진보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의무기록지도 이상했죠. 의무기록지엔 오후 5시와 5시 30분에 혈액 대체제인 펜타스판을 주사했다고 기록돼 있지만, 이 시간대 CCTV엔 의사는 수술실에 없었습니다. CCTV 속에는 간호조무사가 위급한 환자를 앞에 두고 화장을 고치고 휴대폰을 만지는 모습만 선명했습니다.

펜타스판을 주사했다고 기록된 오후 6시에도 대희를 마취에서 깨우려 노력하는 모습이 찍혀있을 뿐 주사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수술실을 늘 비운 마취과 의사에도 불구하고 의무기록지는 정확히 10분 단위로 혈압과 맥박이 일정하게 기록돼있었고, 유령 의사나 간호조무사가 수술에 참여한 기록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의무기록지 기록을 환자가 믿을 수 없는 이유죠.

수술 후 저녁, 맥박이 130 이상 급격히 치솟고 혈압이 78까지 떨어지는 위급 상황에서 정작 조치를 취해야 할 의료진은 모두 퇴근해버린 상태였죠. 수술 중에 비정상적인 출혈을 일으켰고 수술 이후 상태도 좋지 않았으며, 위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조치할 수 있는 혈액이 없다는 것도 모두 인지하고 있는 의사들이 위급한 환자를 방치했다면, 이는 정말 과실일까요? 아니면 어떤 죄에 해당할까요. 지난 글에서 다뤘듯 병원 측 변호사와 인연이 있는 수사 검사는 단순히 실수였다는 업무상 과실치사, 그리고 의무기록지 허위기재 혐의도 일부만 적용했을 뿐입니다.
 
수술 마취기록지 수술실 CCTV와 마취기록 기재사항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다수 발견되었다
▲ 수술 마취기록지 수술실 CCTV와 마취기록 기재사항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다수 발견되었다
ⓒ 권태훈

관련사진보기


'끝까지 책임진다'던 집도의가 뼈만 절개한 뒤, 인턴도 마치지 않은 그림자 의사에게 바통을 넘기고 동시에 이뤄진 다른 수술을 위해 수술실을 비운 점 등을 고려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상해치사와 살인, 사기 같은 혐의도 충분히 다퉈볼 수 있지 않았을까요. 하긴, 보건복지부가 맞다고 인정한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조차 빼버린 검사에겐 무리한 기대일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법원의 차례입니다 

의사들의 파업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다수 의사가 환자보다 돈을, 생명보다 이익을 좇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요. 의사 총파업을 앞두고 의료계에서는 의사 인력 부족으로 인해 수술 보조간호사, 즉 PA 간호사들에 의해서 대리 수술(현행 의료법상 불법)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인정됐다고 합니다. 대학병원과 공공병원에서 일하는 현직 간호사들이 기자회견에 나서 증언했죠.

유령수술과 공장식 동시 수술, PA에 의한 대리 수술은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입니다. 자본이 의료를 잠식하고 환자를 사람이 아닌 돈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이는 환자를 상하게 하고 의사를 병들게 합니다. 제2, 제3의 권대희 사건이 일어나고, 저와 제 가족이 겪어온 고통이 반복될 겁니다.

수술대에 누운 자식뻘 되는 환자들을 자신의 자녀로 생각했다면, 의사는 다른 환자를 동시에 수술하기 위해 수술실을 비우지 않았을 겁니다. 수술실을 비워야 했다 하더라도 갓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초짜에게 바통을 넘기진 않았겠죠. 그마저 자리를 비우고 간호조무사에게 지혈을 맡기지 않았을 겁니다. 회복되지 않은 환자를 두고 모두 퇴근하는 일 역시 없었을 테죠. 동시에 여러 수술을 환자에게 알리지 않고 진행하거나, 혈액도 없이 수술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수사 검사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나 상해치사, 사기죄를 적용하지 않고, 경찰이 송치한 무면허 의료행위조차 불기소해 이 병원에 면죄부를 줬습니다. 검찰은 항고를 기각해 수사 검사에 면죄부를 줬죠. 이제 법원 차례입니다.

법원마저 이 병원에 면죄부를 준다면, 환자의 생명보다 효율과 이익을 선택한 의료계의 관행에 사법적 면죄부를 주는 것과 같습니다. 부디 구체적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검사의 처분을 재정신청 인용을 통해 시정해주시기를,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시켜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려봅니다.

부디 대희의 죽음과 우리 가족의 억울함에서 불행의 수레바퀴가 멈추길 바라며. 대희 형 태훈 올림.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의료정의와 약자의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