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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김회재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김회재 국회의원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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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토론회의 문제를 지적하는 전화를 걸어주세요!"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여수을)이 차별금지법 반대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밝히자, 민주당 당원들이 직접 '토론회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오는 24일 한국교회총연합과 평소 차별금지법에 비판적인 의견을 갖고 있던 패널들을 불러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무엇이 문제인가 - 헌법적 가치·사회적 합의 가능한가'?'라는 토론회를 열 예정이었다.

이에 민주당 당원 50여 명으로 구성된 더불어민주당 성소수자위원회 준비모임(아래 준비모임)은 토론회 개최 중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김회재 의원실과 민주당 지도부에 전화를 걸어 항의해 토론회를 무산시키자고 주장했다.

준비모임은 "김대중 대통령은 국가인권위원회를 만들 때 법률로 차별금지사유로 성적 지향을 명기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차별금지법 입법을 시도했다"면서 "민주당은 두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아 당 강령에서 소수자 인권 존중과 차별 반대를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따라서 차별금지에 반대하는 것은 당의 기본 정신에 대한 도전이자, 김대중-노무현 정신의 부정이며, 해당행위다"라며 "소수자를 탄압하는 동시에 우리 당 대통령을 비방하는 자들끼리 모셔다 토론회를 여는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 필요할까요?"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토론회에 참석하는 전문가들 중 발제자인 이은경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법무부를 성토하는 '대한민국 법치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변호사 130인'에 이름을 올렸고, 토론자 중 한 명인 김일수 교수는 '조국 퇴진' 시국선언에 참여하기도 했다. 

준비모임은 "(인권위)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8.5%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의의 전당에서 국민의 뜻에 반해 소수자 차별을 옹호하는 엉망진창 토론회가 개최되게 두어서는 안 된다"면서 시민들에게도 김 의원과 당 지도부에 항의 전화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장혜영 의원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하고, 곧이어 인권위가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을 내놓았을 때부터 민주당 의원실에 '평등법' 발의를 해달라는 요청 전화를 이어왔다. 그러던 중 이번 토론회 개최 사실을 알게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성소수자위원회 준비모임에서 활동하는 김민석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너무나 당황스러웠고, 꼭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민주당의 이름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나오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성소수자들이 민주당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 그 존재가 가려져있다. 당내에서는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이 많지 않다"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차별금지법이나 생활동반자법 등을 입법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격려하고 목소리를 내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민주당의 이름으로 성소수자 혐오·선동 이뤄지지 않게 막을 것"
 
더불어민주당 성소수자위원회 준비모임이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공지
 더불어민주당 성소수자위원회 준비모임이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공지
ⓒ 더불어민주당 성소수자위원회 준비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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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회 개최 사실이 알려졌을때, 준비모임에 있는 당원들 반응이 어땠나?
"민주당 의원이 차별금지법 반대 취지의 토론회를 연다고 해서 많이 당황스러웠다. 당 차원의 토론회는 아니고, 교회 장로인 김회재 의원의 개인적인 신념에서 여는 것으로 알고 있다. 

토론회 연사 면면을 살펴보면 그동안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해왔던 분들이 있고, 김회재 의원 본인도 어제 한 기도회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해 비판했다. (관련 기사: 
민주당 의원이 주최하는 '차별금지법 반대' 행사http://omn.kr/1okzl)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진 토론회로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당 지도부에서도 토론회에 대해 엄중하고 보고, 개최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다." 

-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차별금지법 논의 자체가 노무현 대통령 때 시작한 일이다. 민주당 발의안이 여러번 무산된 적도 있지만, 결국은 민주당에서 마무리 지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권위 조사 결과 찬성하는 국민이 88.5%로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반대세력이 과대대표되는 현상이 쭉 있었다고 생각한다. 응원하는 목소리가 많다는 점을 당에 전하고 싶다."

- 민주당에선 아직 성소수자위원회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아쉬운 점은 없나? 
"당내 분위기는 '차별은 안 된다'라는 명제에는 동의하면서도, 성소수자가 내 주변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또한 다양한 구성원들이 정당에 있음에도 50~60대 중장년 남성의 의견보다는 젊은 사람들의 의견이 덜 반영된다. 그래서 당내에선 여전히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활동이 부족하고, 당원들의 인식도 쉽게 바뀌지 않는 듯하다."

-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게 부담되지는 않나? 
"부담도 있지만, 분명 필요한 활동이다. 그래서 퀴어퍼레이드에는 노란색(정의당) 깃발만 있는데, '우리도 있으면 좋겠다, 있어야 겠다' 싶어서 지난해 참가하게 된 것이다. 민주당 내 '성소수자 가시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성소수자와 앨라이(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비성소수자)들이 당밖에서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당내에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 그 존재가 가려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성소수자위원회 준비모임이 지난해 10월 광주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했을 당시의 사진(더불어민주당 성소수자위원회 준비모임 페이스북 페이지 상단에 올려져있다).
 더불어민주당 성소수자위원회 준비모임이 지난해 10월 광주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했을 당시의 사진(더불어민주당 성소수자위원회 준비모임 페이스북 페이지 상단에 올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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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준비모임과 시민들의 항의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토론회가 그대로 이뤄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해 서삼석·이개호 의원이 인권위법에 규정된 차별행위 중 '성적지향'을 삭제하는 법안 발의에 동참해서, 그때 저희가 당헌·당규 위반을 했다며 징계 청원에 나섰고, 결국 두 의원이 발의에서 빠졌다. 이를 참고해서 만약 토론회가 그대로 이뤄진다면 발언 내용이나 수위 등에 따라서 후속조치를 할 것이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
"성소수자 인권이라는 이슈 자체에서 침묵이나 중립을 요구받는 상황이 올 때마다, 민주당의 이름으로 결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나 선동이 이뤄지지 않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차별금지법, 생활동반자법 등을 민주당 의원들이 추진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격려도 하고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태그:#차별금지법,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성소수자위원회 준비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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