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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잠시 퇴장하고 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잠시 퇴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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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에서는 최초의 '1990년대생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정의당의 류호정(1992년생), 더불어민주당의 전용기(1991년생), 기본소득당 용혜인(1990년생) 의원 등이 그 주인공이다. '90년생이 온다'라는 베스트셀러 제목처럼, 젊은 의원들이 여의도 문화와 어떤 상호 작용을 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었다.

지난 4일, 류호정 의원은 랩 원피스와 스니커즈 운동화 차림으로 본회의장에 나섰다. 20대 후반 여성들 사이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패션이지만, 지금까지 국회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패션임이 분명했다. 류 의원은 21대 국회 개원 이후 청바지와 반바지 등 편안한 패션을 추구해온 바 있다.

이것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지켜야 할 '격식'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불거졌다. 소위 'T.P.O(시간, 장소, 상황)'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정불변의 드레스 코드를 정한 주체는 누구인가. 무채색 정장이 곧 국회의원의 유니폼이라고 정한 사람은 없다.

농민 출신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생활 한복을 고수했으며, 유시민 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03년 4월 넥타이를 매지 않고 '백바지'를 입은 채 등원해 논란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민에 대한 예의'를 운운하며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당시 개혁당 의원이었던 유시민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국회는 일하는 곳이니까 편안한 옷을 입고 왔다."
"다 똑같은 것보다는 조금 다른 것이 좋지 않느냐는 생각에 입고 나왔다."

 
새내기 의원인 개혁당 유시민 의원이 복장시비로 어제 선서를 하지 못했다. 사진은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본회의 시작전 유 의원을 불러 격려하고 있다. 새내기 의원인 개혁당 유시민 의원이 복장시비로 어제 선서를 하지 못했다. 사진은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본회의 시작전 유 의원을 불러 격려하고 있다.
 2003년 4월 개혁당 유시민 의원이 복장시비로 선서를 하지 못했다. 사진은 당시 이만섭 국회의장이 본회의 시작전 유 의원을 불러 격려하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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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웨이트리스 출신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은 지난해 하원의원 취임식에서 흰 정장을 입고 등장했다. 이는 여성에 대한 연대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국회는 중대한 임무를 가지고 있는 입법 기관이지만, 복장마저 엄숙주의에 젖을 필요는 없다. 민의의 전당이라면 복장 역시 시민들의 다양성만큼이나 다양해질 수 있다. 코르테즈가 보여주었듯이, 훌륭한 표현의 수단이 될 가능성도 있다.

국회다운 옷은 무엇인가  
 
박수 친 민주당, 검은 마스크 쓴 통합당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원연설을 하는 동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박수를 친 반면,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검은 마스크를 쓴 채 그대로 앉아 대비를 이루고 있다.
 7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 장면.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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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국회의원인 류 의원의 입장에선 '청년들의 스타일'로 옷을 입는 것이 자연스럽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이 논란에 대해 "오히려 국회의 과도한 엄숙주의와 권위주의를 깨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늘의 논란은 17년 전 '유시민 백바지' 논란으로부터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오히려 여성혐오적 맥락마저 더해지고 말았다.

안타까운 것은, 이 의상을 대하는 일부 시민들의 자세였다. SNS의 일부 사용자들은 류 의원의 사진을 게시하면서 성희롱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이들 중 절대다수가 중장년층이다.) 

이러한 발언을 하는 사람 중에는 '진보'와 '민주주의'를 자신의 프로필에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들의 언사는 진보와 민주주의라는 말이 무색하게 반동적이며, 혐오적이었다. 류호정 의원을 비판하고 싶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그의 공적 활동과 발화를 가지고 비판하면 될 것이다.

지금 당장 연남동이나 건대입구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으로 가 보자. 류 의원의 복장은 아주 보편적이고 편안한 여름철 패션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민의의 전당에 갔을 때 '천박'해진다면, 그 민의의 전당은 누구를 대변하는 공간이란 말인가?

이 사건이 확실하게 보여주는 사실은, 여전히 한국 사회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문제로 삼는다는 것이다. 남성 정치인의 복장이 성적인 언어로 공격당하는 경우는 없지만, 일상복을 입고 본회의장에 등장한 여성 정치인에게는 이중규범이 적용된다. 

돌을 던지는 이들은, 여성을 성녀와 창녀로 구분 짓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혐오적 발언이 크게 불거진 것은 여당 지지자 그룹이었다. 이러한 문화는 여야와 진영을 가리지 않고 존재한다. 중장년층으로 갈수록 혐오와 차별에 대한 인식 수준은 더욱 희미해질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은 파열음이 재차 빚어질 수 있다.

여러 역경에도 불구하고 시대는 끊임없이 진보를 대면할 것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지 못한 성원들은 이와 같은 촌극을 만들어낸다. 확실한 것은, 이들의 낡은 가치관이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수십 년 후, 역사가 이 해프닝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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