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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가 여름 방학 때 시골 할아버지 댁을 방문했는데, 놀이에 빠져 어딘가에 벗어둔 샌들을 끝내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할아버지는 두어 달 뒤 밭을 갈다가, 무엇인가가 갉아먹은 듯 형체가 심하게 손상된, 손자의 샌들로 짐작되는 플라스틱성 물체를 발견했다.

위와 같은 얘기는 지금까지는 대체로 상상의 영역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시골의 짐승들이 플라스틱을 갉아 먹을 리도 없고, 또 자연분해가 된다 하더라도 두어 달이라는 짧은 시일 내에 형체에 심한 손상을 가져올 정도로 플라스틱이 변형될 확률은 거의 없는 탓이다.
 
 UC샌디에이고 연구팀이 제작한 플립-플랍형 샌들. 끈에 UC San Diego라는 글자가 보인다.
 UC샌디에이고 연구팀이 제작한 플립-플랍형 샌들. 끈에 UC San Diego라는 글자가 보인다.
ⓒ 스티븐 메이필드(UC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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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 샌디에이고 연구팀은 상상을 현실로 바꿔놓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대학의 재료과학, 생물과학자 등은 해조류의 오일로 폴리우레탄 발포 물질을 만들고, 나아가 이 폴리우레탄을 원료로 샌들(플립-플랍)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의 일원인 스티븐 메이필드 생물공학부 박사는 "상용화까지 이르지 못했으나 유사한 연구와 시도는 이제까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만든 샌들 제품은 당장 시판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실제로 스타트업을 설립해 샌들 시제품을 제작했으며, 이 샌들을 퇴비와 일반 토양에 방치해 놓고, 어느 정도의 속도로 '썩는지', 즉 자연 분해되는지 등을 관찰했다.
 
 연구자가 신발 본에서 샌들의 발바닥 부분을 떼어내고 있다. 해조류 오일을 원료로 만든 폴리우레탄 소재 신발은 당장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이다.
 연구자가 신발 본에서 샌들의 발바닥 부분을 떼어내고 있다. 해조류 오일을 원료로 만든 폴리우레탄 소재 신발은 당장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이다.
ⓒ 스티븐 메이필드(UC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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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결과 해조류에서 유래한 폴리우레탄의 경우 질량 기준으로 12주 만에 퇴비에서는 30%가, 토양에서는 71%가 분해됐다. 분해의 주역은 '슈도모나스'라는 비교적 흔한 박테리아로 확인됐다. 

이 박테리아는 해조류 오일로 만든 폴리우레탄을 유일한 탄소 영양원으로 삼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폴리우레탄은 단위체 여럿이 합쳐진 것인데, 이 박테리아에서 나오는 가수분해 효소가 폴리우레탄을 다시 단위체로 되돌려놓는 것으로 드러났다.

메이필드 박사는 "이번에 만든 폴리우레탄 가운데 해조류 오일 등 순수 자연 성분은 52% 정도"라며 "폴리우레탄 100%를 완전히 분해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이번에 개발된 기술만으로도 폴리우레탄 쓰레기의 양을 절반가량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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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이 코앞. 그러나 정신 연령은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승차 유랑인으로서 시한부 일상 탈출.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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