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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한국민화조망전- 민화 부채展
 2020한국민화조망전- 민화 부채展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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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전쯤부터 매미의 애벌레가 우화한 뒤 남은 껍질이 집주변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간간이 매미 울음소리도 시작되었습니다. 장마가 끝이 나면 매미의 울음소리가 온 마을을 덮을 것입니다.
 
 우화한 매미와 탈피한 뒤에 남은 매미껍질인 선태
 우화한 매미와 탈피한 뒤에 남은 매미껍질인 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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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함께 생각나는 것이 부채입니다. 어릴 적 여름날 정자나무 아래에 모인 어른들의 손에는 모두 부채가 들려있었습니다. 이제 부채로 더위를 내치는 흔했던 풍경을 보기는 어려워졌습니다. 그렇다고 부채의 쓸모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서화가들의 화폭이 되어 고양된 멋으로 승화되었습니다.

서화가들의 창작 욕구에 따라 부채의 조형성이 더욱 다양하게 발현되고 있습니다. 부채에 글씨를 쓴 것은 서선(書扇), 그림을 그린 것을 화선(畵扇)이라고 했습니다.

외국으로 나갈 때면 선선이나 화선의 합죽선 몇 개를 꼭 여행 가방에 챙깁니다. 현지에서 은혜를 입은 사람에게 선물하기 위해서지요. 옛날에도 서양으로 간 교역품 중에 서양 사람들은 비단과 진주, 그리고 이 부채를 매우 귀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특히 15세기 무역상들을 통해 유럽으로 간 부채들은 왕실에 보급되고 귀부인들의 사치품이 되었습니다.

민화 부채展이 열렸습니다. 한국전업작가회는 2015년부터 '한국민화조망전'을 열어왔습니다. 올해 네 번째를 맞는 이 전시의 주제를 '민화 부채展'로 했습니다. 200여 명의 민화작가들이 400여 점의 민화부채를 출품해 한 전시장에서 다양한 민화의 조형과 예술성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2020한국민화조망전- 민화 부채展의 전시 오프닝 공연
 2020한국민화조망전- 민화 부채展의 전시 오프닝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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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병으로 온 세계가 불안합니다.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에 '이성이 잠들면 악마가 깨어난다(The sleep of reason produces monsters)'는 제목의 판화가 있습니다. 역병의 창궐 앞에서 그동안 이성을 잃고 자연을 파괴하고 순리에 반한 시간을 살아오지 않았는지를 반성하게 됩니다. 옛사람들은 부채가 바람을 일으켜 재앙이나 악귀를 물리치는 능력을 믿었습니다. 단오에 부채를 선물했던 풍속이나 무당의 무구(巫具)로 사용했던 것도 이와 연관이 있지요."

이번 전시를 기획한 한국민화전업작가회의 금광복회장이 올해의 '한국민화조망전'을 민화 부채展으로 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좌로부터 민화부채전의 유재숙, 금광복, 김영호선생
 좌로부터 민화부채전의 유재숙, 금광복, 김영호선생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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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에 벽사의 힘을 가진 부채와 여러 길상을 담은 민화가 어우러진 400여 점의 작품이 더욱 각별하게 다가왔습니다.

큰 합죽선에 '십장생'을 독창적으로 표현한 유재숙 화가에게 작품 설명을 부탁드렸습니다.
 
 유재숙작가의 십장생도(十長生圖)
 유재숙작가의 십장생도(十長生圖)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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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장생(十長生)은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10가지 물상(物象), 즉 해, 달, 산, 물, 돌, 소나무, 불로초, 거북, 학, 사슴을 말하는데 대나무, 구름을 넣기도 합니다. 하지만 '열십(十)'이라는 글자의 가로획은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세로획은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까지를 포함하는 의미로 무한대, 즉 영원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십장생도라고 해서 꼭 10가지 물상만으로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이 그림에서 육지에는 사슴을, 하늘에는 학을, 바다에는 거북을 표현했습니다. 통상 암수 쌍으로 그려서 부부 금실을 담습니다. 소나무는 홍송으로 표현했어요. 붉은색은 악귀를 막아주는 색입니다. 구름은 상스러운 오색구름, 복숭아, 대나무, 영지버섯, 폭포 등으로 도상을 구성해 다산 및 태평성대를 상징했습니다."


부채의 선면에 표현된 다양한 민화들을 통해 작품 자체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세상을 인식하는 조상들의 방식과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태도를 확인할 수 있음은 이 전시의 또 다른 효험이었습니다.
 
 2020한국민화조망전- 민화 부채展. 자루달린 방구 부채에 표현된 다양한 민화들
 2020한국민화조망전- 민화 부채展. 자루달린 방구 부채에 표현된 다양한 민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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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한국민화조망전- 민화 부채展
-일시 | 2020년 7월 29일_8월 4일
-장소 | 인사아트프라자 3층 전관
-기획 | 한국민화전업작가회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이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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