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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 정의당이 국회의원 10명을 모아서 차별금지법안(장혜영 의원 대표발의)을 발의하였고, 다음 날 국가인권위원회가 평등법(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시안을 제시하며 평등법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은 이름은 다르지만 유사한 구조와 내용을 가지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17대·18대·19대 국회에서 입법이 시도됐지만,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된 바 있다.

21대에 다시 발의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활동하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몽' 활동가(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를 만나보았다.
   
차별금지법 제정 위해 민주당 나서야
 
 [사진1]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몽’ 활동가(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사진1]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몽’ 활동가(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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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어떤 활동을 진행·계획하고 있나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제정을 유예해왔다.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어렵다. 국회의원 180석을 얻은 민주당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책임이 크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국회 내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장혜영 의원이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한 이후 각계각층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가 쏟아졌고,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이러한 성명서들을 묶어서 80페이지 넘는 책자로 만들었다. 책자를 원내 정당들과 차별금지법 발의 의원을 제외한 290명 의원에게 배포하면서 각 정당에는 차별금지법 제정 계획을, 국회의원에게는 차별금지법 발의 동참 의사를 질의한 상태다. 그리고 각 지역에 있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단위들은 더불어민주당 지역 당사 앞에서 릴레이 기자회견·면담 요청 등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차별 구제나 예방이나 평등을 증진하는 데 있어서 국가 정책을 어떻게 세울까 하는 큰 사안이다. 전국적으로 차별금지법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8월 중순부터 '평등버스'를 운영하여 각 지역을 순회하면서 각 지역의 평등 이슈들을 연결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전국각지의 목소리를 모아내는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번번이 폐기됐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싼 여러 국면이 있었다. 2007년에 참여정부가 17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당시 보수개신교 세력의 반발로 7가지 차별금지 사유(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범죄 및 보호처분 전력, 병력, 언어, 성적 지향, 출신국가, 학력)가 법안에서 삭제됐다. 정부가 어떤 사회적 소수자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갖지 못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사회에 던진 것이다.

이후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세력의 기세가 더 세졌다. 17대 국회를 지나고 18대 국회에서도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됐지만 폐기됐다. 2013년에 3개의 차별금지법안(각각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 민주통합당 김한길·최원식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됐다가, 보수개신교 세력 등의 반발로 김한길, 최원식 의원이 법안을 철회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이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은 매우 컸다. 보수개신교 세력은 '누군가를 차별해도 된다. 이 사람들은 우리와 동등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집단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계속 먹힌다는 걸 일종의 승리 경험으로 기억하게 됐다.

정부와 국회의 굴복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중단시킨 것을 넘어서, 이후 정부의 인권 정책과 지방정부의 인권 조례에서도 후퇴를 가져왔다.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2017년 대선에선 차별금지법 제정이 공약에서 사라졌다. 국제인권조약의 국내 이행을 위하여 정부가 수립하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tional Action Plan, NAP)이 있는데, 2007년 1차 수립 후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지나오면서 사실상 무력화되기도 했다.

그런데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초안을 발표하면서 사회적 약자의 범주에서 성소수자를 삭제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 작성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초안은 적어도 성소수자를 명기는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인권정책이 박근혜 정부보다도 후퇴한 것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함께 하는 전국의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각자 지역에서 인권조례를 제정하는 활동들을 해왔는데, 학생인권조례·민주시민교육조례·성평등조례·노동인권교육조례·문화다양성조례 등 인권 관련 조례들의 제정이 무산되거나, 중요한 조항들이 빠진 채 제정되거나, 심지어 조례가 개악되는 상황이 계속 발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이 사회 전반의 인권수준과 정부의 인권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아직 제대로 평가해본 적이 없다."
  
차별 조장하고 선동하는 광고 행위를 규제하다
  
 [사진2] 2018년 10월 20일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평등행진
 [사진2] 2018년 10월 20일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평등행진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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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 금지하고자 하는 차별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차별금지법의 세 가지 핵심적인 역할이 있다. 첫 번째는 차별에 대한 포괄적 정의와 판단기준을 마련한다는 점이다.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판단하는 근거를 법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 번째는 차별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예방책과 구제책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차별금지법에는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차별을 예방하고, 피해가 발생할 경우 효과적으로 구제하는 조항이 들어있다. 세 번째는 평등한 문화를 확산할 책임이 중앙·지방정부에 있다는 걸 명시함으로써 정부 정책방향의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차별금지법은 누구든지 성별·장애·인종·나이·출신 지역 등을 이유로 '고용·교육·재화와 용역·행정 서비스' 4가지 공적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규정하는 법이다. 어떠한 이유로 차별하면 안 된다는 개념을 담은 '차별금지사유'는 국가인권위법에는 19가지가 예시조항으로 명시되어 있다. 국가인권위가 이번에 제시한 평등법 시안에는 2가지 사유가 추가되어 21개, 장혜영 의원 안에는 23가지의 차별금지 사유가 포함되어 있다.

