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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고등학교는 광주 광산구에 있는 사립학교로 학교법인 도연학원에 의해 운영된다. 학교법인 도연학원은 견제 받지 않는 사학운영으로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해왔다.  총3회에 걸쳐 명진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스쿨미투와 교사해임 사태를 소개한다.[기자말]
6월 11일, 광주교사노동조합과 해임되신 선생님 그리고 명진고등학교 재학생들이 함께한 피켓시위 현장이다.
▲ 6.11일 집회 6월 11일, 광주교사노동조합과 해임되신 선생님 그리고 명진고등학교 재학생들이 함께한 피켓시위 현장이다.
ⓒ 명진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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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너희도 이때 태어났으면 위안부"라던 교사, 아직 학교에 있다  http://omn.kr/1ojba
② 광주의 한 사립고, 학생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다 
http://omn.kr/1okqo


명진고등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아니다. 적어도 내가 학교에서 보낸 지난 3년은 그러했다.

2020년 현 명진고 3학년 학생들은 1학년 때 스쿨미투 사건을 겪었다. 2학년 때는 생명과학 시험 출제 오류로 1학기 중간고사부터 2학기 중간고사까지 총 147점에 해당하는 문제를 두고 재시험을 치렀다. 올해 초에는 누구보다 학생들을 위해 성실하게 일하셨던 A 선생님이 학교 재단에 의해 부당하게 해임당하는 광경을 지켜봐야 했다.

A 선생님 부당해임 소식은 대부분의 명진고 재학생들을 분노하게 했다. 학생들은 이 일을 계기로 명진고의 문제점에 한층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됐고, 공론화를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부당한 일에 침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학교법인 도연학원(명진고 운영)과 일부 교사들이 본인들의 잘못된 행동들을 진심으로 반성하길 원했다. 그리고 명진고등학교가 정말 학생들을 위한 학교로 나아가길 소망했다.

학생들은 행동했다
 
6월 15일에 부착했고, 당일에 폐기 처분 된 대자보이다.
▲ 명진고 학생이 부착한 대자보 6월 15일에 부착했고, 당일에 폐기 처분 된 대자보이다.
ⓒ 명진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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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인스타그램 손글씨 릴레이, 트위터 실트총공, 현수막 게시, 보도 자료 배포, 언론 인터뷰, 서명운동, 게시판 대자보 부착 등을 통해 명진고등학교 사학비리를 비판하고 A 선생님 부당 해임 철회를 주장했다. 광주시교육청에는 명진고등학교에 임시이사를 파견하고 특별감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얼마 후 학교 측은 학생들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학교 측은 정의로운 목소리를 내는 학생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A 선생님이 학생들을 선동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을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는 객체로 폄하했다. 그러나 이번 일에 진정 '선동'이 있었다면 그것은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보낸, A 선생님을 비방하는 내용의 SNS 메시지였다.

학생들은 5월 20일 개학 직후부터 명진게시판에 100장이 넘는 게시물을 부착했다. 그것들은 모두 1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떼어졌다. 해당 게시물은 그 어떤 피드백도 없이 제거됐다.

6월 15일 명진게시판에 대자보 3장을 붙였다. 대자보에는 우리들이 봐왔던 A 선생님의 평소 모습, 사학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한 학생들의 노력, 학교재단·교육청 측에 요구하는 사항 등이 담겼다. 학교 측은 이 대자보를 가리기 위해 대자보 위에 다른 포스터를 붙였다. 

학생들이 포스터를 떼어 다른 공간에 게시하자 "학교 게시판에 부착된 포스터를 자의적으로 떼는 행위는 학교 재산에 대한 절도죄에 해당합니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판 곳곳에 붙었다. 대자보 위에는 양면테이프로 부착되었다. 잠시 후에는 명예훼손죄를 언급하는 재단 이사장 명의의 공지도 붙었다. 명진고등학교는 절도죄와 명예훼손죄를 언급하며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

6월 11일 광주 교사노동조합이 A 선생님과 함께 명진고 정문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명진고 일부 학생들도 직접 준비한 피켓을 들고 함께 개사한 노래를 부르며 A 선생님과 연대했다. 이날, 일부 학교 교사들이 1층 중앙 현관 앞에서 학생들을 막아섰고 A 선생님이 없는 곳으로 유인했다. 

학생들을 후문으로 유인하는 교사들 앞에서 A 선생님이 정문에 있으니 함께 정문으로 나가자고 소리쳤다. 그 목소리를 들은 교감 직무 대행은 시위 현장까지 쫓아왔고, 시위가 끝나면 본인과 이야기하자고 했다. 대화를 거부하자 교감 직무 대행과 동석한 다른 교사 1명은 A 선생님을 모욕하는 말을 했다.

