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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서초·동작 청년들과 함께 알고 싶은 가게를 소개해드립니다. 관·서·동 청년세대 지원센터 '신림동쓰리룸'과 '프로딴짓러' 박초롱 작가가 안내하는 '관서동 사람들'은 당신 주변의 바로 그 사람들이 동네에서 먹고, 살고, 나누고, 웃는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신림동쓰리룸 관서동사람들 정남옥
 신림동쓰리룸 관서동사람들 정남옥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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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신림동 골목에 들어서면 '정남옥'이라는 순댓국집이 보인다. 정 정(精)
에 범람할 남(濫), 집 옥(屋) 자로 지은 이름인 정남옥은 '넘치게 나누는 집'이라는 뜻이다.

이름에 걸맞게 정남옥에서는 매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순댓국을 나눈다. 지금까지 이웃에게 무료로 대접한 순댓국만 2000그릇. 인터뷰하러 방문한 날에도 가게 한 쪽에는 이웃에게 배달해줄 순댓국이 한아름 포장돼 있었다.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이수진씨는 관악구에서 청년정책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청년센터 관악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에서는 지역 가게를 소개해 지역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동네 상권 안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돕는 '관서동 사람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남옥의 이수진 대표이사를 만났다. 

100% 한우, 제주 직배송 고기로 찾은 맛
 
 정남옥 순댓국밥
 정남옥 순댓국밥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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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가 만들고 모녀가 판다'를 모토를 내세우고 계신데요. 순댓국집을 대를 이어 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두 살 때 여기로 이사와서 지내는 동안 부모님이 늘 장사를 하셨어요. 이 동네에서 지낼 때면 저는 늘 '누구네 집 딸'이었죠. 아버지가 순댓국 장사를 하신 지는 10년 정도 됐는데 그때부터는 '순댓국집 딸'로 불렸어요. 부모님이 장사하는 걸 보면 너무 힘들어서 금방 아프거나 돌아가시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한 거죠. 남동생도 제가 설득했어요. 아버지랑 제 남동생이 요리를 하고 저랑 저희 엄마가 매장에서 순댓국을 팔아요."
           
- 대를 잇는 가게라니 멋집니다. 자녀분에게도 물려주실 생각이신가요?
"다행인 건 저희 딸이 자기 부모가, 그러니까 제가 하는 일을 너무 좋아해요. 9살인데 자기도 나중에 순댓국 팔겠다고 하더라고요."

- 딸에게 추천하고 싶은 직업인가요?
"아니요. 힘들죠. 시간 여유가 억지로 짜내지 않으면 없어요. 제가 나오지 않으면 누군가 대신 나와야 하는데, 그게 다 돈이죠. 예전에 우리 이모가 '장사치 똥은 개도 안 먹는다'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참 위로가 되더라고요. 저만 속이 썩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서요. 원래 장사라는 게 옛날부터 그런 거구나. 원래 힘든 거니까 숙명으로 받아들여야겠다 싶죠. 이왕 힘든 거 장사하며 이 안에서 하고 싶은 건 다 해보려고 해요."

- 어떤 걸 해보고 싶으셨어요?
"순댓국이 원래 서민의 음식이라는 이미지도 있지만 중장년층을 위한 음식이란 느낌도 있어서 젊은 사람들이 잘 안 먹거든요. 저는 순댓국 특유의 블루컬러 이미지, 시장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은이들, 아이들, 가족들이 다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었어요. 요즘 저희는 학생 손님이 점점 늘고 있어요. 가족단위도 많고요. 나름 전략이 먹히고 있는 거죠.
     
사실 저는 순댓국을 싫어했어요. 장사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먹어본 적도 없어요. 젊은 사람들이 보통 그렇잖아요. 그래서 제가 들어와서 함께 장사를 시작할 때 요리 담당하는 아버지한테 강력하게 이야기했죠. 무조건 내 입맛에 맞아야 한다고요. 나처럼 순댓국 즐기지 않는 사람도 먹을 수 있을 만큼 진입 장벽이 낮아야 한다고요."
     
 신림동쓰리룸 관서동사람들 정남옥
 정남옥 내부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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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성공하신 거네요? 어떻게 만들었길래요?
"육수를 가게에서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 맛을 내기 위해 커다란 들통에 육수를 계속 만들고 버리기를 반복했어요. 들통이 진짜 크고 무거워요.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정도 거든요. 그래도 맛이 안나면 다 버렸죠. 결국 100% 사골로 끓이고 제주 고기를 쓰고, 적당한 온도와 시간을 찾으니 이 맛이 나오더라고요. 저희는 제주에서 고기를 직거래하는데 식감이 쫀득해요. 다대기를 넣지 않아도 비린 맛이 나지 않기까지 정말 많은 실험이 있었어요."

순댓국을 싫어하던 이수진 대표, 지금은 누구보다 순댓국을 좋아한다고 한다. 온 가족이 노력해서 만들어 낸 맛 덕분이기도 하지만 순댓국이 가족의 생명줄 같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족과 일을 같이 한다는 게 늘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생활의 터와 일터에서 같은 사람을 마주하는 게 힘들지는 않은지 궁금했다.
     
