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게임 공식 시간 90분 이외에도 전반전에 8분, 후반전에 6분의 추가 시간을 더 뛰었다. 가뜩이나 무더운 여름날 습도까지 높은 저녁 시간이었기에 양 팀 필드 플레이어들은 그라운드 곳곳에서 쓰러져 곧바로 일어나지 못했다.

홈 팀 대구 FC는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입장 제한 조치로 완판된 3007장의 티켓 중에서 2999명의 홈팬들이 찾아와 K리그 통산 200승 고지에 올라서고자 더 부지런히 뛰었고,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시즌 첫 승리를 향한 절박한 심정으로 이를 악물고 뛰어야 했다. 일요일 밤 9시가 다 되어 끝난 게임은 예상과는 다르게 인천 유나이티드가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 그야말로 투혼의 결과였다.

조성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6일 오후 7시 DGB 대구은행 파크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16라운드 대구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간판 골잡이 무고사의 결승골 활약과 시즌 첫 게임에 나선 골키퍼 이태희의 놀라운 슈퍼 세이브에 힘입어 1-0으로 이겨 시즌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온몸을 내던진 인천 유나이티드의 투혼

홈팬들 앞에서 K리그 팀 통산 200승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대구 FC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슈팅을 인천 골문을 향해 퍼부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슈팅 기록이 모두 8개밖에 안 된 것을 감안하면 대구 FC의 슈팅 기록은 스무 개나 더 많은 28개였다. 크로스 기록도 대구 FC가 16개로, 3개밖에 올리지 못한 인천 유나이티드를 압도한 게임이었다.

그러나 축구 결과는 기록으로 대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온몸으로 보여줬다. 모든 공격 지표에서 대구 FC에게 일방적으로 밀렸지만 그들은 30분에 만든 결정적인 장면으로 천금의 결승골을 뽑아냈다. 날개공격수 이준석이 왼쪽에서 꺾어 내준 공을 향해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가 달려들며 왼발 인사이드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임팩트가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무고사의 왼발을 떠난 공은 투박하게 구르면서도 구성윤 골키퍼가 지키고 있는 대구 FC 골문 오른쪽 기둥을 스치며 빨려들어갔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이 한 골을 지키기 위해 골키퍼 이태희는 물론 대다수 필드 플레이어들이 몸이 부서질 정도로 아낌없이 뛰었다. 시즌 첫 게임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이태희 골키퍼가 보여준 슈퍼 세이브들은 대구 FC 공격수들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고, 필드 플레이어들의 태클은 50%에 이를 정도로 비교적 높은 성공률을 자랑하며 무실점 승리를 확인시켜주었다.

정산, 김동헌에 이어 마지막으로 인천 유나이티드를 구하기 위해 글러브를 낀 이태희 골키퍼는 상대 공격수와 1:1로 맞선 절체절명의 위기(40분)를 침착하게 막아내며 시즌 첫 승 가능성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대구 FC가 자랑하는 역습의 중심 김대원이 빠른 드리블로 달려들며 오른발 아웃사이드 슛을 시도했지만 각도를 정확하게 좁히고 나온 이태희가 몸으로 공을 막아냈고 곧바로 이어진 에드가의 2차 슛 순간도 그 경합 지점이 페널티 구역 밖이었지만 반 박자 빠르게 다리를 내뻗어 공을 차지했다.

이태희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는 후반전에 더 빛났다. 54분에 대구 FC의 에이스 세징야가 놀라운 방향 전환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수비수들을 모조리 따돌린 다음 오른발 대각선 슛을 시도했지만 인천 유나이티드의 마지막 보루인 이태희 골키퍼가 세징야의 슛 타이밍을 기막히게 읽고 몸을 내던진 것이다. 사실 세징야의 그 슛은 이태희 골키퍼 얼굴에 맞았기에 보는 이들을 더 놀라게 했다.

대구 FC가 이태희 골키퍼를 넘지 못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78분 정승원의 기습적인 오른발 중거리슛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약간 멀리서 날린 슛이었지만 정승원의 발등에 제대로 얹힌 공이어서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크로스바 하단을 스치며 빨려들어갈 것이었지만 이태희 골키퍼는 포기하지 않고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손끝으로 공을 쳐냈다. 이태희의 글러브에 맞은 공이 크로스바 상단에 맞고 넘어갔으니 골문 바로 뒤에 앉은 대구 FC 홈팬들은 너무나 아쉬운 순간이었다.

인천 수비수들의 결정적인 태클 9개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태희의 네 번째 슈퍼 세이브는 81분에 또 한 번 빛났다. 대구 FC의 왼발잡이 미드필더 이진현이 회심의 감아차기로 동점골을 노렸지만 이번에도 날아오는 슛 각도를 예상한 이태희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그 공을 쳐냈다.