보통 직접차별, 간접차별, 괴롭힘, 성희롱 등을 주요한 차별행위로 본다. 직접차별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말하고, 간접차별은 어떤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하였으나 불합리하게 작용해서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된 경우를 말한다. 근로기준법 개정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항이 포함됐는데, 괴롭힘도 주요한 차별 유형이다. 어떤 사람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적대적이고 모욕적인 환경에 놓이게 하는 행위를 괴롭힘으로 명시하고, 그런 괴롭힘도 차별에 해당한다.

성희롱의 경우 남녀고용평등법에 이미 명시되어 있다. '희롱'이라는 용어가 차별행위의 심각성을 희석하는 부분이 있어서 성적 괴롭힘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여성계가 오랫동안 얘기해왔다. 차별금지법안과 평등법 시안에서도 성희롱 용어가 그대로 들어가긴 했지만, 성희롱이 괴롭힘에 해당하며 중요한 차별행위로 규율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번에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과 인권위의 평등법에서 우리가 유의 깊게 봐야 하는 것은, 차별을 조장하고 선동하는 광고 행위를 규제한다는 점이다. 지난 2010년대부터 한국사회에서 '혐오'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왔다. 직접차별로 규율되는 차별행위뿐만 아니라, 공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광고와 같은 매체에서 차별을 선동하고 조정하는 내용이 담긴다면 그것 또한 일종의 혐오 표현, 즉 차별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공공영역에서 다른 집단에 차별을 선동하는 행위를 규율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개별적 차별금지법인 남녀고용평등법이나 연령차별금지법은 고용상에서의 차별만 다룬다. 하지만 우리가 차별받는 영역은 고용에만 한정되지 않기 때문에 차별을 규율하는 영역으로 고용, 교육, 재화용역, 행정서비스 등의 영역에서의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해야 실효성이 있다."
  
- 공감한다. 예컨대 서울역 인근 음식점에서는 행색이 안 좋다는 이유로 쫓겨나는 차별 사례가 많다고 들었다
"이런 사례는 이전에도 국가인권위 법을 통해서 규율이 되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노키즈존'도 국가인권위가 차별이라며 시정 권고한 사례가 있다. 노키즈존 사례 이전에는 한 나이지리아인이 이태원 음식점에 방문했는데, 해당 음식점에서 '이전에 나이지리아인과 불미스러운 분쟁이 있어서 우리는 나이지리아인을 안 받는다'며 내쫓은 사례가 있었다. 이 사건은 인종차별로 국가인권위에 진정되었고, '인종과 피부색을 이유로 한 재화용역에서의 불합리한 거부이기 때문에 차별'이라고 시정 조치를 받았다.

이런 사례를 들으면 '그러면 국가인권위법으로 차별금지를 하면 되는 거 아냐? 왜 차별금지법이 별도로 필요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국가인권위법은 조직을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대한 조직법이지 실체법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인권위가 권고해도 구속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차별을 효과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조항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차별이 구제되거나 예방되기 어려운 조건이긴 했다. 이 조건에는 특정 소수자만 놓이는 게 아니다. 노키즈존도 마찬가지고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었을 때, 어느 식당에 대구·경북 출신의 출입을 자제시키는 안내가 붙었던 적이 있다.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내용이지 않은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이런 부분에 있어 보다 실질적인 구제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통 재화용역서비스 제공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차별적인 행위를 '사업장 운영자의 경영권, 자기 재산권에 대한 정당한 행사'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람의 사유재산이라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차별은 합당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사진3] 2019 평등행진_Equality March 모습
 [사진3] 2019 평등행진_Equality March 모습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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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곤에 대한 혐오와 차별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복잡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이 어떤 경로를 통해 빈곤이라는 조건에 놓이게 되는가를 떠올려본다. 장애인이 왜 빈곤 상태에 놓이는지를 들여다보면, 장애인에게 노동권을 제공하지 않는 데서 비롯되는 문제이다. 장애인이 노동하기 위해서는 채용 상의 차별이 없어야 한다.

