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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뉴스나 신문에서 보고 듣는 소식 이외에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요? 세 명의 작가가 모여 코로나19를 소재로 소설집을 펴냈습니다. <계회도 살인사건>, <뽀이들이 온다> 등을 쓴 윤혜숙 작가, <야만의 거리>, <굿바이 조선> 등을 쓴 김소연 작가, <미스 손탁>, <유품정리사> 등을 쓴 정명섭 작가를 만났습니다.

인터뷰를 여러 차례 진행했지만, 이렇게 세 명의 작가를 한 자리에서 만나는 것은 처음입니다. 비가 내리는 10일 저녁 스터디룸에서 역사 공부를 하고 있는 세 명의 작가를 만나 새로 출간 된 청소년소설 <격리된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마스크 한 장' 윤혜숙 작가] "코로나와 관련된 첫 소설이라 보람"
 
코로나19 관련 청소년소설집 격리된 아이에서 마스크 한 장을 쓴 윤혜숙 작가
▲ 윤혜숙 작가 코로나19 관련 청소년소설집 격리된 아이에서 마스크 한 장을 쓴 윤혜숙 작가
ⓒ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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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혜숙 작가님은 '앤솔로지(한 가지 주제로 여러 명의 작가가 모여 책을 내는 방식의 단편집)의 여왕'으로 제가 한번 소개한 적이 있죠(관련기사 보기).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번 책은 어떻게 기획된 건가요?

"사실 우리가 처음 생각했던 건 코로나 팬데믹 같이 '근미래에 지구인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까'에 대한 SF앤솔로지였어요. 코로나와 관련된 앤솔로지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3월 31일) 코로나가 사그라질 거라는 기대심이 있기도 했고 너무 늦지 않나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가 기획한 아이템으로 계약서를 쓰기로 한 날, 갑자기 우리학교 대표님이, 코로나 앤솔로지부터 하는 게 어떻겠냐? 하시는 거예요. 출판사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면서. 그래서 일사천리로 책 작업이 진행됐어요. 5월 중순까지 원고를 마감하기로 했을 정도로요. 테마가 바뀌는 바람에 세 작가들이 여러 차례 기획회의를 하고 공적 마스크, 동선조사, 자가격리 세 이야기로 나눠 쓰기로 했어요.

각자의 콘셉트에 관련된 자료와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를 독려했죠. 끊임없이 원고 수정을 하는 동안 출판사에서는 표지 콘셉트를 잡고 완성했어요. 정말 콩 볶듯 숨 가쁜 일정이었지만 코로나와 관련된 첫 소설이라는 것도, 시선을 확 끄는 표지도 다 좋았으니 나름 의미 있고 보람찬 작업이었어요. 책 나온 후 여러 곳으로부터 코로나 시대를 기억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어요."

- 마스크 한 장에 얽힌 사연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많이 가진 사람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소중한 물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이번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올 초부터 아침마다 알람처럼 날아오는 재난 문자로 하루를 시작하고, 질병본부에서 발표하는 확진자 숫자와 경로 이동을 보고서야 안심하고, 마스크가 없으면 불안하던 그런 시간을 보냈어요. 아무도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어쩌면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가 발견되어도 유사한 전염병은 계속 나타날 테고, 우리 아이들은 파란 하늘을 볼 수도 맑은 공기도 마실 수도 없고, 어쩌면 사시사철 방독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죠. 

마스크 구매와 얽힌 이야기를 쓰자고 마음 먹었을 때 한 기사가 떠올랐어요. 대구에서 한 고등학생이 코로나가 아닌 원인 불명의 이유로 사망한 기사, 생각나시죠? 이야기의 결말을 코로나 확진인지 아닌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열린 결말로 한 것도 그 때문이에요. 석우의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한 줌의 위안도 되지 않겠지만, 아이들이 코로나가 왜 발생했는지, 또 어떤 일을 해야 할지 한번쯤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어른들 대신 죗값을 치르고 있는 아이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썼어요."

['거짓말' 김소연 작가] "코로나19가 가져온 다양한 사건과 사고 리서치"
 
코로나19 관련 청소년소설집 격리된 아이에서 거짓말을 쓴 김소연 작가
▲ 김소연 작가 코로나19 관련 청소년소설집 격리된 아이에서 거짓말을 쓴 김소연 작가
ⓒ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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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연 작가님, '거짓말'이란 작품도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종반부에서 깜짝 놀랄 만한 전개가 인상적입니다. 독자들의 재미를 빼앗지 않기 위해서 내용을 이야기하진 않겠습니다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독자마다 다양한 해석을 하겠지만, 이것만큼은 꼭 알아주면 좋겠다는 지점이 있을까요?

