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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는 우리 사회에서 배제되고 차별받아온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인권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었습니다. 인권활동가들은 차별의 현장에서 함께해왔습니다. 코로나 이후 사회를 인권 사회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현장에 있는 인권활동가들의 고민이 우리 사회에서 더 많이 이야기되어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19 인권단체 지원을 위한 긴급 모금 인권ON' 캠페인(https://www.onhumanrights.or.kr)을 진행하고 있는 인권재단 사람이 인권활동가들과 만나 인터뷰한 글을 연재합니다.[기자말]
 
 김윤영 활동가가 속한 〈빈곤사회연대〉가 있는 ‘아랫마을’은 공동사무실이며 홈리스들과 함께 생활하고 활동하는 ‘특별한 집’이기도 하다.
 김윤영 활동가가 속한 〈빈곤사회연대〉가 있는 ‘아랫마을’은 공동사무실이며 홈리스들과 함께 생활하고 활동하는 ‘특별한 집’이기도 하다.
ⓒ 김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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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특별한 집이 있다. 홈리스와 가난한 사람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주고,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며 새로운 배움이 꿈틀대는 곳, 바로 '아랫마을'이다.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아랫마을은 '홈리스행동', '빈곤사회연대' 등이 함께 이용하는 공동사무실이기도 하지만, 텃밭을 키우고 식사도 함께하며 기초생활수급 상담을 하거나 홈리스 야학을 운영하는, 빈민들의 든든한 집이기도 하다. 
  
인권재단 사람은 매년 한 번 이상 '아랫마을'을 방문한다. 반빈곤 인권활동가들에게 추석 선물을 전하기 위해서다. 인권재단 사람은 최저임금도 빠듯하게 지급받는 인권활동가들과 추석 선물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로, '강강술래 선물두개' 모금 캠페인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이때 후원자들이 보내준 쌀, 과일, 식용유, 계란 등과 같은 먹을거리 대부분을 '아랫마을'에 전달하고 있다. 추석 연휴 많은 사람이 가족을 만나러 갈 때, 아랫마을에서는 집이 없고 가족이 찾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공동차례를 지낸다. 

7월 2일, 1년 만에 다시 아랫마을 찾았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에게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상황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듣기 위해서다. 사람 한 명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골목으로 기억되던 그곳엔, 허름하고 낡은 주택들은 허물어지고 빌라가 지어지고 있었다. '아랫마을도 이사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걱정이 담긴 첫인사를 건네고 나서야 비로소 인터뷰를 시작하였다.  

냄새나는 사람들, 공적공간에서 사라지다 
 
  
 ‘아랫마을’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인 김윤영 활동가.
 ‘아랫마을’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인 김윤영 활동가.
ⓒ 김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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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영화 〈기생충〉을 봤냐는 이야기로 시작됐다.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받은 이 영화가 포착한 냄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었다. 이에 김윤영 활동가는 냄새는 수치심과 모욕감을 개인에게 주기 때문에, 곧 '축출의 경험'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예전에 한 여성 홈리스분이 화장실을 쓰려고 하는데, 청소노동자 한 분이 화장실 칸을 지정해줬다는 거예요. 냄새 뭍이지 말라고 하면서. 그분이 '냄새가 안 나면 발 뻗고 잘 방이 있다는 뜻인데, 그걸 가지고 어느 칸만 쓰라고 이야기하면 나도 사람인데 기분 나쁘지 않겠냐'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홈리스들은 자기가 환영받지 못하다는 것을 안다.

"서울역에서 홈리스분들이 강제퇴거를 당한 적이 있어요. 그때 어느 한 분이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백화점, 아파트가 열려 있어도 자기는 못 들어간다고. 들어가는 순간 제지당하겠지만, 그 공간이 얼마나 이질적인지 알기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일상을 서울역에서 영유할 수밖에 없는데 그 공간마저 거부당해 상처를 더 많이 받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서울로7017 역시 '악취를 풍기는 행위'를 하면 쫓겨날 수 있다. 처음 개장할 때 '눕는 행위'를 금지해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문제 제기로 관련 조항을 삭제했으나, '냄새'와 관련된 조항은 여전히 살아 있다. 도시미관을 해치고, 일반시민의 산책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7017 보안관들이 노숙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혹시 저 사람이 박스를 깔지 않을까 감시하며 쫓아다닌다고 했다. 
  
'배고파서 코로나도 먹겠다'는 절규 
    
코로나가 확산하기 시작하자 많은 노숙인 시설이 문을 닫았다. 거리에서의 급식 횟수도 줄어들었다. 코로나 예방지침을 지킬 수 없는 사람들은 배고픔을 더 걱정해야 했다.

"코로나 이후 기초생활수급 신청 동행을 한 적이 있어요. 가보니 배고픔을 호소하는 사람이 진짜 많았어요. 기존에 운영하던 급식업체 숫자가 줄어들다 보니 평소 300명 왔다면 500명 오고, 숫자에 맞추다 보니 급식의 질도 떨어졌어요. 하루 두 끼 먹던 것도 한 끼 먹게 되고. 이용 시설들은 기존 이용자를 제외하고 입장하지 말라고 하고, 생활시설에서 출퇴근하는 홈리스들에게 퇴소 조치를 내리기도 했어요."
  