한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 청각장애인 2급인 분이 채용에 응시하려고 보니 모집공고에 토익점수 600점이 기준이 제시되어 있었고, 이 조건을 차별이라고 국가인권위에 진정했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서 토익 '읽기 영역'에서 만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듣기영역'의 시험을 볼 수 없어, 회사가 제시한 채용기준으로는 응시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며, 이러한 채용조건 자체가 청각장애인들을 배제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이건 청각장애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점수이며,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그 조건만 넘으면 누구나 우리 회사에 들어올 수 있다'라고 하며 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사례를 간접차별로 판단했다.

장애인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도달 불가능한 기준으로, 장애인 특성을 고려한 별도의 기준을 만들어서 채용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노동권을 가지지 못한다는 건 장애인이 한국사회에서 경제적인 주체로 자립할 수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 변하지 않으면 장애인이 노동권을 가지기 어렵다. 국가인권위법에서 더 나아가 차별금지법이 생기면 더 효과적으로 구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한 가지 국가인권위가 내린 중요한 권고 중 하나가 있다. 반도체 제조업체인 KEC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진정을 했다. 여성은 동일한 사원 직급으로 오랜 기간 일했는데,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생산직 남자들은 대부분 관리직으로 승진한 것이었다. 이렇게 여성들을 다른 직군으로 채용해서 배치하고, 승진과 임금에서 차별을 가져오는 것 자체에 대해 진정했는데, 국가인권위가 구조적인 차별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이를 시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20년 동안 똑같은 임금을 받으면서 일한다는 건, 이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떤 수준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 하게 하는 조건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성별을 고용 형태에 엮어 차별하는 복합적인 구조의 문제를 차별로 얘기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시작이 차별금지법이라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빈곤에 놓이는지, 빈곤한 상태로 만들어가는 문제를 차별로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주요 세력인 '보수개신교'가 사회적으로 위세를 떨쳐서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지만, 만약 차별금지법이 민주당에서도 발의되고 본격적으로 국회에서 논의되는 순간에 재계의 반대가 가시화될 것이라 본다. 차별금지법 반대세력의 핵심은 오히려 재계의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이미 2007년부터 재계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며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정당한 재산권의 행사와 자율적인 경영을 침해한다', '한국의 기존 노동 체계와 맞지 않다'라는 변명을 해왔다.

차별금지법안과 평등법 시안 모두 차별의 구제에서 '정보공개 의무' 조항을 규정하고 있다. 고용 관련한 차별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는 사용자 또는 임용권자에게 차별의 기준 등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가 가능하고, 사용자는 30일 이내에 해당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특히 이런 부분들에 대한 강한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나의 평등법이 필요하다
 

- 해외에서 많은 시민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주민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정책에 대해 시민사회단체가 인종차별이라며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런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한국에서는 보통 여성 관련 차별 법제들이 생기고, 장애 관련 차별 법제들이 생기는 순서로 가고 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서구를 중심으로 성차별금지법이나 인종차별금지법이 먼저 만들어진다. 인종이 굉장히 핵심 이슈인데, 한국은 인종 문제가 노동시장 전략과 맞닿아 있다. 한국은 국제이주노동이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그에 비해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많이 얘기해 본 사회적 경험이 없는 사회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이미 인종차별이 만연했지만 많은 사람이 잘 알지 못했고, 일정 부분 가담하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대표적 사례가 <청년경찰>이라는 영화이다. 개봉 당시 관객 수가 5백만 명을 넘길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영화의 배경인 대림동을 사람이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르는 '우범지역'으로 설명하고, 이 지역에 사는 재중동포 및 외국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묘사하는 장면들이 있었다. 이 영화가 흥행하면서 대림동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이 영화가 자신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청년경찰>의 상영 중지를 제작사에 요구하고, 국가인권위에 진정도 했었다. 국가인권위는 진정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직접적인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고, 영화의 묘사만으로 대림동에 실제로 살고 있는 누군가가 피해를 받았다고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였다.

이후 중국 동포 60명 정도가 제작사를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손해배상금액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표현이 정당하지 않다는 데 대해 법제도적인 인정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한국에는 혐오표현이나 혐오를 규율할 수 있는 법이 없어, 1심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졌고, 2심에서는 판사가 법원이 할 수 있는 재량을 발휘하여 '화해조정'을 내렸다. 제작사에서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화해조정한 것이다.

