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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지 72년이 되는 해입니다. 보이지 않는 테두리로 말과 신념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을, 이제는 역사 속에 존재하는 법으로 만들기 위한 행동이 필요할 때입니다.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프로젝트를 통해 국가보안법의 피해를 겪었던 이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국가보안법의 과거, 현재를 짚어보며 사회적으로 환기하고자 합니다. 일상 속의 국가보안법, 나와 국가보안법을 연결하는 경험과 문제의식을 사회적으로 알리는 연속 기고를 진행합니다.[기자말]
2012년 1월, 일요일 아침이었다. 아들과 함께 가까운 우면산 아침 산책을 하고 오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갑자기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가냘픈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래층 사람인데요. 뭘 좀 물어볼 것이 있어서요."
"뭐지?"
"아래층 사람이라고 하는데요?"

현관문을 열자마자 10여 명의 건장한 형사들이 들이닥쳤다. 국가보안법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압수수색 및 수사는 국정원에서 진행하는 것이었다. 내가 전교조의 수석부위원장으로 선출돼 전임근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울 숙소로 작은 집에 살고 있었다. 그들은 하루종일 점심까지 시켜 먹으며 이 작은 집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가족이 함께 살던 강화도 집까지 압수수색했다. 

그들은 내가 귀하게 여기는 책을 뒤져서 가져갔고, 딸아이의 MP3도 가져갔다. 내가 일상적으로 공부한 내용을 적거나 생활하면서 생각한 단상들을 기록했던 일기 같은 노트들과 필적이 남아 있는 종이 쪼가리, 작은 수첩까지 모조리 가져갔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내곡동 국정원으로 나와서 조사받으라는 통보가 왔다. 변호인과 함께 내곡동 국정원으로 가서 조사를 받았고, 그해에는 기소되지 않았다. 그해 12월 대선이 끝나고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둔 2013년 2월, 우리 4명의 교사는 간단한 조사를 한 번 더 받았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우리는 남북교류가 한창 활발하게 진행됐던 참여정부 시절 전교조 통일위원회에서 간부로 활동했으며, 정부가 공식적으로 허가했던 남북공동 행사로 금강산이나 평양에서 개최하는 남북교육자 교류행사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었다.

'세시풍속' 담은 책도 국가보안법 위반?
 
2005년 6월  6.15공동위원회 교육본부 대표단으로 평양 제일중학교 방문
▲ 2005년 6월  6.15공동위원회 교육본부 대표단으로 평양 제일중학교 방문
ⓒ 박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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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관련으로 기소한 혐의는 5가지나 됐다. 이적단체 결성 혐의, 회합통신법 위반 혐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 이적표현물 제작 및 배포 혐의,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였다. 

내가 전교조 선출직 선거에 나가기 위해서 함께 조합 활동의 의견을 나누고 선거에서 후원해주었던 동료 교사들을 이적단체 구성원으로 몰고 있었다. 또 한국교총과 전교조, 북의 조선교육자직업동맹의 교육교류 협력담당자와 6·15 공동위원회 교육본부를 구성하고 정부 허가를 받고 회의했던 것을 문제 삼았다. 재판을 통해서 앞의 4가지 혐의는 모두 무죄를 받았다. 

그런데, 국가보안법 7조의 5항에는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가 있다. 책 좀 좋아하는 교사들의 서가를 뒤져서 압수해간 책과 음반으로 국가보안법 7조 이적표현물 위반 혐의로 유죄를 받게 됐다. 

내가 남북 교육 교류 당시에 북의 서점에서 구입했고 이념 서적이 아니라서 반입됐던 <민족의 세시풍속 이야기>도 유죄라니 과하지 않은가? 교사가 우리 민족의 세시 풍속에 대한 남북의 차이를 서술한 책을 서가에 두는 것이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인가? 어이가 없다.

우리 4명의 교사는 모두 1년여의 실형과 집행유예를 받고 교직에서 파면당했다. 

국가보안법으로 재판을 받으며 알게 된 사실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국가보안법은 벌금형이 없다. 둘째, 국가보안법 위반자는 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교직 20년 이상이며, 나는 교직경력 30년이 넘기 때문에 연금수급 대상이지만, 공무원연금법에는 "국가보안법 관련으로 파면을 받은 경우에는 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라는 예외조항이 있다. 

