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포스터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하고 싶지 않은 선택을 할 때가 있다. 힘든 시기에 그 선택이 가장 최선이라고 믿으며 삶을 이어가다 더 최악의 순간이 닥치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 선택하는 과정에서 가족은 가장 고려되어야 할 요소다. 현재에도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떨어져 살거나 이별을 선택하기도 한다. 상대방을 위해 먼 나라에서 돈을 벌거나 다른 이유로 떨어져 살면서 가족이 보다 행복하기를 원한다. 그렇게 가족을 위해 자신을 외로움의 공간으로 밀어 넣고, 혼자 그 외로움을 견뎌나간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도 가장 좋은 상황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일 것이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그들에게 사과하고, 오해한 것이 있다면 그들과 대화하면 된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들 옆에서 가족을 지켜주며 같이 행동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안전한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잠시 떨어짐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이라 믿으며 살아간다.  그들의 선택은 결국 후회가 남고, 시간이 지나 최악의 상황이 되어서야 가족에게 돌아오려 노력한다.

액션 누아르 장르를 통해 이야기하는 가족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액션 누아르 추격극이지만 결국 가족에 대한 이야기 이기도 하다. 주인공 인남(황정민)은 과거 국정원 요원으로 현재는 살인청부업자로 일하고 있다. 일본에서 거주하며 현지의 중개자(박명훈)로 부터 일을 받아 처리하고 돈을 받아 근근이 삶을 이어간다. 그러다 전 여자 친구(박희서)가 태국에서 사망하고 자신의 딸이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방콕으로 향한다. 그러던 중 그가 죽인 일본 야쿠자의 형제인 레이(이정재)의 추격을 받게 된다.  

인남은 거의 삶을 이어나갈 의지가 없어 보이는 인물이다. 그저 수동적으로 자신에게 맡겨지는 일을 받아 처리하고 돈을 받아 생활하는데, 그에게는 특별히 원하는 삶의 목표가 있거나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그저 먹고 생을 유지할 정도의 돈을 받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그렇게 번 돈으로 파나마로 가서 조용히 생을 마감하는 것을 고민한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장면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사실 그가 어떤 사정으로 한국을 출국할 때 그는 미혼이었고 자신과 연결된 가족이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남의 얼굴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도 자기를 찾지 않는 외로운 삶을 그저 견뎌내고 있을 뿐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가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가족이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인남의 눈빛은 그 자신도 모르게 빛을 찾아간다. 그렇게 그의 삶에 작은 목표가 생긴 것이다.

반면에 인남을 쫓는 레이는 행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일본 야쿠자인 그는 자신의 형제를 죽인 사람을 추적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만들어진 상황이든 아니든 살인을 즐긴다. 누군가를 해쳐야 할 때 그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나지만 그가 꽤 실력 있는 존재를 만났을 때 그의 얼굴엔 생기와 긴장감이 돈다. 그가 자신의 분명한 목표를 만났을 때 그의 추진력과 의지는 더욱 강해지며 영화 중반부를 지나면서 그의 얼굴엔 추격 과정과 격투 과정을 즐기는 표정이 가득하다. 

레이라는 인물은 일반적인 사이코패스와는 다른 점은 어쨌든 자신의 가족이 살해된 상황에서 분노하고 그 감정 때문에 인남을 쫒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가 느낀 그 분노는 인남과 직접 대결하면서 일종의 승부욕으로 바뀐다. 상대방을 힘으로 누르고 그 힘을 과시하려고 배를 가르는 그의 모습은 그가 가진 승부욕과 과시욕을 온전히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모습은 근원적인 악 그 자체다.

인남과 레이가 대결하는 장면, 관객을 압도하다

영화 중반 인남과 레이가 처음 만나 대결하는 장면은 압도감이 느껴진다. 두 사람이 벌이는 격투 장면은 좁은 건물 안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이 둘이 더욱 필사적으로 붙는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대결하는 두 사람을 대결로 이끈 것은 각자의 가족이었지만 이 순간부터 이 둘은 상대방을 크게 신경 쓰기 시작한다. 각자가 가진 실력과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이는 시종일관 인남만을 쳐다보며 안으로 들어와 대결하려 하지만 인남은 자신의 딸이 있는 외부를 보고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레이는 인남을 시종일관 끌어당기려 하고 인남은 레이를 계속 밀어내려 한다. 이들의 밀고 당기는 대결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흥미롭게 이어진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장면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인남과 레이는 작용 반작용의 법칙을 시험하듯 혼신의 힘을 다해 서로 격투를 벌이는데, 특히나 등장할 때 보여지는 레이의 날카로운 눈빛은 인남뿐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잡아먹을 것 같은 진정한 야수의 날것 그대로다. 하지만 인남은 그 야수의 눈빛을 쳐내며 자신이 과거에 하지 못했던, 지금은 희미해져 버린 가족이라는 존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던진다. 

인남을 돕는 유이(박정민)의 등장은 두 주인공의 대결을 보며 거칠어진 관객의 숨을 조금은 고르게 만든다. 유이는 트랜스젠더로 태국에서 일하고 있지만 한국에 두고 온 자식이 있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태국이라는 나라에 따로 나와 살고 있지만 자신의 선택이 혹시 자식에게 피해가 될까 늘 걱정하며 멀리서 지켜보는 건, 주인공 인남과 다르지 않다.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자신이 아끼던 가족과 이별하게 된 인남과 유이는 서로 완전히 다른 배경과 성격을 가진 인물이지만 각자 가족을 그리워하고 걱정한다는 면에서는 통하는 부분이 있다. 또한 인남과 마찬가지로 유이도 어느 정도는 삶을 대하는 태도에 희망이라는 것을 두고 있지 않다. 그래서인지 인남은 마지막까지 자신과 비슷해 보이지만 좀 더 안전한 위치에 있는 유이에게 자신의 가족을 믿고 부탁한다. 그렇게 긴박감과 힘을 가지고 나아가는 영화는 각 인물들의 상황이 정리되는 영화가 비치는 마지막 순간은 누군가의 가족이고 그 가족의 뒷모습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액션 장면들은 힘이 넘치고 웅장한 음악이 같이 가미되어 긴장감을 더한다. 특히나 황정민과 이정재의 강한 연기는 이 영화 분위기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힘이 있다. 이 두 배우가 화면에 등장할 때, 관객들은 이 둘이 뿜어내는 에너지에 압도당한다. 영화의 또 다른 등장인물은 유이를 연기하는 박정민은 자연스러운 훌륭한 연기로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또한 짧게 등장하지만 최희서와 박명훈도 좋은 연기로 영화의 질을 높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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