- 가족과 일하는 게 힘들진 않으셨어요?
"힘들죠. 엄청 싸웠어요. 정말 연을 끊을 정도로 싸운 적도 있었죠. "다시는 안 해!" 소리지르고 문 쾅 닫고 나와요. 그래도 다음날 되면 무뚝뚝한 목소리로 "밥 먹어" 불러요. "알았어" 대답하고 먹다 보면 결국 다시 보죠. 가족이니까 지지고 볶고 쌍욕을 하면서 싸워도 결국 다시 봐요.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해도 기본적으로 포근하죠. 결국 내 사람들이니까요. 늘 든든해요."

넘치게 나누면 과분하게 돌아온다
 
 정남옥 이수진 대표
 정남옥 이수진 대표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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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대표는 순댓국집 정남옥뿐 아니라 '우리가참순대'와 '우리가참김치' 가게도 운영하고 있다. 이 세 곳에서는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순댓국을 무료로 제공, 배달해주는 봉사도 한다. 관악사회복지센터, 관악주민연대, 여러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정기적으로 주거 환경이 불안한 이웃과 장애 단체들에 순댓국을 보내고 있다. 그가 어떻게 이런 봉사를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 언제부터 봉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저는 두 살 때부터 신림동에 살았어요. 예전에 여기가 판자촌일 때부터 주거 환경이 불안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걸 봤죠. 관악주민연대라는 곳에서 활동하는 목사님이 저희 아버지와 연이 닿아서 봉사를 시작하게 됐어요.

요즘은 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 작은따옴표 등에 음식이나 수익, 후원금 등을 보내고 있어요. 아버지가 원래 봉사를 좋아하셨어요. 그걸로 국무총리상을 받을 정도로요. 저희 어릴 때도 보육원에 데려가서 빨래 봉사 시키고 그랬죠. 저도 그런 걸 보고 배운 거죠. 그러다보니 청년단체 활동도 하게 되고요."

- 관악구청년정책위원으로도 참여하고 계신데요. 지역 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이신 것 같아요.
"장사를 하면서 동네 현안이 계속 보여요. 내가 골목을 지나다보니 여기 가로등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잖아요. 그럼 가서 이야기를 하면 바뀌더라고요. 이런 게 지방정치의 묘미구나 싶었어요. 작은 것이지만 제가 이야기하면 정말 바뀌더라고요."
     
- 청년정책위원은 어떤 일을 하시는데요?
"관악구의 청년정책과에서는 분과를 여럿으로 나눠 활동하는데요. 문화예술분과에서는 청년들이 좀 더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기획, 운영해요. 관악구에 서울대가 있다보니까 거기 동아리들이 지역으로 확장이 제대로 되기만 해도 지역민들에게는 참 많은 도움이 되거든요. 그런데 그게 지역까지 내려오게 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지금은 조금씩 빛을 보고 있는 편이에요. 마을 행사도 청년들과 하고, 청년단체들과 지역민들이 협업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있어요." 

- 청년들과의 교류가 많으신가봐요.
"학생들 보면 너무 예쁘고 귀엽죠. 그냥 손님으로 만날 때도 챙겨주고 싶어요. 젊은 친구들에게 맛있는 순댓국 맛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어요. 그들의 인생 첫 순댓국이 이곳 순댓국이었으면 했죠. 친하게 지내게 된 친구들이 휴가 때도 와도 연락을 하고, 직장에 취업해서 오고 그러면 참 좋죠."

가게 세 개를 운영할 정도로 번창하는 순댓국집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 같았다. 게다가 이웃을 위해 순댓국을 퍼주는 활동까지 하고 있으니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진 건 아닌지 염려가 앞섰다.
 
 신림동쓰리룸 관서동사람들 정남옥
 정남옥 내부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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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타격은 없으셨나요?
"없을 수가 없어요. 자영업하는 사람들은 100%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사람은 살아남는 게 이번 사태인 것 같아요. 저는 음식에 대한 노하우, 신념,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던 멘탈이 있거든요.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온 사람은 이걸 버틸 멘탈이 없어요. 똑같이 매상이 떨어져도요. 저희는 자신있게 음식 퀄리티 정말 좋다고 늘 이야기해요. 제주에서 직배송으로 고기 받아 순댓국 만드는 집은 서울 경기권에서는 저희밖에 없을 걸요?"
     
인터뷰 내내 이수진 대표는 넘치게 나누면 과분하게 돌아온다고 자주 말했다. 계산기 두드리며 내가 더 준 것은 아닌가 재고 따지는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그가 순댓국을 십만 그릇, 백만 그릇 팔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넘치게 나누면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증명해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모두가 나누기 시작할 테니까. 어쩌면 세상의 희망은 이렇게 사소한 것에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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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서울시와 관악구의 청년정책을 수행하는 중간지원조직입니다 :-) 현재 시설(관악구 신림동 241-22, 302)은 휴관 중이며 대부분의 지원업무는 온라인으로 진행 중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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