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0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된 가운데 그라운드 위에 방수포가 설치돼 있다.

1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0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된 가운데 그라운드 위에 방수포가 설치돼 있다. ⓒ 연합뉴스

 
아직도 갈 길은 까마득히 먼데 비까지 발목을 잡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을 늦게 시작한 KBO리그가 이번엔 유난히 긴 장마라는 변수까지 겹치며 정상적인 일정 소화에 차질을 빚고 있다.

기록적인 장마로 우천취소 경기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0일 전국에서 예정되었던 3경기도 모두 우천으로 연기됐다. 이 경기들은 당초 8-9일에 소화했어야 할 일정들이 비로 인하여 월요일 경기로 재편성된 경기였다. 그런데 이마저도 또다시 우천 순연되며 향후 경기 편성에 대한 부담이 더 늘어났다.

게다가 장마가 아직 끝나지 않아 우천순연 경기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당초 KBO의 목표는 정규시즌을 11월 2일까지 마무리하고 포스트시즌을 11월 4일에 시작, 11월 28일 한국시리즈를 마친다는 구상이었다. 억지로 일정을 맞추려면 10월에는 우천 취소 경기들을 대부분 더블헤더로 몰아서 치르게 될 가능성도 높다.

또한 추후편성으로 시즌이 길어지게 되면 포스트시즌 일정에도 차질을 빚게 될 뿐아니라 선수들의 체력부담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 상황에 대한 우려는 KBO리그가 예년보다 두달 가까이 늦은 개막에도 불구하고 144경기 체제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했을 때부터 예고된 것이기도 했다. 이미 현장에서는 평시에도 KBO리그의 상황을 고려할 때 경기수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올해도 144경기를 치르겠다는 것은 무리라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각종 스폰서와 중계권 계약 등 현실적인 수익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KBO는 경기수 축소 대신 강행을 선택했다.

KBO는 그동안 144경기를 정상적으로 소화하는데 문제가 없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KBO는 올시즌에 한정하여 여름 휴식기의 역할을 하던 올스타 브레이크를 폐지했고, 월요일 경기 편성, 더블헤더와 서스펜디드게임 규정까지 도입했다. 도쿄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올림픽으로 인한 휴식기도 자연히 취소됐다.

하지만 상황은 KBO가 예상한 것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장마가 한달 넘게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은 KBO로서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장마가 아니더라도 애초부터 무리했던 일정을 밀어붙인 것은 KBO였고, 그렇다면 다양한 상황에 대한 변수를 고려했어야 한다. 여기에는 당연히 우천순연 같은 상황도 포함된다. 이대로라면 약속된 일정안에 144경기를 정상적으로 소화하는 것은 무리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궁여지책으로 혹서기(7~8월) 더블헤더 추진같은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KBO은 선수들의 체력 유지를 위해 7∼8월 혹서기에는 더블헤더를 치르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장마가 끝난 뒤에는 폭염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혹서기에 더블헤더를 시행하면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커지고 경기의 질도 나빠질 수 있다. 올시즌 우천 순연 경기가 가장 많은 롯데 허문회 감독은 혹서기 더블헤더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경기일정이 추가로 순연될 경우,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된 팀들의 정규시즌 잔여 경기는 포스트시즌 이후로 미루거나, 혹은 기후영향에서 자유로운 고척돔에서 중립 경기를 치르는 것 등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구단간 형평성이나 경기장 대관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걸려 있어서 가능성은 낮다.

안타까운 점은 KBO가 선수보호나 경기력 유지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라는 데 있다.  기형적이고 무리한 일정 소화가 불러올 부작용은, 올시즌만이 아니라 내년이나 내후년까지도 국내 프로야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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