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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고등학교는 광주 광산구에 있는 사립학교로 학교법인 도연학원에 의해 운영된다. 학교법인 도연학원은 견제 받지 않는 사학운영으로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해왔다.  총3회에 걸쳐 명진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스쿨미투와 교사해임 사태를 소개한다.[기자말]
 광주 명진고등학교 앞
 광주 명진고등학교 앞
ⓒ 인스타그램 mj_high_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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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광산구 수완동 소재 명진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도연학원 측 고소장을 받아든 건 지난 6월 25일의 일이었다. 고소장에는 내가 지난 5월 14일 명진고등학교 정문 앞에 게시한 현수막이 법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고소장에 언급된 5월 14일, "학교 소속 교사 A에 대한 부당한 해임 처분을 철회하라"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학교 정문에 게시했다.

그런데 법인 측 고소장을 받아들고 보니, 본인 외에도 학교 측에 의해 고소당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낯익은 사람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내게 현수막 게첨을 요청했던, 명진고 재학생이었다. 나는 사립고가 학교 소속 재학생을 고소한 이 사례가 대한민국 사학의 역사에 길이 남을 일임을 직감했고, 그날부터 명진고 측에 적극적으로 맞서기 시작했다. 

트위터에 등장한 '광주 명진고등학교 미투' 계정
 
트위터 계정 '광주 명진고등학교 미투' 트위터 계정 '광주 명진고등학교 미투'
▲ 트위터 계정 "광주 명진고등학교 미투" 트위터 계정 "광주 명진고등학교 미투"
ⓒ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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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학원 문제가 처음으로 공적 영역에서 다루어진 건 지난 2016년 6월의 일이다. 광주시교육청이 도연학원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하여 최신옥 도연학원 전 이사장의 두 딸이 명진고 교사로 채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2016년 7월 12일 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도연학원 측은 교사 채용 과정에서 면접 점수를 높게 주는 방식으로 두 사람을 채용했다. 평가위원으로 채용 절차에 참여한 법인 측 모 이사가 50점 만점인 면접전형에서 최 전 이사장의 장녀에게 50점 만점을, 차녀에게는 48점을 주었다고 한다. 그는 면접에 응한 다른 경쟁자들에게 28~36점을 주는 방식으로 당락을 결정지었다고 한다. 도연학원 측은 해당 채용이 논란이 되자 "이사장의 차녀가 서울의 유명대학을 졸업했다"라고 반론했다. 이후 광주시교육청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최 전 이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2017년 11월 8일 광주지방법원이 업무상횡령죄 등으로 기소된 최 전 이사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해당 판결은 2018년 7월 6일 자로 확정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실형을 피한 전직 사학재단 이사장의 권력은 확고부동했다.

2018년 당시 도연학원 이사장은 최씨의 남편이었고, 최씨 부부의 두 딸을 비롯한 여러 일가친척들이 학교에서 근무했다. 학교 교사들 역시 이사회 측 인사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맺고 확고한 학내 지위를 보장받았다. 일부 교사들은 흔들리지 않는 권력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폭력적인 행동들을 하기도 했다. 이것을 증명하듯, 2018년을 뒤흔든 스쿨미투 운동의 거센 파고는 명진고등학교를 피해가지 않았다.

2018년 3월 서울 용화여고에서 스쿨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되는 고발이 있었다. 이 운동은 이내 수많은 청소년의 공감과 지지를 등에 업고 전국으로 확산됐다. 그리고 2018년 9월 16일 트위터에 '광주 명진고등학교 미투' 계정이 등장했다

학생들은 몇몇 교사들이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진을 보여주며) 너네도 이때 태어났으면 위안부였어. 성노예!", "사업을 할 때는 여자를 조사해라. 여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돈이다"라는 등의 발화를 수업 시간에 사용했으며, 청소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 머리채를 잡고 벽에 짓이기는 폭력까지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폭로는 삽시간에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여러 스쿨미투 사건으로 교육 당국이 긴장에 휩싸여있던 시기였다.

불과 다음날인 9월 17일 강당에 모인 가해 지목 교사들이 학생들 앞에서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명진고 교장이 마이크를 잡고 "교사들의 잘못된 언행을 사죄드린다"며 사과문을 낭독했고, 일렬로 선 교사들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대놓고 불쾌감을 표출하는 교사가 있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학생의 증언에 의하면 어떤 교사는 연단에 올라오는 계단 앞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상태로 버텼다고 한다. 그는 다른 교사가 연단 중앙에 위치할 때까지 등을 밀어준 후에야 정위치에 섰다. 이 교사는 끝내 스스로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결국 옆에 있는 교사가 사과가 끝날 때까지 등을 눌러주었다. 한 학생은 "주머니에 양손을 넣은 채 끌려 나오는 선생님의 모습이 웃음이 나올 정도로 황당했다"고 증언한다.

