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으로 우여곡절 끝에 재개한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이변의 드라마가 속출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축구리그로 평가받는 스페인 라리가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이탈리아 세리에 A가 모두 몰락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세계축구계를 양분해온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사라졌다. 유럽축구계의 세대교체와 지형도 변화를 암시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올해 챔피언스리그 4강 대진은 리옹-뮌헨, RB 라이프치히-파리 생제르맹의 대결로 압축됐다. 독일 대 프랑스의 구도다. 두 나라는 최근 월드컵을 나란히 제패한 국가들이기도 하다. 독일 분데스리가와 프랑스 리그1 역시 빅3와 더불어 유럽 5대리그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스페인이나 잉글랜드에 비하면 위상이나 수준이 다소 처진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사실이다. 이중 전통의 강호로 꼽히는 뮌헨(우승 5회)을 제외하면 나머지 세 팀은 모두 우승 경력이 전무하다. 4강 진출만 해도 뮌헨이 올해까지 무려 20회인 반면, 파리와 리옹이 2회, 라이프치히는 이번이 첫 4강 진출이다.

절대 우승후보와 변수들

우승후보 0순위는 단연 뮌헨이다. 2013년 이후 7년만의 정상탈환을 노리는 뮌헨은 16강에서 첼시를 1차전 3-0, 2차전 4-1로 각각 완파했고, 단판승부로 치러진 8강전에서는 메시가 버틴 바르셀로나에 8-2의 기록적인 대승을 거두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주포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는 8강까지 벌써 14골을 기록하며 분데스리가에 이어 챔피언스리그 득점왕도 거의 예약해놓은 상태다.

전력상 뮌헨에 맞설만한 팀은 파리 생제르맹이 꼽힌다. 네이마르와 킬리앙 음바페 등 화려한 '크랙'들을 보유하고 있는 파리는 2010년대 이후 프랑스리그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유독 챔피언스리그 타이틀과는 인연이 없었다. 4강진출은 1995년 이후 무려 25년만이다.

파리는 도르트문트를 상대한 토너먼트 16강 1차전에서 1-2로 패했으나 2차전에서 2-0으로 역전극을 펼치며 기사회생했고 8강 단판승부에서는 아탈란타에게 종료 직전까지 끌려다가 막판 2골을 몰아치며 극적으로 준결승에 올랐다. 우승 후보답게 압도적인 경기력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토너먼트에서 2회 연속 역전극을 펼친 것은 그동안 챔피언스리그 단기전에 뒷심부족으로 역전패를 당하던 징크스를 불식시킨 장면이었다.

리옹은 16강에서 이탈리아 챔피언 유벤투스, 8강에서는 펩 과르디올라가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를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키며 4강에 올랐다. 라이프치히는 유일하게 한국인 선수 황희찬이 소속된 팀이다. 하지만 황희찬은 선수등록이 이미 마감된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경기에 나설수 없다. 라이프치히는 16강에서 손흥민을 비롯한 주축 선수들이 대부분 부상중이던 토트넘을 만나 쉽게 승리했고, 8강에서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무너뜨렸다. 주포 티모 베르너의 이적 공백에도 불구하고 선전하고 있지만, 냉정히 말하면 4강까지 올라온 것은 어느 정도 운이 따라준 결과였다.

UCL의 전신인 1955년 유러피안컵 이래 이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해 본 클럽은 단 22팀 뿐이다. 가장 최근에 UCL 역사상 '첫 우승팀'이 탄생한 것은 지난 2012년의 첼시였다. 뮌헨을 제외하고 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유벤투스-첼시 등 우승 경험이 있는 팀들이 모두 전멸하면서 이변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특히 월드컵 챔피언인 프랑스는 클럽축구에서는 1993년 올림피크 마르세유를 끝으로 정상팀을 배출하지 못했다. 챔스 준결승까지 두 팀이나 살아남은 것도 역대 최초다.

올해 UCL의 이변이 가능했던 것은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8강부터 결승까지 단판 토너먼트 - 중립 경기로 일정이 변경되었다는 점을 꼽을수 있다. UCL 토너먼트는 그간 결승전만 단판승부로 치러지고 16강부터 4강 토너먼트까지는 홈앤 어웨이제도로 2경기를 치르는 방식이었다. 최근 몇 년간 토너먼트에서는 1차전에서 패배한 팀이 2차전에서 결과를 뒤집는 대역전극이 많았다. 지난 시즌 '암스테르담의 기적'(토트넘-아약스), '안필드의 기적'(리버풀-바르셀로나)등이 대표적이다. 단판승부에서는 전력차이를 떠나 어떤 팀도 충분히 해볼만한 만큼 의외의 우승팀이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라리가는 지는별인가

올해 UCL의 이변이 남긴 파장이 향후 유럽축구 판도에 미칠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을 비롯하여 3대리그 우승팀(유벤투스, 레알 마드리드)이 모두 16강에서 조기탈락하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스페인리그를 대표하던 강호 레알과 바르셀로나는 올시즌 나란히 전력이 크게 약화되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라리가의 전성시대가 지나고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또한 엄청난 자본력을 앞세워 스타급 선수들을 끌어모았던 맨시티는 UCL에서는 이번에도 8강의 벽을 넘지못하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책임론이 거론될 정도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에서 UCL 2회 제패를 달성했으나, 뮌헨과 맨시티에서는 수많은 우승트로피를 수집하고도 UCL에서는 결승조차 올라보지못했다.

점유율과 패스축구의 완성도를 극대화시킨 전술가로 꼽히는 과르디올라지만, 그가 추구하는 축구를 성공적으로 구현하기위해서는 각 포지션에 최정상급의 선수들이 필요하다는게 한계로 지적된다. 과르디올라가 이끄는 팀은 꼭 과르디올라가 아니었더라도 이미 선수구성상 우승에 근접한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평가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최고의 팀들이 경쟁하는 챔피언스리그에서 그 진가를 보여줘야만 하는데, 정작 과르디올라는 최근 몇 년간 UCL에서 토트넘-리옹 등 전력상 한 수아래로 꼽히던 팀들에게도 번번이 덜미를 잡히는 모습을 보여주며 '거품론'을 극복하지 못하고있는 상황이다.

슈퍼스타 메시와 호날두, 두 명의 선수중 단 한 명도 준결승 무대를 밟지못한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호날두는 레알을 떠나 유벤투스로 이적한 이후 두 시즌 연속 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작 가장 기대했던 챔피언스리그에서는 8강에 머물렀다.

메시는 2014-15시즌 트레블 이후 최근 5년간 4번이나 챔스 8강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바르셀로나가 리빌딩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구단과의 계약이 1년밖에 남지않은 상태에서 아직 재계약을 하지않은 메시가 팀을 떠날 가능성까지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메시와 호날두 두 선수 모두 나란히 30대 중반을 향해가고있는 가운데 다시 유럽 정상이나 발롱도르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올시즌 이후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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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 메날두 펩과르디올라 역대챔스우승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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