사실 법원이 화해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법원이 화해조정을 통해서 이런 차별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행위 자체가 차별을 받은 당사자에게는 큰 의미이다. 그래서 그걸 받아들였다."

- 사람들이 이런 것이 큰 범주에서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청년경찰> 상영 당시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 있었지만, 영화는 흥행했다. 우리가 다른 국적, 피부색, 언어, 출신 민족의 사람들을 어떤 방식으로 경계 짓고 구분 짓는 지를 드러낸 중요한 사례이다. 코로나로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마치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개별적으로 그런 사건과 문제제기가 꾸준히 있었다. 그걸 집단으로 사회화하고 각성시킨 계기가 코로나였던 것뿐이다. 그런 구조를 앞으로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가 중요하다.

이미 한국에서도 인종차별 관련 운동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인종차별금지법을 만들려는 시도가 국회 내에 있었고 인종차별금지법 공청회를 했다가 난장판이 된 적도 있었다. 외국인이 들어오면 성폭력이 증가하고 범죄가 증가하고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식인데, 이러한 인식들이 이어져서 2018년도에 제주 난민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이 피부색, 출신국가 등을 이유로 직접적으로 가시화되는 차별행위를 하진 않는다. 사회적 위신이 있으니 대놓고 차별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제주 난민 사태만 보더라도 인종주의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를 알 수 있다. '신인종주의'라고 부르는 양상인데, '난민에 반대하거나 인종을 차별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람들의 문화가 한국사회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난민을 반대했던 주장 중 하나는 '무슬림이 조혼 풍습, 여성성기 절제, 성폭력 관련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예멘 난민을 반대하는 거지 우린 인종차별하려는 게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인종차별이지만 아닌 것처럼 합리화하는 방식이 등장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차별이나 혐오의 전선에서 가장 앞에 서 있는 게 성소수자, 이주 진영인 것이다."
  
- 해외의 차별금지법 입법사례와 배경,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듣고 싶다
"해외에서 차별금지법 법제가 발전한 경향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 차별금지법이 왜 필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이 사실상 유사한 내용이라고 이야기했는데, 해외에서도 이름이 각각 다 다르다. 캐나다 인권법, 뉴질랜드 인권법, 영국 평등법, 독일 일반평등대우법, 스웨덴 차별방지법 등 조금씩 이름이 다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다 비슷하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불합리한 이유로 차별받아선 안 되며, 이를 예방하고 구제할 책임은 국가에 있다'라는 것을 명시한다.

대표적으로 영국 사례를 보면, 평등법이 2010년에 만들어졌다, 물론 개별법은 그 전부터 있었다. 1960년대부터 인종 관계법이 생기고 여성차별법 등 개별적으로 성, 인종, 장애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들이 생겨났다. 그런데 개별법을 만들고 보니 이를테면 차별의 유형이나 형태, 이것이 미치는 영향력이나 그것에 대한 국가의 책임 등 어느 정도 비슷한 틀을 가지고 있지만, 개별법은 규율하는 정도가 제각각인 것이다.

영국의 경우에는 개별법을 싹 통합해서 하나의 평등법으로 만들었다. 독일도 장애, 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개별법이 있었는데 포괄적인 평등대우법을 만들었다. 평등대우법이 제정되었지만, 여전히 개별법도 남아 있다. 우리도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개별법만으로 대응하거나 해결하기 어려운 차별을 통합적으로 대응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제를 만드는 것이 현재 세계적인 흐름이다.
  
 <표1>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 규율되는 영역과 국가인권위원회법의 규율만 있는 영역들
 <표1>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 규율되는 영역과 국가인권위원회법의 규율만 있는 영역들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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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식으로 해외의 법제가 변화해 가는 데에는 중요한 배경이 있다. 예를 들면 장혜영 의원 안에는 있지만, 인권위 안에는 없는 '복합차별'이라는 개념이 있다. 우리가 차별의 복합성, 교차성 얘기를 많이 하지 않나. 차별은 어떤 한 가지 사유로만 발생하는 게 아니라 여러 복합적인 사건과 조건에서 발생하는 게 현실이다. 이걸 하나로만 규율하고 구제받을 수 있게 하는 건 차별을 통합적으로 보기 어렵게 한다. 이런 점에서 통합적인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노인여성, 청소년여성, 빈곤여성, 한부모가족 여성, 성소수자여성 등 여성의 정체성이 굉장히 복잡하고 단일한 집단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2018년도에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교차적이고 복합적인 차별을 규율할 수 있는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만들라고 한국사회에 권고를 했다. 국제사회, 운동단위들 모두가 이런 복합적 현실을 고려한 통합적인 법제를 요구하는 것이다.