김윤영 활동가는 지난 6월 3일 무주택의 날 집회를 할 때 한 홈리스분이 말한 '코로나는 얼어 죽을, 배고파서 코로나도 먹겠다'는 절규가 가난하고 집 없는 사람들의 설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영 활동가는 코로나 이후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불평등을 경험한 이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집회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영 활동가는 코로나 이후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불평등을 경험한 이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집회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김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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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신청은 집 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힘든 일이었다. 핸드폰이 없으니 온라인 신청도 쉽지 않고, 카드와 통장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적다 보니 재난지원금 신청은 꿈도 꾸지 못했다. 이에 '홈리스행동', '빈곤사회연대' 등은 서울역 광장에서 홈리스들을 직접 만나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정부에 '찾아가는 신청'으로 현금 지급 방법을 제안했다. 이후 서울시에서는 전담창구 3곳을 마련해 홈리스들이 재난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 이후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윤영 활동가는 "집회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이유로 모이고 말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다 보니, 재난 상황에서 불평등을 경험하는 이들이 항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빼앗겼다는 것. 

'집회가 없어졌다고 해서 강제철거를 멈추는 것은 아니다'라는 지적처럼, 연초 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며 세상을 떠난 고 문중원 기수 추모 농성장은 구청에 의해 철거되었다.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반대 농성을 이어온 구시장 상인들과 대구 동인 3-1지구 철거민 등을 상대로 강제집행이 진행되기도 했다. 사람은 안 되고 음향만 집회신고가 된다고 해서 음향만 틀어놓고 싸운 지역도 있었다.
    
코로나 방역에 대한 질문 바꿔야 할 때  
   
김윤영 활동가는 코로나 방역에 대해 질문을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사실 코로나 초기부터 방역대책이라는 게 실천할 수 있는 사람들, 비대면으로 살 수 있는 사람들 눈높이에 맞춘 대책이었다고 생각해요."  
  
최대한 집에 머물러 있으라고 말하지만,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대한 대책은 없었고, 자가격리 시에 다른 가구원들과 2미터 이상 거리를 확보하고 위생시설을 따로 사용하라고 권고했지만, 그렇게 살 수 없는 사람들은 방역지침을 지킬 수가 없었다.

"비대면을 강조하다 보니 급식이 중단되고, 활동보조서비스가 중단되고, 집회가 금지되었어요. 코로나가 장기화 되어가는 시점에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비대면을 위한 조건이 아니라 대면을 위한 조건, 대면하면서도 안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피해를 보는 건 결국 감염병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 방역대책을 지킬 수 없는 사람들이 될 수밖에 없는 거죠." 

코로나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경제위기로 실업의 위험은 커지고 있고, 거리로 내몰릴 사람들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뉴노멀, 비대면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대면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2미터 거리두기는커녕 배고픔을 먼저 걱정해야 하고, 모이고 말할 권리마저 빼앗긴 이때 '안전하게 대면할 수 있는' 방역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때다. 

'아랫마을'에서 밥 먹고 갈래요? 
   
코로나는 비영리 인권단체 운영도 어렵게 한다. 코로나 이후 단체가 더 어려워지지 않았는지 물었다.

"항상 마이너스고 늘 적자라서(웃음). 올해 후원주점을 할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통장에 200만 원밖에 안 남아 있거든요. 월세 한 달 낼 수 있는 돈인데. 진짜 걱정이에요."

두 시간에 걸쳐 진행한 인터뷰는 걱정만 남긴 채 마무리되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김윤영 활동가는 서울시청 앞에서 개최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집회 금지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기자회견에는 철거되고 쫓겨난 사람들, 모이고 말할 권리를 박탈당한 많은 이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김윤영 활동가는 서울시청 앞에서 개최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집회 금지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기자회견에는 철거되고 쫓겨난 사람들, 모이고 말할 권리를 박탈당한 많은 이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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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끝나자 김윤영 활동가가 '밥 먹고 갈래요?'라고 물었다. 그리고 인터뷰가 끝나기 무섭게 밥상이 차려졌다. 오늘의 메뉴는 소시지전과 마파두부밥이다. 거한 한 상이다. 사무공간에 흩어져 일하고 있던 인권활동가들, 아랫마을을 방문한 홈리스분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인터뷰에 도움을 준 활동가와 식사하기 위해 준비한 예산은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반찬을 사 아랫마을로 보내기로 했다. 
   
아랫마을에서 나와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집회 금지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김윤영 활동가는 1시간 넘는 시간 동안 참석자들과 함께 현수막을 들고 서 있었다. 그는 철거되고 쫓겨난 사람들, 모이고 말할 권리를 박탈당한 많은 이와 함께 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향한 곳은 서울역 광장이었다. 누군가는 떠나고, 또 누군가는 머무는 그곳엔 홈리스들이 앉거나 눕지 못하게 대합실 의자가 모여 있었다. 김윤영 활동가는 홈리스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의 의자들만 묶여 있다는 사실을 설명해줬다. 그의 설명이 없었다면 왜 홈리스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만 그렇게 했는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10년 넘게 활동했다고, 고인 물이라고 웃으며 말하지만 "반빈곤 운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다고 말한 김윤영 활동가를 보며 '든든한' 마음이 드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 편에서 든든한 집이 되어주는 아랫마을이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길 바란다. 또 코로나19 방역대책에서 벗어난 사람들과 함께 대면하며, 권리를 다시 찾아가는 활동이 아랫마을에서 더욱 풍성해질 수 있길 바라본다.
 
 서울역 대합실 의자들이 '접근금지' 테이프로 묶여 있었다. 김윤영 활동가는 홈리스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의 의자들만 묶여 있다는 사실을 설명해줬다.
 서울역 대합실 의자들이 "접근금지" 테이프로 묶여 있었다. 김윤영 활동가는 홈리스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의 의자들만 묶여 있다는 사실을 설명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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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코로나19와 인권활동가]
①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신의 한수' 뒤엔 그가 있었다 http://omn.kr/1ocvj

*인권재단 사람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권단체, 인권활동가를 지원하기 위한 '인권ON' 캠페인(https://www.onhumanrights.or.kr)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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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재단 사람,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무지개의 힘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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