우리는 학교를 억울하게 떠난 것과 동시에 연금을 못 받게 됐다. 우리는 그동안 국민연금도 안 들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제로 연금이라서 노후 걱정이 심각하다. 우리가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 무슨 행동을 했다는 말인가?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로 강의 학부모님들과 함께 중학생의 성장에 대한 이해와 소통법에 대해 이야기나누고 있다.
▲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로 강의 학부모님들과 함께 중학생의 성장에 대한 이해와 소통법에 대해 이야기나누고 있다.
ⓒ 박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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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압수수색을 받은 날부터 2020년 1월 대법원 확정을 받을 때까지 8년이 걸렸다. 그동안 나를 믿어주고 응원하면서 자기 선생이 재판에서 무죄를 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아이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2013년부터 2015년 4월 20일까지는 학교에서 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 재판을 받았다. 하루는 수업을 마치고 쉬는 시간에 복도를 지나가는데 싸움판이 벌어진 현장을 보게 됐다. 엉겨 붙어서 싸우는 두 아이를 데리고 교무실에 와서 싸우게 된 원인을 물으니, 기가 막혔다. 싸우게 된 원인은 나의 재판 때문이었다. 

내 수업을 받지 않은 옆 반 학생이 수업을 받는 우리 반 학생에게 "너희 선생님 빨갱이라서 재판받으러 다니는 거야"라고 말했고, 우리 반 학생이 "야, 우리 선생님 빨갱이 아니야. 착한 선생님이야"라고 달려 들어서 싸움이 벌어진 것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선생님이 오해를 받아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잘 노력해서 오해를 풀겠노라고 말하고 선생님이 사과했으니 서로 마음을 풀어달라고 부탁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아이들은 둘 다 울면서 잘못했다고 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2013년 가을에 중학생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다룬 책을 냈다.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라는 근사한 제목을 짓고 좋아하던 우리 아이들에게도 미안하다. 

벌써 고등학생이 된 이 아이들은 촛불 항쟁으로 정권이 바뀌고 2018년 복직돼 학교로 복귀했을 때, 뛸 듯이 기뻐하며 학교에 찾아왔다. 2019년 3월 1일, 새로 맡게 될 1학년 1반 교실에서 우리는 만났다. 교실 책상을 서로 마주 보는 디귿 모둠형으로 배치하고 새로 입학할 후배들에게 칠판 가득 자기 선생을 소개하던 아이들. 

우리는 유관순 영화를 함께 보고 늦은 점심을 먹고 거리를 활보했다. 그 아이들은 내가 다시 학교를 떠난 줄 알고 있을까? 사랑한다. 우리 아이들이 더 마음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을 할 것이다. 특히 국가보안법 7조는 너무나도 반인권적이고 반교육적이다. 북에서 발행된 책뿐 아니라, 남한에서 공식 발행된 책이라 할지라도 검사나 판사가 이적 목적으로 갖고 있다고 판단하면 죄가 되는 법이다. 남과 북의 정상들이 만나서 평화를 논하는 시대, 온갖 북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유튜브에 올라와 볼 수 있는 시대에 북에 대한 정보를 긍정적으로 말하기만 해도 죄가 된다는 낡은 시대의 법은 폐지돼야 한다.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국가보안법 7조부터 폐지하라 국가보안법 피해자와 가족들을 시민들이 위로하고 연대하는 행사
▲ 국가보안법 7조부터 폐지하라 국가보안법 피해자와 가족들을 시민들이 위로하고 연대하는 행사
ⓒ 박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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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먼저 학부모들과 손잡고, 교육 운동단체들과 함께 국가보안법 7조부터 폐지 운동 시민연대를 결성했다. '국가보안법 7조부터 폐지 운동 시민연대'는 국가보안법 7조라는 법 조항이 헌법의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위반한다는 점을 들어 위헌심판을 촉구하면서 헌법재판소 앞에서 매주 월요일 11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단체별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8일, 국가보안법 피해자와 가족을 문화공연으로 위로하고 연대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이제 시민의 힘을 모아 전국 방방곡곡에서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드리고 연대하면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국가보안법 없는 세상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촛불 시민들의 힘으로 민주시민 교육의 걸림돌인 국가보안법을 7조부터 폐지해, 우리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열어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미자님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원격연수원장이며,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전시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기고는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보내기 위한 전시회의 일환으로 진행합니다. 전시회는 2020년 8월 25일(화)~9월 26일(토), 장소는 민주인권기념관(구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진행할 예정이며,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자세한 정보는 아래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NSA.Museum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nsa_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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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참교육원격연수원장 국가보안법 7조부터 폐지운동 시민연대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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