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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서초·동작 청년들과 함께 알고 싶은 가게를 소개해드립니다. 관·서·동 청년세대 지원센터 '신림동쓰리룸'과 '프로딴짓러' 박초롱 작가가 안내하는 '관서동 사람들'은 당신 주변의 바로 그 사람들이 동네에서 먹고, 살고, 나누고, 웃는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어나더더블유 서점
 어나더더블유 서점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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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어나더더블유'를 운영하는 정용희 대표는 아프리카에서 해외 원조 사업을 하는 회사에 오래 다녔다. 아프리카에서 영어와 르완다어를 쓰며 생활하던 그가 이제는 서울의 중심인 사당동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한다.

아프리카라고 하면 드넓은 초원과 야생 동물이 생각나는 '자유'가 있는 반면, 어나더더블유가 있는 사당동은 주민들과 부대끼는 '생활'이 있는 공간이다. 그는 어쩌다 아프리카 대신 사당동의 우묵배미 같은 삶을 선택했는지, 어나더더블유는 어떤 서점인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나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주는 서점
     
- 어나더더블유는 어떤 곳인가요?
"이곳은 독립서점이자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드는 공간입니다. 2019년 11월 오픈했어요. 독립출판물을 파는 곳이기도 하지만 글쓰기 모임을 통해 자신의 책을 만드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 책을 파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기가 참 어려운데, 어떻게 서점을 하실 생각을 하셨나요?
"제가 원래는 아프리카에서 일을 하다가 그 일에 대해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회사를 나와 서점을 차리게 됐어요. 그런 마음을 담아 이곳에서 <겨우 이런 게 행복>, <있잖아>, <그리고 그리다> 등의 책을 다른 분들과 함께 만들었죠."

- 편집자이기도 하신 거네요.
"맞아요. 여기 오신 분들의 글을 모아 책으로 만들어낼 때 제가 편집 작업도 하고 있어요. 서점이자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곳이죠."
 
 어나더더블유
 어나더더블유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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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에서 어떤 일을 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해외원조 업무를 했어요.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생활하며 일했죠. 어느 순간 일에 싫증을 느꼈던 것 같아요. 원조사업이라는 것의 의미를 곱씹게 됐고, 그걸 다르게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도 하게 되고요. 뭔가 무료로 주는 것보다 직접적으로 돈을 벌게 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사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지금은 이곳에 있지만, 제가 하는 일의 마지막 단계는 그곳의 사람들이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꿈입니다. 물론 그분들께 인세를 팍팍 줄 수 있도록 성장해서요."

- 아프리카에서 사당동으로 생활 환경이 바뀌셨다니,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들립니다. 사당동으로 오신 이유가 있나요? 이곳은 어떤 동네인가요?
"사실 사당동을 선택한 데는 큰 이유가 없습니다(웃음). 단독 공간을 얻으려고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빈 자리를 발견해서 들어왔어요. 입지나 교통이 만족스러운 곳이었죠. 사당동은 서울의 중심이지만 의외로 시골스러운 면이 있어요. 어르신들도 많고 토박이도 많다 보니 사람들이 서로 일에 관심도 많죠. 제가 처음 이곳을 오픈하려고 준비할 때부터 오며 가며 뭐 하는 곳이냐고 묻는 분들이 많았을 정도니까요." 

- 동네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겠어요.
"아직은 그렇지 않지만 그렇게 되기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대형서점·온라인서점에는 없지만 동네서점에는 있는 것
 
 어나더더블유 내부
 어나더더블유 내부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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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더블유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정용희 대표도 이곳을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곳'으로 정체화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그가 서점을 베이스캠프 삼아 만든 책은 총 7권. 앞으로 나올 책도 4권이 더 있다. 대형서점에서는 살 수 없는 소중한 책들이 이곳에서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 어떤 이야기들이 모이는지 궁금했다.

- 글쓰기 모임을 하고 계시는데요. 주로 어떤 소재나 주제를 가지고 오시나요?
"책으로 쓰게 되는 이야기는 감추고 싶거나 상처가 됐던 것들이 많습니다. 쓰고 나면 힐링이 되니까요. 가정폭력을 주제로 엄마와 두 아들이 한 권의 책을 함께 쓰는 사례도 있었어요. 어머니가 이혼을 하시고 심리상담을 배우셨는데, 상처받은 두 아들 상담을 해주면서 관계를 보강하고 계시더라고요.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글을 쓰면서 감추어 두었던 이야기를 몇 번이고 곱씹고 또 때로는 한 발 떨어져 객관화된 시선으로 자신을 살피면서 관계뿐 아니라 자신의 마음도 치유되는 것 같아요."
     