며칠 후, 명진고 학생회의 의결을 통해 명진고등학교 학생회 명의의 대자보를 붙이기로 결정했고, 명진게시판에 붙였다. 해당 대자보 역시 1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철거되었다. 그날도 회장단에 대한 교감 직무 대행의 호출이 있었다. 그는 현수막을 게시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이유로 "모 학생(필자)이 교사노조 내통자가 아니냐"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 있었던 명진고 행정실장은 "이 모든 행위는 개인의 의견이기 때문에 개인의 의견은 묵살해도 된다"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펼쳤다. 또한 내가 그동안 붙인 게시물의 내용과 학생회의 대자보 내용이 일치하기에 모 학생이 학생회의 이름을 도용한 줄 알았다고 했다. 학생들의 사과 요구를 받은 교사들은 학생들이 먼저 타인을 비방하는 주장을 펼쳤기 때문에 사과할 수 없다고 했다.

이후에도 우리들은 계속해서 학교 게시판에 대자보를 부착했다. 이 문제를 놓고 여러 차례 학교 관계자들과 면담하기도 했다. 결국 우리들은 교장, 교감 직무 대행, 학생부장, 행정실장과의 대화를 통해 학생들도 이용할 수 있는 게시판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온전히 학생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게시판은 아니었다. 학생들은 학교 4층에 위치한 게시판 하나에 대한 사용만을 허가받았으며, 이마저도 학생회의 검열을 거쳐야 했다. 이후에도 학교 측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게시물이 올라오면 통보 없이 무단으로 게시물을 철거했다.

'명진고와 명진인은 다릅니다'
 
명진고 게시판에 붙은 학생들에게 협박을 가하는 내용의 게시물이다.
▲ 명진고등학교의 협박 명진고 게시판에 붙은 학생들에게 협박을 가하는 내용의 게시물이다.
ⓒ 명진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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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 모 교사의 호출이 있었다. 그는 "학생들을 선동할 경우 선도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다"는 교감 권한대행의 발언을 전달해주었다. 사실상 행동을 멈추라는 압박이었다. 6월 26일에는 학교법인 측 '고소장'을 전달받았다. 지난 5월 14일 지인을 통해 학교 앞에 현수막을 게시했다. 이후 현수막 사진과 함께 학생 측 입장문을 담은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학교법인 측은 이것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며, 현수막 게시자 및 보도자료 배포자를 철저히 조사하여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고소장에는 "피고소인 - 성명불상의 명진고등학교 학생 B (학교 앞에 현수막을 게시하고, 보도자료를 제출한 자)"라는, 나에 대한 특정이 돼있었다. 학교가 학생을 고소했다는 사실은 꽤 충격적이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우리들은 오히려 인권 침해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에 직면했다. 고소장까지 받아든 시점에는 교육에 대한 깊은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3년간 명진고에서 있었던 일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피해 학생들이 여전히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쿨미투 연루 교사들을 복귀시킨 학교, 1학기 중반기에 A 선생님을 부당하게 해임하여 학생들에게 혼란을 가져온 학교, 이것들을 바로잡기 위해 목소리를 낸 학생들을 협박하고 위협한 학교. 심지어는 학교법인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본교 재학생을 경찰에 고소한 학교. 고소당한 이들 중에는 나도 있다. 우리는 이것들을 알고도 명진고등학교를 '학교'라고 지칭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요즘 "명진고와 명진인은 다릅니다"라는 캐치프라이즈를 내걸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일을 겪으며 크게 실감한 것이 있다. 그것은 명진고등학교 사건이 단순히 학교에 다니는 개인들과 학교재단의 갈등으로 축소 해석될 일이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스쿨미투, 업무상횡령, 교사 부정 채용 등의 잘못들이 여러 차례 반복되어 왔음에도, 명진고 재단 측의 권력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사립학교법'이 그들의 든든한 방패막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젠가 이 법률을 바꾸어야 한다.

여러 사회 주체들이 사립학교의 부정부패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청소년들이 본인이 직접 마주하고 있는 교육 여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건 쉽지 않은 만큼 정의로운 일이다. 여러 억압이 있었지만, 명진고등학교 재학생 '명진인'들이 내왔던 용감한 목소리들이 언젠가는 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발판이 되면 좋겠다. 

태그:#명진고, #명진고사학비리, #잘못된_것을_바로_잡는_것, #명진고_교사_부당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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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고등학교의 사학비리에 맞서 싸우는 명진고등학교 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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