지금 개별적인 차별금지법을 보면 남녀고용차별평등법, 연령차별금지법도 고용 영역에 한정해서 특정한 영역만 다루고 있다. 교육이나 재화용역, 행정서비스 이런 부분들은 다 빠져 있는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유일하게 여러 차별 유형과 차별 영역을 모두 규율하는 유일한 개별법이기는 하다.

차별금지사유가 스무 가지 정도 되는데, 그걸 다 개별법으로 만들 게 아니라면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 그리고 차별은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계속해서 발견하게 되는 개념이다. 예전엔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느 시점을 계기로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1960년대 만들어진 유엔 자유권, 자회권 규약을 보면 차별금지사유가 포함된 조항에 '장애'가 포함되어 있지 않있지만, 장애인 당사자들이 조직되고 장애인권운동이 폭발적으로 가시화되면서 지금은 차별금지사유에 장애를 빼놓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지 않은가.

사회의 변화에 따라 계속 발견되고 부상하는 차별이 있기 때문에, 차별금지법과 평등법 모두 차별금지사유를 예시 조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새롭게 인식할 차별들을 규율하려면 더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이 필요할 것이다."

차별의 정의를 고민하는 세상을 꿈꾸다
  
-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이후의 세상은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
"차별금지법은 씨앗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 역사를 통해 한국 사회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 예상해 볼 수도 있겠다. 장애인금지차별법이 2007년에 제정되고 2008년도에 시행된 이래 10년이 넘었다. 2018년 기준, 국가인권위원회에 들어오는 차별 진정 건수가 한 해에 2천 건이 넘는데, 그중 50% 이상이 장애 관련 차별 진정 건이다. 그런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기 전인 2006년도 당시만 하더라도 장애 관련 진정 건수가 15%에 불과했다. 2007년도에 제정될 때는 20% 중반대였는데, 실제로 시행됐을 때인 2008년도에는 한 45~46%까지 올라가게 된다. 두 배 이상 뛴 것이다.

차별에 대한 포괄적인 정의, 차별을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이 명시되고, 구제받을 수 있는 직접적인 통로가 생겼기 때문이다. 부당하게 겪은 경험들에 대해 차별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게 되면서 진정사건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라 보인다. 법 제정 이후 국가인권위 안에 구제 절차가 생기고, 장애차별시정소위원회가 생기는 등 물적 토대가 생겨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차별 경험이 자신의 정체성 때문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의 구조 때문이고, 이를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규율하는 차별행위 중에 '정당한 편의 제공의 거부'라는 항목을 중요하게 볼 필요가 있다.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할 경우 국가인권위가 차별로 보고 시정 권고를 내릴 수 있다. '정당한 편의'는 Reasonable Accommodation에 대한 번역인데, 이를 '합리적인 배려'라고 해석할지 '정당한 편의 제공'이라고 해석할지를 두고 장애인·인권 운동 단체에서 강하게 투쟁했다. '합리적 배려'라고 했을 때, 합리적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가 차별받는 당사자가 아닐뿐더러 '배려'는 시혜적 관점이 있어,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누려야 할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해당 부분이 '정당한 편의 제공'이라는 이름으로 명시되었다. 누구도 권리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이런 언어투쟁에서도 중요하게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차별금지법도 차별을 금지하고 규제하는 것을 넘어, 차별의 정의를 고민하고 이후 다른 차별 관련 법제를 개정해 나갈 수 있게 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역할과 책무는 국회에 있고 국회의원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법 제정의 순간을 만드는 것은 차별금지법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운동은 그 사람들의 힘을 조직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러이러한 평등한 사회를 바란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차별금지법 제정에 더 많이 힘이 실릴 것이다.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면, 차별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정말 많은 사회적 차별이 가시화되는 상황이 펼쳐지리라 생각한다.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도구, 언어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운동도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 인터뷰를 마치며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시민행동을 소개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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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간 : 2020년 8월 17일(월) ~ 8월 29일(토)
- 참여하기 : https://www.socialfunch.org/equalityb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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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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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 인터뷰는 월간 <복지동향> 2020년 8월호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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