- 기억에 남는 글이 있었나요?
"엄마와의 관계를 쓰셨던 분이 기억에 남아요. 엄마와의 관계를 쓰면서 그 책을 엄마에게 보여 주고 싶어 했거든요. 이 책을 쓰면서 엄마와 관계가 나아지고 엄마와 처음으로 여행을 가기 위해 티켓을 끊었다고 말해주신 분이 있었어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이 변해가는 걸 느낀다고요. 그럴 때면 내가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구나 싶죠. 

음악을 해오시던 분이 음악을 포기하는 과정을 글로 쓰신 적도 있어요. 음악을 포기하고 나서는 책이며 악보, 악기, 음반까지 모든 걸 치우고 음악이랑 계속 거리를 두고 계셨대요. 그런데 글을 쓰고 나서 음악을 취미로 다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심하게 싸운 누군가를 화해시킨 기분이라 너무 좋았어요."
     
클릭 몇 번이면 집 앞으로 책이 배송되는 시대지만 아직도 동네 서점을 찾는 사람과 동네에서 책방을 여는 사장들은 꾸준히 있다. 이들은 왜 편한 방법을 내버려 두고 어렵게 서점에 발걸음을 하는지 궁금했다.

- 인터넷에서 주문하면 하루 만에 책이 오는데 동네 서점에 오시는 이유는 뭘까요? 사장님께서 버티는 노하우도 궁금해요.
"동네 서점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니까요. 대형서점 가서 거기 있는 분들과 이야기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어떤 책 읽으면 좋을까요? 그런 질문도 동네 서점이니 던질 수 있는 거고요. 그래서 서점은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살아남아야 할 것 같아요. 저는 그 방법으로 책 쓰기 모임을 진행하는 거죠. 지역 내에서 같이 소통하고 커갈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어나더더블유는 동네 서점이기도 했지만 사당동의 지역 커뮤니티이자 심리 치유의 공간이기도 한 것 같았다. 이야기를 치유의 도구 삼아 서로의 상처를 꺼내 보이고 보듬어줄 수 있는 '셸터'(쉼터-편집자 말)다. 그가 아프리카에서 하던 일과, 사당동의 서점에서 하던 일은 그런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둘 다 어려운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주는 일, 손을 내밀어주는 행동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공유하고 싶어요"
 
 어나더더블유
 어나더더블유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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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는데요.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어요. 그 범위엔 아프리카 대륙의 사람들도 포함입니다. 그곳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모아서 세상과 공유하고 싶어요. 

아프리카 사람들은 늘 굶주리고, 아픈 것처럼 나오지만 그곳도 기쁨이 있고, 행복이 있는 곳이거든요. 물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경제적으로 잘 사는 사람도 정말 많고요. 내전을 겪으며 옆 집사람이 한순간에 적이 됐던 이야기는 우리 윗세대와 교감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교과서가 따로 없어서 일반 대학교재를 가지고 공부하지만, 정전에 견디고 말라리아와 싸우며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학생들에게도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사람들이 서점 밖에서 망설이다 되돌아 간다며 아쉬워하곤 했다. 남자 혼자 앉아 있어서 부담스러운 모양이라며 웃었다. 서점에 들어온다고 해서 꼭 책을 사야 하는 건 아니라고, 주인과 대화를 나눠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서점 이름인 '어나더더블유'에서 W가 뜻하는 게 World라면 참 찰떡같이 들어 맞는 이름이다 싶었다. 이곳은 세상의 부산스러움에도 잠시 벗어나 책과 당신만이 고요하게 있을 수 있는 세계니까.

* 어나더더블유
주소 : 서울 동작구 사당로30길 42
전화번호 : 010-9932-9054
운영시간 : 화~목 11:30~19:00 / 월 14:30~19:00 / 금 11:30~17:00 / 주말 휴무
SNS : https://www.instagram.com/another_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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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서울시와 관악구의 청년정책을 수행하는 중간지원조직입니다 :-) 현재 시설(관악구 신림동 241-22, 302)은 휴관 중이며 대부분의 지원업무는 온라인으로 진행 중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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