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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최후의 빙하가 녹기 시작하더니, 2030년에는 북극에 얼음이 사라질 거라는 보고를 들었다. 인류의 최후를 상상해보게 된다. 북극곰이 사라지고, 펭귄이 사라지면 결국엔 우리도 사라지겠지.' - 허윤희 개인전 '사라져 가다' 팸플릿 글 중에서
  
사라져 가다 허윤희 개인전 팜플렛
▲ 허윤희 개인전  사라져 가다 허윤희 개인전 팜플렛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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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산이 녹고 있다.' 현재 지구는 백 년 전보다 평균기온이 1도나 더 높아졌다고 한다. 두 달째 계속 비가 내려 싼샤댐 붕괴가 우려된다는 중국, 며칠째 계속되는 집중호우로 물에 젖은 한반도,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각종 이상 기후들... 지금 지구는 몹시 아프다.

화가 허윤희는 이런 지구온난화 현상을 가슴 아파하며 수년째 이를 주제로 개인전을 열고 있다. 화가는 매일매일 나뭇잎을 그리며 그날그날의 일상을 기록한 <나뭇잎 일기>(2018년, 궁리 허윤희 저)의 출간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수년 동안 쌓아온 사유를 들여다보면 지구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허윤희 화가의 드로잉 퍼포먼스
▲ 드로잉 퍼포먼스 허윤희 화가의 드로잉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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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희 화가, 드로잉 퍼포먼스
▲ 드로잉 퍼포먼스 허윤희 화가, 드로잉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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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희 화가는 목탄을 이용한 '드로잉 퍼포먼스'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전시회를 시작한다. 지난 7월 17일 드로잉 퍼포먼스에 초대를 받아 참석했다. 회사에 반차까지 내어 부지런을 떨었지만 퍼포먼스는 이미 두 시간째 진행 중이었다.

빙하는 반쯤 녹고 있었다. 하얀 벽면에는 녹아내린 빙하들이 도시를 덮쳐, 쓰러진 빌딩들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스크와 검은 장갑(원래 흰 목장갑)으로 무장하고 사투 중인 화가의 뒷모습이 장엄해 보였다. 관객들 또한 이 모습을 장엄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혼을 다해 작업하는 그녀는 화가라기보다 마치 지구방위군 전사 같았다.

작업은 한 시간을 진행하고 잠시 쉬었다 다시 진행되었다. 장장 4시간의 작업이 끝나고 한쪽 벽면에 화가 이름이 적혔다. 우레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화가는 마스크를 벗고 막장에서 튀어나온 광부처럼 환하게 웃었다.

지켜본 관객 입장에서는 4시간의 퍼포먼스가 힘들어 보였는데 막상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하나도 안 힘들어요. 이렇게 많이 찾아 주시니 힘이 나네요." 역시 예술가는 관객의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이다.
  
퍼포먼스의 마지막 방점은 벽면에 화가 사인으로
▲ 드로잉 퍼포먼스 퍼포먼스의 마지막 방점은 벽면에 화가 사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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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7일부터 시작된 허윤희 개인전 '사라져 가다'(사라져 가는 무명의 얼굴들: 우리가 몰랐던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식물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2020.7.17~2020. 8.15, 11:00 - 18:00, 수애뇨339, 월요일 휴관)전 종료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드로잉 퍼포먼스로 시작한 전시회는 지우기 퍼포먼스로 종료 준비를 한다. 혹시 드로잉 퍼포먼스를 놓쳐 아쉬웠다면 지우기 퍼포먼스에서 그 아쉬움을 채워 보시라. 지우기 퍼포먼스는 오는 8월 13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이라고 한다. 전시회는 8월 15일까지다.
  
이번 전시회에 전시되는 작품들:사라져 가는 무명의 얼굴들
▲ 사라져 가는 무명의 얼굴들 이번 전시회에 전시되는 작품들:사라져 가는 무명의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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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작품 일부
▲ 허윤희 개인전 전시 작품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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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기 퍼포먼스: 2020. 8.13(목) 오전 10시30분~
-주최: 수애뇨339(www.sueno339.com), 아트엔젤컴퍼니 
- 후원: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태그:#허윤희, #드로잉퍼포먼스, #지우기퍼포먼스, #지구온난화, #목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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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공작소장, 에세이스트, 춤꾼,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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