며칠 후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들이 학교에 방문하여 학생 대상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학생들은 총 39명의 교사를 가해자로 지목했다. 교육청은 이 중 행위의 정도가 심각한 교사 20명을 실질적인 스쿨미투 연루자로 판단했다. 교육청은 이 중 16명을 수사기관에 고발조치 했다. 고발된 이들 중 계약직 교사 4명은 즉시 계약 해지됐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수사를 진행한 후 교사 5명을 기소 의견으로 광주지검에 송치했다. 그러나 사건을 인계받은 검찰은 고발된 교사 대부분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결정했다. 오직 그 행위의 정도가 심각했던 1명만이 '벌금형' 형사처벌을 받았다. 현행 법률에는 학생들의 용기를 반영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광주교육청, 해임 7명-정직 4명 등 16명 징계 요구했지만... 

이런 양상은 광주 지역의 또 다른 스쿨미투 진원지 중 한 곳이었던 대광여고 사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광주지방법원은 수박을 먹는 학생에게 "나중에 결혼해도 남편이랑 그렇게 빨리 할 거냐"라고 발언해 재판에 넘겨진 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해당 발언이 불쾌감을 줄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사회·윤리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지는 않다"고 판시했다.

이는 스쿨미투를 통해 밝혀진 교사들의 발언이 문제적이긴 하지만, '형사적 제재'에는 더 높은 비난 가능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해당 발언들이 교사와 학생이라는 특수한 권력관계 하에서 성인 남성인 교사가 청소년인 학생에게 사용한 언행임을 고려할 때, 판례의 견해에는 의문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광주시교육청 측은 명진고 교사들에 대한 법적 절차와 별개로 행정적 제재도 검토했다. 2019년 7월 21일 광주시교육청이 스쿨미투에 연루된 명진고 교사 16명에 대한 행정 징계를 학교법인 도연학원에 요청했다. 여기에 언급되는 16명은 스쿨미투 연루교사 20명 중 기간제 교사 4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으로, 경찰에 고발되지 않은 교사 4명도 포함된 수치다. 당시 교육청이 요구한 징계는 해임(7명), 정직(4명), 감봉 3개월(1명), 견책(1명), 경고(3명)로 상당히 무거운 축에 속했다.

그러나 사립학교법은 관할청이 요구한 징계에 대한 심의·의결권을 학교법인에 부여하고 있다. 이에 도연학원 측은 징계위를 통해 교육청이 요구한 교사 징계 수용 여부를 논의했다. 이들은 교사 7명에 대한 해임 요구를 검토한 후 이 중 1명에 대한 해임 징계만을 수용했다. 해임을 요구받은 다른 교사 6명에 대한 징계는 '견책'으로 3단계 낮춰졌다. 정직을 요구받은 교사 4명 중 2명에 대한 징계는 경고로 역시 3단계 낮아졌다. 심의 결과를 받아든 광주시교육청은 2017년에 개정된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대한 규칙'에 비추어 볼 때 이들에 대한 징계가 너무 가볍다며, 도연학원 측에 다시 한번 징계 요구를 심의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2020년 1월 학교법인 도연학원 측은 해임 1명만으로 '명진고 스쿨미투 교사 징계안'을 그대로 확정 지었다. 이로써 당초 교육청이 요구했던 교사 징계 수위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교사들은 정직 3개월, 견책, 경고 등의 징계를 받아들었고, 대부분이 그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이를 수용했다. 이 경우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다시 같은 사안으로 징계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이 소식은 곧 학생들에게도 전달됐다. 그 사이 3학년이 된 명진고 스쿨미투 사건 당시 1학년 학생들은 학교 측에 "가해자와의 공간 분리, 스쿨미투 고발 학생 졸업 이전 가해 교사 복귀 반대" 등의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관련 교사들을 3학년을 제외한 1·2학년 담임 교사로 복귀시켰다. 명진고 3학년 학생들에 따르면, 현재 해당 교사들이 등굣길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관련 체온 측정을 하는 등 가해자와의 공간 분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그러나 학교법인 도연학원 측은 광주시교육청의 의견을 감안하여 징계결의를 하였고, 복귀한 교사들을 3학년 담임으로 배치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사학감시의 사각지대를 드러낸 2018년 명진고 스쿨미투 사건은 불과 2년 여 만에 사립학교법에 의해 무력화 됐다. 그러나 명진고 학생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이상 학교 측의 비리 행위에 침묵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게 됐고, 이것은 결국 다가올 사건의 계기로 작용하게 된다.


(*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의 일부는 김동규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https://brunch.co.kr/@1980may18#articles)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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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 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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