그 어느 때보다 첫 승리를 노리는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갈망은 태클 기록에서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게임을 통해 대구 FC 필드 플레이어들이 시도한 태클은 3회였고 그 태클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반면에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태클 시도 횟수는 상대적으로 6배나 많은 18회였고, 그 중에서 9회를 성공시켰다. 50%의 태클 성공률이 이태희 골키퍼의 눈부신 슈퍼 세이브 순간과 함께 간절히 기다렸던 시즌 첫 승리 기록으로 찍힌 셈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태클 성공 내용들을 선수들로 보면 센터백 오반석이 3회로 가장 많고, 오랜만에 선발로 나온 수비수 김연수가 2개로 그 뒤를 이었다. 나머지 4개의 태클 성공을 미드필더 넷(임은수, 김준엽, 김성주, 김도혁)이 기록했으니 태클 성공 9회 기록만으로도 인천 유나이티드의 필드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이를 악물고 자기 몸을 내던졌는지 알 수 있다.

대구 FC 공격수들이 혀를 내두를 만한 태클 중 인천 유나이티드 김연수의 태클 타이밍도 인상적이었지만 전반전 추가 시간에 오반석이 몸을 날린 태클 세이빙이 가장 눈부셨다고 할 수 있다. 대구 FC 이병근 감독대행은 높은 공을 다투다가 충돌하는 바람에 머리에서 피를 흘린 미드필더 류재문 대신에 이진현을 전반 종료 직전에 들여보냈는데, 바로 그가 전반전 추가 시간 3분만에 결정적인 왼발 슛으로 동점골의 주인공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인천 유나이티드를 꼴찌에서 구해내기 위해 임대 온 센터백 오반석이 온몸을 내던지며 이진현의 슛을 막아낸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이 성공시킨 태클 아홉 개 말고도 적극적인 스탠딩 태클까지 포함하니 대구 FC 공격수들이 무수히 날린 슛들이 하나같이 안 들어간 셈이다. 이처럼 한 팀이 승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모든 선수들의 기본적인 역할도 중요하지만 상황에 따라 상대보다 두 세 발 이상 더 뛰어다니며 몸을 아끼기 않고 내던지는 헌신적인 태도가 얼마나 필요한가를 인천 유나이티드의 시즌 첫 승 기록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지난 해 11월 24일 상주 상무와의 홈 게임에서 2-0으로 이긴 뒤 거의 아홉 달이 다 된 267일만에 승리 감격을 맛 본 인천 유나이티드(8점)는 오는 22일(토) 오후 5시 30분 바로 위 순위표에 있는 수원 블루윙즈(14점)를 숭의 아레나로 불러들여 시즌 두 번째 승리를 노린다. 그 뜻도 이루어진다면 인천 유나이티드의 꼴찌 탈출 시나리오가 승점 3점이라는 가시권에 놓일 수 있기에 시즌 후반부 가장 흥미로운 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투혼에 밀려 팀 통산 200승 고지에 올라서지 못한 대구 FC(5위)도 같은 날 오후 8시 강릉종합운동장으로 찾아가 8위까지 순위표가 내려간 강원 FC를 만난다.

2020 K리그 원 16라운드 결과(16일 오후 7시, DGB 대구은행파크)

대구 FC 0-1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스테판 무고사(30분,도움-이준석)]

대구 FC 선수들
FW : 김대원, 세징야, 에드가
MF : 신창무(61분↔데얀), 류재문(45분↔이진현), 츠바사(68분↔김동진), 정승원
DF : 김우석, 정태욱, 조진우
GK : 구성윤
- 경고 : 류재문(4분)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FW : 아길라르, 스테판 무고사, 이준석(50분↔송시우)
MF : 김성주, 김도혁, 임은수(46분↔문지환), 김준엽
DF : 오반석, 양준아, 김연수(59분↔강윤구)
GK : 이태희
- 경고 : 양준아(13분), 임은수(35분), 김준엽(51분), 송시우(88분)

2020 K리그 원 16라운드 순위표
1 울산 현대 39점 12승 3무 1패 36득점 10실점 +26
2 전북 현대 38점 12승 2무 2패 28득점 10실점 +18
3 상주 상무 28점 8승 4무 5패 20득점 20실점 0
4 포항 스틸러스 25점 7승 4무 5패 28득점 20실점 +8
5 대구 FC 25점 7승 4무 5패 26득점 19실점 +7
6 FC 서울 19점 6승 1무 9패 16득점 31실점 -15
7 성남 18점 4승 6무 6패 13득점 17실점 -4
8 강원 FC 17점 4승 5무 7패 20득점 26실점 -6
9 부산 아이파크 16점 3승 7무 5패 16득점 22실점 -6
10 광주 FC 16점 4승 4무 8패 16득점 23실점 -7
11 수원 14점 3승 5무 8패 14득점 20실점 -4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8점 1승 5무 10패 9득점 24실점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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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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