"코로나19 유행 이후 자가격리니, 사회적 거리두기니, 1인 생활이니 하며 홀로 생활하는 일상이 권장되었어요.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얼마 전부터 혼밥, 혼술, 혼영 등의 혼자 살기와 혼자 놀기가 유행하고 있지요. 1인 가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1인용 생활용품 등이 가게 가판대를 차지하게 된 것도 한참이구요.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사람은 혼자 살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아닌 듯합니다. 유행병의 전파를 막기 위해 누구나 '격리된 아이'가 되어야 하는 요즘, 혼자 살 수밖에 없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꼭 코로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자가격리의 삶을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호모사피엔스인 우리는 포유류의 한 종이고, 무리지어 살면서 공감과 유대를 나누는 생존전략을 특징으로 하지요. 작은 가족 단위이든 큰 집단 체제든 말이죠. 마스크를 구하느라 동분서주하고 모든 약속과 만남 계획이 연기 아니면 중단되었지요. 홀로 집필실에 앉아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차분히 앉아 생각해보니 제 삶은 거의 변한 게 없었어요. 자가격리가 아니라 '작가격리'의 삶이 본래부터의 제 일상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죠. 출퇴근을 하는 직업이 아니니 매일 나갈 일도 없고, 가끔 가뭄에 콩 나듯 출판사 관계자 분들과의 업무 미팅 혹은 앤솔로지 작업을 같이 하는 동료 작가들과의 기획 회의, 그것도 아니면 공부 모임이 전부인 삶이라 솔직히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받을 만한 일이 없더란 말이죠.

텔레비전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대해 귀가 따갑게 떠드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뭐야? 나는 원래 항상 저렇게 살아왔는데?' 하는 실소가 터졌습니다. 작품을 쓰려고 부지런히 웹서핑을 하며 코로나19가 가져온 다양한 사건과 사고들을 리서치했어요. 전 그중에 종교집단에 의한 감염과 신도들의 거짓 진술과 은폐 등의 기사가 무척 흥미로웠어요.

종교적 신념을 위해서는 거짓과 사기가 권장되는 그 모순적인 시스템을 구경하고 있자니 그런 상황이 비단 특정 집단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화 오류의 위험성은 있지만... '대한민국 전체에 통용되는 방정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짓말에 대한 무책임한 무감각, 나의 이익을 위해서는 상대를 얼마든지 속이고 기만해도 아무렇지 않은 그 사고 방식들이 매일같이 쓰고 다녀야 하는 마스크보다 훨씬 더 제 숨통을 막히게 했습니다. 너나 할 거 없이 우리는 수많은 거짓말을 하고, 또 거짓말에 둘러싸여 삽니다. 그 거짓말이 나와 상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짧은 단편으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격리된 아이' 정명섭 작가] "자가격리자의 인터뷰에서 그들의 공포감 느껴"
 
코로나19 관련 청소년소설집 격리된 아이에서 격리된 아이를 쓴 정명섭 작가
▲ 정명섭 작가 코로나19 관련 청소년소설집 격리된 아이에서 격리된 아이를 쓴 정명섭 작가
ⓒ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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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섭 작가님, 격리된 아이는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자가격리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자가격리된 사람을 알고 계신가요? 설마 자가격리를 직접 해보신 건 아니죠?

"작가는 혼자서 글을 쓰는 일이 많기 때문에 '격리'라는 단어에 움찔하거나 놀라지 않습니다. 저는 자가격리를 해본 적이 없고, 한 사람을 알지는 못합니다. 다만 인터넷이나 언론을 통해 자가격리자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외로움보다는 공포감이었습니다. 홀로 떨어져서 시간을 보내야 하고, 그 시간의 끝이 확진 판정일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으로 보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주제로 단편소설을 쓸 때 별다른 고민 없이 자가격리를 선택했습니다. 처음에는 생활보호센터에 들어간다는 설정을 생각했는데,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생활보호센터들이 문을 닫아서 어쩔 수 없이 자가격리에 관한 이야기로 설정을 바꿨습니다.

작가는 자기가 겪지 않는 일도 마치 실제로 겪은 것처럼 쓸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는 실제 확진자가 아니라고 해도 그만큼의 고통을 감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단편을 쓰면서 이번 일로 인해서 제가 겪은 일상의 파괴를 돌이켜볼 수 있게 되었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지면 관계상 전부 실을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세 분 모두 기사를 모티프로 단편소설을 쓰셨군요.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는 삶이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코로나19에 관하여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작품집 출간으로 세 명의 작가를 만났습니다. <격리된 아이>가 독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길 기대합니다.
 
코로나19 관련 청소년소설집 격리된 아이의 세 작가들이 마스크를 쓰고 찍은 단체사진 좌부터 윤혜숙 작가, 정명섭 작가, 김소연 작가
▲ 청소년소설집 격리된 아이 작가들 코로나19 관련 청소년소설집 격리된 아이의 세 작가들이 마스크를 쓰고 찍은 단체사진 좌부터 윤혜숙 작가, 정명섭 작가, 김소연 작가
ⓒ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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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격리된 아이, #윤혜숙 작가, #김소연 작가, #정명섭 작가, #코로나 청소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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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 회사에 다니고 주말에 글을 쓰는 주말작가입니다.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좋은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https://brunch.co.kr/@yoodluf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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